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세칭 명문고, 명문대의 ‘엘리트 코스’를 밟거나 고시를 통해 인생 역전을 이룬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통계는 희망이 잘 보이질 않네요.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의 일반고 출신 중에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출신이 42.5%에 이른다고 하며, 2009년에 신규 임용된 판사의 37%는 강남3구와 특목고 출신이라고 합니다. 교육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신분 상승의 사다리지요. 가난하지만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됐지요. 오늘자 동아일보엔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네요.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특목고’로 이어지는 새로운 엘리트 코스를 밟기 위해선 매년 수업료와 특별활동비에만 1000만 원 정도를 쏟아 부어야 한다고 합니다. 높아진 교육비용 부담으로 양질의 교육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교육의 신분 상승 기능도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가난할수록 꿈도 가난해지는 세태의 흐름이 일반화 됐다는 것입니다. 혹한만큼이나 춥게만 느껴지는 씁쓸한 시류(時流)지만, 다가오는 봄과 함께 뜨거운 희망을 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