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의 경관
제주 여행 둘째 날, 제주 시계리 용머리해안(濟州 沙溪里 龍머리海岸)에 갔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216번길 24-32 (사계리)에 주소를 둔 천연기념물 제526호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濟州 沙溪里 龍머리海岸)’이란 제목의 안내판이 보인다. 그것을 자세하게 읽었다.
“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濟州 沙溪里 龍머리海岸)은 바닷속 세 개의 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쇄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이드로볼케이노(hydrovolcano)의 암석해안으로, 성산 일출봉, 수월봉과 달리 화구가 이동하며 생성된 지형적 가치가 크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 화산이며, 해안의 절벽은 오랜 기간 퇴적과 침식에 의해 마치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경관적 가치도 있다.”
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濟州 沙溪里 龍머리海岸)을 관광지로 개발한 이유에 대하여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하나는 지형적 가치요, 다른 하나는 경관적 가치다. 안내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몇 가지 등장한다.
‘바닷속 세 개의 화구’라는 말이다. 한라산의 분화구 백록담은 산의 정상에 있다. 그것이 하나만 있다. 그런데 용머리 해안의 분화구는 ‘바닷속’에 있고 그것이 무려 세 개나 있다. 궁금증이 발동했으나 확인할 수는 없었다.
‘화구가 이동하여’란 말이 궁금하다. 풍선을 부풀렸다가 놓으면 공기가 빠지면서 풍선이 이리저리 날아가는 것처럼 용암이 분출할 때 어떤 힘에 의하여 이리저리 흔들렸다는 말일까? 아니면 용암 분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할까?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상상되지 않는다.
‘하이드로볼케이노(hydrovolcano)’ 이 말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성 화산’이란 말도 생소하다. 인터넷에서는 ‘마그마가 바다, 지하수 등 물을 만나 분화한 화산’이라고 소개한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이 말도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제주에 있는 모든 화산 중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인지? 아니면 제주에 있는 수성 화산 중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인지 애매하다
중얼중얼하는 나에게 ‘쓸데없는 생각, 그만해!.’하는 아내의 핀잔 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만두자. 그것이 쓸데없는 상각인지 아닌지는 나중 일이다. 더 알려고 하면 내 머리만 복잡해진다.
그런데 산서면 사계리 용머리해안(濟州 沙溪里 龍머리海岸)에 대하여 달리 설명하는 자료가 있다.
“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濟州 沙溪里 龍머리海岸)은 한라산과 용암 대지가 만들어지기 약 100만 년 전에 얕은 바다에서 발생한 수성 화산활동으로 인해 형성되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이란 말의 의미가 확실해졌다.
“화산 분출이 끝나고 오랜 기간 파도에 쓸려 화산체가 깎여나갔는데, 그 형태가 마치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닮아 용머리라 부르게 되었다.”
‘용머리 해안’이라 부르게 된 사연이 밝혀졌다. 그러나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의 바위’는 볼 수 없었다.
“이는 화산 분출 도중에 3번에 걸쳐 분화구가 막히고 이동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에서 화산 물질이 운반되어 쌓였기 때문이다.”
‘화구가 이동했다.’는 말도 금세 이해된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쌓여 있는 화산재 지층들을 볼 수 있다.”
제주 사계리 용머리해안의 경관은 나에게 놀라움의 영속이었다. 지층이 이리 휘어지고 저리 휘어져 있다. 숭숭 구멍이 뚫린 지층도 있고, 고개를 쳐들어야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절벽을 이룬 지층도 있다. 해안선을 따라 앞으로 갈수록 기기묘묘한 지층이 이어진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꾸만 빨려 들어간다.
처음에는 해안로의 시작 지점에서 사진만 몇 장 찍으려 했는데, 도무지 걸음을 멈출 수 없다. 신기한 지층을 만나면 자세를 바꾸어가며 찍고, 피사체를 두고 이쪽저쪽으로 옮겨가며 찍기도 했다. 정신없이 찍다 보니 해안로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오른쪽으로 멀리 높은 바위산이 보인다. ‘산굼부리일까?’ ‘산굼부리’란 ‘화산체의 분화구’를 일컫는 제주 토속어이다. 조천읍에 있는 산굼부리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때 아이들이 찾는다. 나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