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봄날 시장풍경(성남 모란시장) [출처:http://www.ohmynews.com, http://www.egohyang.com]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레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의 시 '봄의 소식' 중에서)
▲달래 냉이 나온 걸 보니 분명 '봄'
바야흐로 산에 들에 봄이 앞다투어 달려오고 있다. 우리네 밥상 위에도 봄은 왔건만 처녀들 가슴에도 분명 새봄이 꿈틀거리건만 세상은 어쩐지 뒤숭숭하기만 하다. 이런 난리 통에 뭐 보겠다고 봄이 성큼 오겠는가. 살금살금 오다가 화들짝 놀라 내빼지나 왔을까 조바심 인다. 왠지 마음이 어수선하고 되는 일이 없거든 삶의 활력이 넘치는 장터에 한 번 나가보자!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꽃시장으로부터
성남 모란시장에 가면 풍성한 봄을 만끽할 수 있다. 봄이 되면서 하루 6-7만 명이 찾는다는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인 모란시장은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곳은 시외버스 터미널과 모란역이 바로 옆에 있어 장날 내내 붐빈다. 모란시장은 역시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꽃시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백화점? 이런풍경 없을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찹쌀, 보리, 콩, 깨, 참기름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살찌워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십 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온 맷돌
30여년째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용인 모현면에 사는 68세된 할머니가 식혜(감주) 재료인 겉보리를 맷돌로 직접 갈고 있다. 모란시장 잡곡부엔 수십 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온 맷돌들이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쉼 없이 돈다
▲봄나물이 있는 풍경
봄에는 뭐니뭐니 해도 봄나물이 인기가 좋다. 발 딛을 틈 없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봄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애호와 혐오가 공존하는 곳
개고기는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남의 나라 백성의 식성을 놓고 시비를 걸기도 했던 바로 그것이다. 모란시장은 전국 최대의 식용 개고기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애호와 혐오가 공존하고 있는 장사인지라 카메라 든 사람에게는 경계의 눈초리가 매섭게 와 닿는다
▲인기만점 재래시장 애견코너
발버둥치며 끌려가는 개와 불에 그슬려 죽어있는 개를 보다가 애견을 보니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은 이런 종류의 개를 두고 나온 말인 것 같다. 이들은 사람품속에서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며 떠받들어진다. 역시 우리는 '개인(犬人)주의'와 '개성(犬聖)시대'에 살고 있나 보다
▲가마솥
구경온 김에 계속 가보니 가마솥에 무언가 구수하게 끓고 사람들은 입맛을 다신다. 개장국집이다. 개장, 구장(狗醬), 지양탕(地羊湯), 보신탕이라고도 한다. 개고기를 초벌 삶아 된장을 푼 국물을 붓고 끓이면서 마늘, 생강, 파,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을 하여 푹 곤다. 이것은 여름철의 보신용으로, 특히 더위가 가장 심한 삼복더위에 먹는 풍습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또 병을 앓고 난 뒤 원기를 회복하는 데는 황구(黃狗)가 특히 효험이 있다 하여 상등품으로 치기도 한다
▲못생긴 것도 서러운데
못생긴 것도 서러운데 사람들은 꼭 '이거'같이 생겼다고 놀려댄다. 그러나 돈 없이는 살아도 식탁에 이거 없으면 사람은 하루도 못산다. 반드시 섭취해야 할 간장으로부터 된장, 고추장 등을 담그는 데 쓰인다. 최근엔 항암효과가 뛰어나다 하여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호박이 여성미용에 좋은걸 아시는지
동의보감에 의하면 호박은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혼백을 밝게 한다고 한다. 겨울철에 호박을 많이 먹으면 중풍예방 효과가 있고 감기에도 걸리지 않으며 호박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몸에 부기가 빠지고 소변을 시원스럽게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호박의 이뇨작용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특히 여성미용에 좋다고 한다
▲생선은 비린내가 풍겨야
어렸을 적 엄마가 장에 갔다오면 꼭 비린내 물씬 풍기는 생선 한 마리 들고 오곤 하였다. 그 날 밤 밥상에선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형제들 사이엔 불꽃튀기는 젓가락전쟁이 일어난다.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숭어(영향력 있는)가 뛰면 망둥이(줏대 없는)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도 있다. 요즘 세상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어리굴젓과 짭짤한 방게젓은 명물
비린내 엄청 풍기지만 입맛 땡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라서 일찍감치 젓갈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새우젓, 조개젓, 소라젓, 곤쟁이젓, 밴댕이젓, 꼴뚜기젓, 대합젓, 멸치젓, 연어알젓, 명란젓, 어리굴젓, 조기젓(황세기젓), 창란젓, 방게젓 등 셀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얼큰한 어리굴젓과 짭짤한 방게젓은 명물 중의 하나다
▲숨이 차고 맥이 풀린다면 이곳에서 보약한첩
장터를 한 바퀴 도는데 숨이 차고 맥이 풀린다면 이곳에 꼭 한 번 들러서 보약이라도 지어먹을 일이다. 전국의 약초들이 이곳에 모였다가 다시 경동시장 약령시장 등으로 떠난다.
"뻥이야!" 정말로 뻥이었으면 좋겠네 어제의 전쟁선포도 오늘의 폭격 소식도 믿기지 않았던 그 모든 소문들이 "뻥이야!" 소리와 함께 튀밥처럼 하얗게 단내 풍기며 따뜻하게 세상 속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네
▲튀밥장수는 요새 '뻥이야'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뻥' 하고 튀밥을 튀긴다
망할 놈의 튀밥장수는 요새는 '뻥이야'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뻥' 하고 튀밥을 튀긴다. 망하기는커녕 이십 년 전부터 그래 왔다고 한다. 길가다 놀란 사람들이 옛 추억을 되살리며 정겨움에 다시 놀라는 풍경이다.
어릴 적 우린 하나라도 더 주워 먹으려고 우르르 몰려 한 판의 아름다운 전쟁을 치르곤 하였지. 그 날 밤하늘에는 튀밥처럼 많은 별들이 수를 놓고 있었다. 튀밥장수여, 부디 망하지 말고 튀밥만큼만 행복도 튀겨내시길!
▲이것이 바로바로 뻥기계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튀밥 튀는 기계는 느림보처럼 돌아간다. 안으로는 야물게 깨물고 있는 땀의 고통을 희망처럼 하얗게 토해내기 위해 빨갛게 익어가며 뒤척이고 있겠지. 손으로 돌리던 것을 전기가 돌리고 장작 대신에 가스가 대신하지만 아직 저놈 따라갈 요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냉이 한 됫박이 '뻥이야' 소리 한 번에 커다란 자루가 넘치게 만드는 재주여!
▲절구통 속에서 떡메를 맞은 놈
차가운 기계 속을 어거지로 통과한 떡도 절구통 속에서 떡메를 맞은 놈과 무늬는 같다. 그러나 입 속에서 달라붙는 '정(精)'이라는 놈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나이가 한참 든 뒤에서야 깨달았다.
▲잔칫상에 빼놓지 않고 올리는 인절미
세상 것들은 대중적이다 하면 품위가 없고 품위가 좀 있다 하면 대중적이지 못한 것이 다반사다. 잔칫상에 빼놓지 않고 올리는 인절미라는 떡은 대중적이며 동시에 품위 있는 떡으로 소화가 잘 되고 열량이 높은 인기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팥죽
어렸을 적 내가 제일 좋아하였던 팥죽이다. 언젠가 동짓날 팥죽 한 그릇 사먹으려고 시장바닥을 헤맨 적이 있었다. 동짓날 팥죽의 붉은 색은 잡귀잡신을 쫓아낸다 하여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기도 하였다. 편의점에 가보니 비닐로 포장된 '새알심 단팥죽'이 있었다. 내가 찾아 헤맨 것은 그게 아니었는데...
▲팥죽만큼이나 달고도 맛있는 풍경
할매 따라온 손녀가 팥죽을 맛있게 먹다가 뜨겁다고 말하니 할머니가 숟가락으로 팥죽을 식혀주면서 입맛 다시더니 함께 드시는 모습이 팥죽만큼이나 달고도 맛있는 풍경이었다.
▲근디 아주매는 맛있게 드시고 졸리신가 벼
모란시장에서 팥죽은 인기가 짱이다. 서서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야 먹을 수 있다. 인근 병원 간호사들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팥죽과 함께 봄날을 즐기고 있다. 근디 아주매는 맛있게 드시고 졸리신가 벼!
▲장터에 가면 뭔가 요기를 하고 와야 장에 갔다온 것 같다
장터에 가면 뭔가 요기를 하고 와야 장에 갔다온 것 같다. 농주에 홍어찜에 장터국수에 잔칫날이 따로 없다
▲뻔할 뻔자 뻔데기
'뻔'자가 보이네! 뭘까요? 뻔할 뻔자 뻔데기다. 장터가 붐비는 까닭은? 뻔할 뻔자 뻔데기가 있기 때문이다
▲다방에 가봤더니 손님은 나 혼자였다
오늘은 이거저거 입맛 다시다가 해가 저물어버렸다. 그래도 그냥 갈 순 없잖아요? 다방에 가봤더니 손님은 나 혼자였다. 13년 째 다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장 왈 예전엔 대학생이나 문인 예술인들이 이용하는 상류 사교장이었다고 한다. 커피 한 잔에 20원 하던 고리짝 얘기다. 우리 때는 '나 어떡해'나 조용필 노래 신청 받아서 틀어주는 디제이음악다방이 유행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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