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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4篇 天運篇 해설(장자 외편 14편 천운편 해설)
이 편은 외편의 다른 편들과 마찬가지로 편수篇首에 나오는 ‘천기운평天其運乎’에서 두 글자를 따 편의 명칭으로 삼은 것이다. 이 편에서는 천지자연을 운행하는 이법理法(원리原理와 법칙法則)의 심원함, 무위無爲에 근거한 도덕道德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앞의 〈천지天地〉편, 〈천도天道〉편과 같은 논의를 담고 있지만 앞의 두 편에서 유가儒家 또는 법가사상法家思想과 타협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공자孔子의 도덕道德규범주의나 문화지상주의의 왜소함과 시대착오성을 야유揶揄하고 비판批判하는 논술이 많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공자학파를 격렬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제馬蹄〉편 〈거협胠篋〉편 등과 유사한 논술조차 보이고 있다.
이 편은 거의 전부가 대화 형식의 설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공자와 노자의 문답이 많은데 그들의 대화 속에서 역사를 변화의 관점에서 파악하여 시세의 추이에 순응하는 지금[금今]의 존중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무위자연의 도道에 근거하는 일종의 철학적 음악론이라 할 수 있는 함지악론咸池樂論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이 편의 중요한 특징으로 〈양생주養生主〉편의 포정해우庖丁解牛와 더불어 동양의 예술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요긴한 자료이다.
이 편은 본래 한 사람이나 한 시대에 의해 이루어진 저작이 아니고 예로부터 노장老莊과 유사한 주제를 고민한 여러 사상가들에 의해 전해진 다양한 종류의 설화가 뒤에 ≪장자莊子≫ 문헌의 성립에 즈음하여 한 편으로 정리되고 다시 몇 번인가의 문헌 정리에 의해 현재의 형태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推定(이 편 전체를 하나의 정리된 내용으로 보는 立場에서 추정)된다(福永光司). 이 편에 보이는 여러 종류의 집필 연대는 전국말戰國末에서 한초漢初에 걸치는 시기일 것이다.
이 편에서는 공자와 노자(노담)의 만남이 세 차례에 걸쳐 나오고 있고, 당연히 모두 허구이지만 잘 손질된 것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으며, 이 편에 나오는 공노회견孔老會見의 이야기가 후세의 대표적인 두 학파의 개조開祖(무슨 일을 처음으로 시작始作하여 그 일파一派의 원조元祖가 된 사람)와 개조開祖 사이의 사상적 대결이 되므로, 공자를 노자의 아래에 세우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제1장은 제왕帝王에게, 천지일월天地日月의 도道를 지니고서 천하에 군림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제3장에서는 음악의 연주를 주제로 삼아 도道를 근원적 실체로 하는 존재론存在論과 자연론自然論을 상술詳述하고 또 음악音樂의 향수론享受論에 가탁假託(은유법隱喩法의 하나. 어떤 사물事物을 빌어 그것을 통해서 일정한 사상, 감정感情 따위를 나타냄)하여 도道를 체득하는 계제階梯(일이 사닥다리 밟듯이 차차 진행進行 되는 순서順序)를 이야기한다. 이 3장이 유명한 함지악론咸池樂論이다. 북문성北門成과 황제黃帝의 문답에 의탁해서 전개되는 이 음악론音樂論은 도가道家의 음악音樂에 관한 철학哲學으로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이 함지악론咸池樂論은 3세기世紀 위魏·진晉시대時代에 완적阮籍·혜강嵆康에 의한 음악이론音樂理論의 형성形成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제4장은 공자의 사상이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을 조소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장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자나 유교를 공격하는 문답이 모아져 있는데, 그 때문에 전한前漢의 문제文帝에서 무제기武帝期에 이르는 시기, 곧 황노黃老와 유교儒敎의 대립이 첨예화해가던 시대의 문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莊子 外編 14篇 天運篇 第1章(장자 외편 14편 천운편 제1장)
아! 구주락서九疇洛書의 일을 평화롭게 잘 다스리고, 덕을 갖추어 아래 세상을 비추어, 천하가 떠받들 그런 지도자는 정녕 없는가? 슬프고 슬프다. 대한민국이여.
하늘은 움직이는가? 땅은 멈추어 있는가? 해와 달은 자리를 다투는가? 혹 그 누군가 이 일을 주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천지일월에 질서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스스로 무위無爲의 일에 머물러 있으면서 천지일월을 밀어서 움직이는 것인가? 혹 기계에 묶여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저절로 굴러가기 때문에 스스로 그치지 못하는 것인가?
구름이 저절로 내려 비가 되는 것인가? 비가 스스로 올라가 구름이 되는 것인가? 혹은 누군가 이 운우雲雨의 순환을 맡아서 처리하며 누군가 무위無爲의 일에 머물러 조화造化의 음락淫樂(과도過度한 환락歡樂)에 빠진 채 이것을 권하는 것인가? 바람은 북방에서 일어나 한 번은 서쪽으로 불고 한 번은 동쪽으로 불며 또 높이 올라가 이리저리 방황하는데, 누군가 이 바람을 호흡하며 누군가 무위無爲의 일에 머물러 이 바람을 부채질하는 것인가? 감히 묻노니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무함巫咸이 告하여 말하였다. “이리 오라. 내 그대에게 일러 주겠노라. 천지자연의 세계에는 여섯 개의 근원적인 법칙[육극六極]과 다섯 개의 불변의 법칙[오상五常]이 있다.
제왕이 육극오상六極五常의 도道를 따르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이 도道를 어기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제왕이〉 구주락서九疇洛書의 일을 평화롭게 잘 다스리고 덕을 갖추어 아래 세상을 비추면 천하가 떠받들 것이니 이것을 일러 최고의 제왕[상황上皇]이라 한다.”
天其運乎 地其處乎 日月其爭於所乎
孰主張是 孰維綱是 孰居無事 推而行是
意者其有機緘而不得已邪 意者其運轉而不能自止邪
(천기운호아 지기처호아 일월이 기쟁어소호아
숙주장시며 숙유강시며 숙거무사하야 추이행시리오
의자는 기유기함이부득이야아 의자는 기운전이불능자지야아)
하늘은 움직이는가? 땅은 멈추어 있는가? 해와 달은 자리를 다투는가?
혹 그 누군가 이 일을 주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천지일월에 질서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스스로 무위無爲의 일에 머물러 있으면서 천지일월을 밀어서 움직이는 것인가?
혹 기계에 묶여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저절로 굴러가기 때문에 스스로 그치지 못하는 것인가?
☞ 천기운호天其運乎 지기처호地其處乎 : 운運은 움직임. 처處는 멈추어 있음(지止, 영寧‧정靜). “하늘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나는 참으로 그런지는 알 수 없고 땅은 여전히 머물러 있지만 나는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다(呂惠卿).”, “하늘의 운행은 하루에 한 바퀴를 도는데 하늘이 스스로 운행하는 것인가? 땅에는 사방과 상하가 있는데 어찌 일정한 곳에 머물러 있겠는가?(林希逸).”
☞ 일월기쟁어소호日月其爭於所乎 : “해와 달은 여전히 자리를 다투지만 나는 정말 자리를 다투는지는 알 수 없다(呂惠卿).”
☞ 숙주장시孰主張是 : 무엇이 주재하는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주재 여부조차 의심하는 표현으로 보고, 주재하는 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는 의미로 번역하였다. 주장主張은 주재主宰로 번역하였으며, 시是는 ‘이 일’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이 일이란 천지일월天地日月의 운행을 말한다.
☞ 숙유강시孰維綱是 : 유강維綱은 밧줄을 매서 붙들어 두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고 정연하게 움직이도록 질서를 부여한다는 뜻.
☞ 숙거무사추이행시孰居無事推而行是[孰居無事而推行是] : “하는 일 없이 이것을 밀어서 움직이는 이는 누구인가? 각자 움직일 뿐이다(郭象).” 노자老子 제2장 “성인은 무위의 일에 머물러 말 없는 가르침을 행한다[성인처무위지사聖人處無爲之事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참조.
☞ 의자意者 : 추측을 나타내는 의사疑詞로 억자抑者, 혹자或者와 같다. 우리말의 ‘혹시, 혹은, 아니면’ 등에 해당한다. 이 문장에서는 의자意者가 두 번 나오는데 앞의 의자意者는 ‘혹’으로, 뒤의 의자意者는 ‘아니면’으로 번역.
☞ 기함機緘 : 기機는 기관機關. 함緘은 묶여 있다는 뜻. “혹시 기계에 묶여서 돌아가기 때문에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인가(褚伯秀).
雲者爲雨乎 雨者爲雲乎 孰隆施是 孰居無事 淫樂而勸是
風起北方 一西一東 有上彷徨 孰噓吸是 孰居無事 而披拂是
敢問何故
(운자 위우호아 우자 위운호아 숙융시시며 숙거무사하야 음악이권시오
풍이 기북방하야 일서일동하며 유상방황하나니 숙허흡시며 숙거무사하야 이피불시오
감문하고오)
구름이 저절로 내려 비가 되는 것인가? 비가 스스로 올라가 구름이 되는 것인가? 혹은 누군가 이 운우雲雨의 순환을 맡아서 처리하며 누군가 무위無爲의 일에 머물러 조화造化의 음락淫樂(운우지락雲雨之樂)에 빠진 채 이것을 권하는 것인가?
바람은 북방에서 일어나 한 번은 서쪽으로 불고 한 번은 동쪽으로 불며 또 높이 올라가 이리저리 방황하는데, 누군가 이 바람을 호흡하며 누군가 무위無爲의 일에 머물러 이 바람을 부채질하는 것인가?
감히 묻노니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 숙융시시孰隆施是 : 시是는 운우雲雨의 순환. 앞의 운자위우雲者爲雨와 우장위운雨者爲雲을 받는다. 융시隆施는 일으키고 베푼다는 뜻. 누가 이 운우雲雨의 순환[구름을 일으키고隆, 비를 내리는 것施]을 맡아서 처리하는 것인가.
☞ 음락이권시淫樂而勸是 : “무위無爲의 즐거움, 또는 운융우시雲隆雨施의 조화造化의 즐거움 속에 탐닉耽溺해 있으면서 이 천지일월天地日月의 운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가.”의 뜻. 음락淫樂이란 운우지락雲雨之樂을 표현한 것이다. “운우雲雨는 음양陰陽이 서로 화합한 기가 이룬 것이기 때문에 조화의 음락이라고 말한 것이다(宣穎).”
☞ 허흡噓吸 : 호흡呼吸과 같다.
☞ 피불披拂 :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부채질함과 같다.
巫咸祒曰來 吾語女 天有六極五常 帝王順之則治 逆之則凶
九洛之事 治成德備 監照下土 天下載之 此謂上皇
(무함초왈 래하라 오 어여호리라 천유육극오상하니 제왕이 순치즉치하고 역지즉흉이라
구락지사 치성덕비하야 감조하사어든 천하 대지하리니 차위상황이니라)
무함巫咸이 告하여 말하였다. “이리 오라. 내 그대에게 일러 주겠노라. 천지자연의 세계에는 여섯 개의 근원적인 법칙[육극六極]과 다섯 개의 불변의 법칙[오상五常]이 있다. 제왕이 육극오상六極五常의 도道를 따르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이 도道를 어기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제왕이〉 구주락서九疇洛書의 일을 평화롭게 잘 다스리고 덕을 갖추어 아래 세상을 비추면 천하가 떠받들 것이니 이것을 일러 최고의 제왕[상황上皇]이라 한다.”
☞ 무함초巫咸祒 : 무巫는 무당이고 함咸은 무당의 이름. 초祒는 고告한다는 뜻으로 무악舞樂에서 귀신을 내려 귀신을 섬기고 불양祓禳(푸닥거리)이나 기도祈禱나 예언豫言을 행行한다는 뜻이다. 무함巫咸은 고문헌古文獻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로 예를 들면 서경書經 군석君奭편에는 은殷의 현신賢臣으로 등장하고 있다
☞ 천유육극오상天有六極五常 : 천지자연의 세계에는 여섯 개의 근원적인 법칙[육극六極]과 다섯 개의 불변의 법칙[오상五常]이 있다는 뜻. 육극六極은 이 세계를 차례대로 정렬하는 상·하·동·서·남·북의 여섯 개의 공간적 기준인 방위를, 오상五常은 이 세계를 형성하는 목·화·토·금·수의 다섯 개의 원소原素, 곧 오행五行을 말함.
☞ 구락지사九洛之事 : 구락九洛은 구주九疇와 낙서洛書의 줄인 말[略語]. 구주九疇는 전국시대 말기 이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경書經 홍범洪範(대법大法을 말함)편의 구주九疇로서, 아홉 개의 정치규범이라는 뜻이다. 구주는 은殷의 현자賢者 기자箕子가 주周 무왕武王의 물음에 답한 것으로 오행五行‧오사五事‧팔정八政‧오기五紀‧황극皇極‧삼덕三德‧계의稽疑‧서징庶徵‧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의 아홉 가지로 주로 오행설五行說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제上帝가 하夏의 우禹에게 계시啓示한 것이라 한다.(구주에 대해서는 별도로 읽어보기로 한다.) 또 낙서洛書는 주역周易에 “하수河水에서 도판이 나오고 낙수洛水에서 글이 나왔는데 성인이 이것을 본받았다.”라고 할 때의 낙서洛書이다. 한서漢書 오행지五行志〉에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리자 하늘이 낙서를 내려 주었는데 그것을 본받아 진술했으니 구주九疇가 이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 천하대지天下載之 :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임금으로 추대할 것이라는 뜻. 대載(떠받들 대)는 대戴(일 대)의 가차자로 떠받든다는 뜻.
<참고> 구락지사九洛之事의 홍범구주洪範九疇
구락지사九洛之事의 홍범구주洪範九疇가 궁금해서 서경집전書經集傳 권6 周書 홍범편을 찾아보았다.
홍범洪範은 대법大法(세상의 큰 규범)을 말하고, 구주는 9개 조條를 말하는 것으로, 즉 9개 조항의 큰 법, 또는 정치이념을 말한다.
중국 하夏나라 우禹왕이 홍수를 다스릴 때 하늘로부터 받은 낙서洛書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주나라 무왕武王이 기자箕子에게 선정善政의 방안을 물었을 때 기자가 이 홍범구주로써 교시하였다고 한다.
9조목은 오행五行·오사五事·팔정八政·오기五紀·황극皇極·삼덕三德·계의稽疑·서징庶徵 및 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이다.
제1조, 오행五行 : 수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를 지칭한다. 물은 물체를 적시고 아래로 흘러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불은 물체를 태우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으며, 나무는 구부러지고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고, 쇠는 조작에 의해 자유롭게 변형하는 성질이 있으며, 흙은 곡식을 길러 거두게 하는 성질이 있다.
물체를 적시고 아래로 흘러가는 성질은 짠 맛을, 물체를 태우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은 쓴 맛을, 구부러지고 곧게 자라는 성질은 신 맛을, 조작에 의해 자유롭게 변하는 성질은 매운 맛을, 곡식을 길러 거두게 하는 성질은 단 맛을 내게 한다.
제2조, 오사五事 : 외모[요貌], 말[언言], 보는 것[시視], 듣는 것[청聽], 생각하는 것[사思]을 지칭한다. 외모는 공손해야 하고, 말은 조리가 있어야 하며, 보는 것은 밝아야 하고, 듣는 것은 분명해야 하며, 생각하는 것은 지혜로워야 한다. 공손함은 엄숙을, 조리가 있음은 이치를, 밝음은 맑음을, 분명함은 도모를, 지혜는 성인을 만드는 것이다.
제3조, 팔정八政 : 양식 관리[식食], 재정 주관[화貨], 제사 관리[사祀], 백성의 땅 관리[사공司空], 백성 교육[사도司徒], 범죄 단속[사구司寇], 손님 대접[빈賓], 양병[사師]를 말한다.
제4조, 오기五紀 : 해[歲], 달[月], 날[日], 별[辰], 역수曆數[역법曆法의 계산]를 지칭한다.
제5조, 황극皇極 : 임금의 법도로서 임금이 정치의 법을 세우는 것이다. 오복을 백성들에게 베풀어주면, 백성들도 왕의 법을 따를 것이다. 백성들이 음모를 도모하지 않고, 관리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정을 하지 않으면 왕은 법을 실행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백성들이 할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노력하면, 왕은 그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백성들이 법도를 위배했더라도 커다란 허물이 없을 때에는 왕은 이들을 용납해야 한다.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을 학대하지 말고 고매한 인격자를 존경해야 한다. 재능이 있는 사람을 격려해 주면 나라는 발전할 것이다.
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왕이 혜택을 준다 해도 그들은 왕을 이용해 죄악을 범할 것이다. 자기 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짐이 없으면 왕도는 넓고도 넓을 것이며, 기울어지거나 치우침이 없으면 왕도는 평평平平할 것이고, 위배되지 않고 편벽되지 않으면 왕도는 정직할 것이다.
왕의 법도를 반포하는 말은 불변의 교훈이 되는 것이며, 이는 상제上帝의 교훈이기도 한 것이다. 법도를 반포하는 말을 백성들이 교훈 삼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이는 곧 천자의 광명함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천자는 백성의 부모가 되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
제6조, 삼덕三德 : 정직正直, 강극剛克, 유극柔克을 말한다. 평화스럽고 안락할 때에는 정직을 중시하고, 강하고 굴복하지 않을 때에는 강극을 중시하며, 화합할 때에는 유극을 중시해야 한다. 침잠沈潛(성정이 가라앉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할 때에는 강剛함으로써 극복하고, 높고 밝음에는 유柔함으로써 극복하는 것이다.
왕은 복을 내릴 수 있고, 위엄을 보여줄 수 있고, 성찬을 받을 수 있다. 신하가 복을 내리거나, 위엄을 보이거나, 성찬을 받을 수 있다면, 그 피해가 자기 집에 미치고 그 흉함이 나라에 미치게 될 것이다. 관리들이 정사를 그르치게 되면 백성들이 왕에게 외람된 태도로 나와 과오를 범할 것이다.
제7조, 계의稽疑 : 복卜과 서筮의 점을 치는 사람을 임명하고 그들에게 점을 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복서의 점을 치는 사람들은 비, 갬, 안개, 맑음, 흐린 뒤 맑음, 정괘貞卦, 회괘悔卦에 관한 예보를 한다. 이 일곱 가지의 예보는 복점에 의한 것이 다섯 가지, 서점에 의한 것이 두 가지로서, 이러한 점은 변화하는 현상을 미루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복점과 서점을 치는 사람들에게 명해 점을 치게 되는 경우, 왕은 세 사람이 점을 쳤다면 그중 두 사람의 점친 결과를 따라야 한다. 왕에게 큰 의문이 생기면 자신의 마음에 물어보고, 귀족이나 관리에게 물어보며, 백성들에게 물어보고, 복서인卜筮人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왕이 좋다고 생각하고, 복서의 점이 좋다고 하고, 귀족이나 관리가 좋다고 하고, 백성들까지 좋다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동大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동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왕은 안락할 것이고, 자손들은 번창할 것이다. 귀족과 관리들이 좋다고 하고 복서의 점이 좋다고 하는데 왕과 백성이 좋다고 하지 않을지라도 길할 것이다.
백성이 좋다고 하고 복서의 점이 좋다고 하는데 왕과 귀족 관리들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길할 것이다. 왕이 좋다고 하고 복의 점이 좋다고 하는데 서의 점과 귀족·관리·백성이 좋지 않다고 하면 내적인 일에는 길하나 외적인 일에는 흉할 것이다. 복서의 점이 함께 사람들을 거역할 경우, 조용하면 길하고 움직이면 흉하다고 보는 것 등이다.
제8조, 서징庶徵 : 비, 맑음, 따뜻함, 추움, 바람 및 계절의 변화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날씨의 변화가 알맞게 조화를 이루면 모든 초목은 무성할 것이다. 다섯 가지 날씨의 변화 가운데 어느 한 가지 현상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도 흉하고, 어느 한 가지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흉한 것이다.
왕은 해를, 귀족과 관리는 달을, 낮은 관리는 날을 관찰해야 한다. 해와 달과 날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계절의 순환이 순조로우면 모든 곡식이 잘 여물고, 선정이 이루어지며, 백성들이 매우 활동적이고, 국가가 평화로워질 것이다.
백성들은 별과 같으며 별은 바람과 비를 좋아한다. 해와 달의 운행은 겨울과 여름을 있게 하고, 달이 별을 따름으로써 바람과 비를 생기게 한다.
제9조, 오복五福과 육극六極 : 오복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말하고, 육극은 흉단절凶短折[횡사요절], 질병[疾], 근심憂, 빈곤貧, 악惡, 약함弱을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