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하기 숙제>를 읽고
- 박진선(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하교후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A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은 안놀거야ㅠ.."
고작 열 살 인생치곤 표정과 말이 꽤 진지하여 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학교생활 중 으뜸은 교우관계겠지..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궁금한 엄마는 오늘도 애가 탄다..
그리고 <화해하기 숙제>의 주인공 마코토의 시선을 따라간다.
마코토가 신고와 약속 문제로 사이가 소원해졌다. 전학을 와서 낯설고 서먹해 하는 마코토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신고였다. 그런 신고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신고한테 실망한게 이번이 세번째 이기 때문에 마코토는 요즘 혼자가 된 기분에 몹시 슬프고 신고가 너무 실망스럽다.
영어 학원을 같이 다니자 해놓고 정작 신고는 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게 된, 어이없는 상황도 참았다.마코토가 아끼는 게임기를 자기 마음대로 친구에게 빌려줘버리더니 한달만에 돌려주는것도 참았는데..철도 공원에 본인이 먼저 가자해놓고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다니..혼자 간 철도 공원은 매우 낯설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유료 낚시터에 가자는 신고.너무 어이 없어서 단번에 거절을 했다..그렇게..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는 초등학생들.
영어,수학,코딩까지 많은 것들을 해내야하는 아이들에게 마음 통하는 친구 하나 쯤 있으면 학교생활은 너무 즐거울 거다.
즐겁게 놀다가도 별 것 아닌 일로 토라지는 친구들에게 마냥 이해해주고 다름을 인정해주라는 말도 매번 하긴 어렵다.
속상한 마음, 친구에게 말했다간 '절교'소리 듣기 딱 좋은 시기..
싸운 뒤 화해하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그러니 마코토의 혼잣말이 이해가 간다.
'어째서 교과서에는 화해하는 방법이 실려 있지 않은 거야!'
마코토는 뭐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을 하는 신고가 밉다. 잘못했으면 잘못한 사람이 사과해야 하는데 또 괜히 자존심때문에 내가 먼저 사과하지 못하고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려 화해라는 것이 숙제가 된것 마냥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화해하는 방법이 교과서에 실려있으면 좋으련만..
어쩌다 이래 되었던 건가..신고를 용서하지 않는 내가 잘못인가..
신고는 잘못하게 없는건가 혼자만의 생각으로 가득한 마코토.
친구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 속을 답답할 노릇이다.
"그날은..... 전날 밤늦게까지 낚시 방송을 보다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열 시가 넘었더라고...."
"그다음 날,네 얼굴을 보고 사과하려니까 창피했어.... 미안해."
"아니야.나도.....미안해."
"내일 휴일이니까 철도 공원에 가자. 이번에는 꼭 약속 지킬 테니까."
"응!"
사실 어른도 화해하기가 쉽지 않다.화해가 뭐냐고 먹는거냐고 웃으며 넘겨 버릴수 있지만 해소하지 못한 감정은 쌓이고 쌓여 곪아 터진다.그런데 그 어려운 걸 마코토와 신고가 해낸다. 싸우고 화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한뼘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용기있게 먼저 말 걸어 보는 거,그리고 멋쩍게 웃어 보이는 기술을 선보인다면 '화해하기 숙제'는 제법 깔끔하게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코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약간의 조언을 보태본다면 우리 아이의 '화해하기 숙제'도 제법 깔끔하게 끝낼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