지난 7일 경매에 나온 마늘이 농협공판장에 쌓여 있다.
장마철 궂은 날씨에도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마늘을 적재한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경매가격 올라도 인건비와 작황부진으로 마늘 농가 웃지 못해
생산비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는데 당국은 벌써 수입 카드 만지작
생산자단체 발끈하며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게 건의문 전달
국내 최대 마늘 생산지인 경남 창녕군내 농협에서 지난 1일부터 마늘경매가 시작된 가운데 마늘경매가격은 올랐지만 마늘재배 농민들의 한숨소리는 늘어 나고 있다.
농가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이유는 생산비를 제하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는데다 당국이 가격조절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마늘 재배 농가는 평년보다 배로 힘든 수확기를 보내야 했다. 창녕지역의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비가 자주 와 수확이 지연되면서 인건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랐다.
올해 첫 건마늘 경매가 열린 지난 1일 경남 창녕의 이방농협 농산물공판장은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예년 같으면 공판장이 마늘로 가득 차야 하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에 경매가 시작되자 장 내는 술렁이며 달아 올랐다. 경락단가가 표시된 전광판에 연이어 4000원(1㎏) 이상의 가격이 표시됐던 것이다. 이날 이방농협 공판장의 대서마늘 1㎏ 상품 평균 가격은 4700원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2800원대와 비교하면 66%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인근 달성군과 경북 영천에서 가격을 살피러 온 마늘 재배 농민들은 “지난해보다는 마늘 가격이 꽤 올라 그나마 다행”이라며, “올해 재고도 없고 재배면적도 준 데다가 날씨도 안 좋아 수확량도 감소했으니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현지에서는 마늘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눈치였지만 재배 면적이 줄어 생산량 자체도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수확기는 잦은 비와 인력난에 제대로 마늘을 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서는 올해 마늘 생산량을 전년 대비 13.9%, 평년 대비 5.3% 감소한 31만3000톤으로 전망했다. 면적은 전년 대비 7.3%, 평년 대비 9.4% 감소한 2만3천528㏊로 추정했다.
공판장에서 만난 마늘 농가 A(61) 씨는 “올해 마늘 수확은 참 힘들었는데 평소 10일 정도면 끝낼 일인데도 비가 자주 내려 20일이나 걸렸다”며 “평소보다 비싼 값 주고 부른 인력들을 두 배나 오래 썼으니 인건비가 갑절로 들었다”고 했다,
또 인근 마을의 B(62) 씨는 “경매가격만 보고 지금 마늘 가격이 좋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며 “1㎏당 5000원 이상은 돼야 타산이 맞다”고 했다.
농민들의 희망대로 7일 이방농협 공판장 경매가는 1kg당 5600원 까지 올랐으나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부 수입업자들은 관세 360%를 물고 약 200여 톤의 마늘을 이미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산지에서 마늘 가격의 강세가 예상되자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고려해 수입 논의부터 하는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달 29일 ‘2021년 마늘 정부비축 수급간담회’를 열고 비축마늘 방출 계획과 저율관세할당(TRQ) 운용 계획을 논의했다.
이에 생산자단체는 발끈하고 나섰다. TRQ 운용 재개 움직임을 이유로 깐마늘 취급업체들이 산지 햇건마늘 시세를 낮추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한국마늘연합회와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창녕농협 공판장을 찾은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마늘 수급정책을 마련할 때 생산자단체와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 수급조절 매뉴얼 기준가격 현실화와 소매유통 단계의 과도한 이윤폭 축소 등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