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김 용수의 편지 고이 접어 보낸다.
6월달이네 벌써... 날씨 많이 덥지? 난 하루 종일 긴 팔 옷 입는다. 반팔 입는 것 감사하게 생각해라. 날씨 덥다고 짜증만 내지 말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자주 만나서, 물론 서로들 시간이 없겠지만은..........
그러고 보니 기말고사 season이구나. 어느 덧 2001학년도 봄 학기가 저물어가는군. 시험때라 한참 바쁘겠다. 공부들 열심히 하고..... 한 학기 무사히 마감하길 바란다.
젠장.... 인사는 이쯤하고 내 소식을 말해줄까.. 난 지난 5월 25일에 충주 중앙 경찰 학교에서 2주 교육을 끝내고 자대배치를 받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경찰 의장대'가 자대다. '의장대'가 뭐하는 곳인지들 알지? 한마디로 행사있을 때 나가서 손맞춰 발맞춰 총 돌리는 그런 부대지. 이 부대에서 가장 작은 사람은 178cm 가장 큰 사람 193cm...... 여기 총 인원이 140명인데 내가 가장 막내, 쫄병이란다.
여기 생활은.. 뭐라고 말해야하나.. 시설은 되게 좋은 것 같다. 경찰대학 안에 우리 부대가 있으니깐... 밥도 되게 잘 나오고.. 하지만 굉장히... 지옥이란다. 오늘로써 여기온지 열흘이 넘어가는데 장난이 아니다. 매일 맞는다.장난같지? 나 여기 처음 온날 자살 생각도 떠오르더라. 편지로 말을 하자니 실감이 나지 않겠구나. 정말 죽고 싶었단다. 총으로 찍히고 턱쪼가리 까이고 허벅지 구두코로 까이고..
난 여기서 한 달 동안 신병교육이라고 총 돌리는 훈련받거든. 26일부터 했는데 요게 끝나면 이제 생활실 배치받아 본격적으로 훈련 매일 한단다. 글쎄.... 앞날이 깜깜하다는 말 뿐..... 이제 군 생활 두 달 했는데... 이 부대는 최고 고참 기수 밑으로는 다 맞고 산다. 그러니 나는 23개월 정도 맞고 쫄며 살아야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열흘 지나니 그래도 조금 낫다. 매일 기도한단다. 지금 편지도 고참이 볼까봐 겁나서 편히 못 쓰겠다. 답장해다오.(밑줄까지 쳐 놓았다!!!!) 별 일이 없는 한 6월 23일 4박 5일 첫 휴가 갈 것 같다. 그 때 다 같이 얼굴 볼 수 있도록 하자꾸나.
너희들 하루하루 정말 행복하다고 정말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해라..
2001. 6. 6. 수
벙어리가 된 바보가 된 이경 김용수가 6반 친구들에게
*5월 30일이 내 생일이었단다. 나느 그 날 아무 말도 못 했고 어김없이 훈련하고 맞았단다. 젠장...... 답장에 쓸데없는 말 되도록 쓰지마라.부탁한다...
[용수 자대 주소]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언남리
산 88번지 국립 경찰 의장대
이경 김 용 수
우편번호)449-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