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후기
- 롯데콘서트홀
- 투간 소키에프 / 에스더 유
- 드뷔시 목신 오후 전주곡 / 프로코피예프 바협 1 /
무소르그스키 전람회 그림(라벨 오케스트레이션)
#. 요즘 몇년간 서울시향의 연주 퀄리티는
편차가 커서 다소 종잡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풀랑, 베를리오즈, 생상, 라벨 같은
프랑스 레퍼토리에서 만큼은,
꾸준히 수준급의 연주를 보여줌.
#.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가장 프랑스 인상주의와 일맥상통하는
드뷔시의 이 전주곡은,
인상주의 사운드 밸런스에
물이 오른 서울시향과,
또 유난히 프랑스 레퍼토리에 걸출한 소키에프의 조합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결과물이 탄생.
#. 잘 만들어진 요리는,
식재료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있으면서도,
그 조화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천천히 맛을 음미하게 되는데,
이 연주가 딱 그랬음.
각 악기들의 소리가 선명하게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계가 흐릿하게 섞여,
나물 맛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비빔밥 같았음.
고추장도, 참기름도 과하지 않더라.
#. 여담이지만,
쯔베덴이었다면 여기다가
케첩 우당탕탕 투하했을 맛이라고 본다.
#. 에스더 유는 일종의 보급형 힐러리 한 느낌이었는데,
사실 이 곡 특성상
연주자별로 해석의 방향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기도 하거니와,
칼음정 칼박자의 힐러리한 스타일에 워낙 특화된 곡이라,
그녀보다 프로코피예프 1번을 잘 연주할 수 있는 협연자는,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스산함을 관통하는 선명한 보잉과,
다소 예민하면서도 자기주장이 강한 도약,
그리고 어느순간에는 감정이 널뛰면서,
협연자에게만 온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강박적인 연주.
실황으로도, 음반으로도 많이 들었지만,
큰 틀에서 이 방향성을 벗어나는 연주자는,
살면서 딱 한명 봤다.
(다미 누나.....)
#. 에스더 유도 일단 힐러리 한 마냥
얼음장 같은 느낌이긴 한데,
후자가 위스키바에서 직접 깎아준
세상 투명 깨끗한 정사각형 얼음 느낌이라면,
에스더 유는....
음. 방금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뽑아낸
좀 탁한 그런 얼음.
#. 그래도 일단 얼음은 얼음임.
차가움.
#. 전람회의 그림은 곡 특성상
시각적인 작품을 청각으로 대상화 한 곡인데,
소키에프는 이 곡을 다시 관객에게 시각화하였고,
그 과정에서
1) 그림 자체와,
2) 그림을 보는 무소르그스키의 주관적인 감정과 더불어서,
3) 그림을 관람하는 관람객의 모습을 제3자적 관점에서
또다시 해석을 덧붙여 그려냄.
#. 소키에프의 인터뷰 내용처럼,
각각의 곡을 하나의 소품으로 보지 않고,
큰 틀에서 통일감을 가지고,
개별적인 색채감을 입혀 만들어낸 해석에 큰 찬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