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악 봄이 깊어지기 시작하면 마음속에는 누군가 앉아줄 것만 같은 빈의자가 생긴다.
그러한 나날이 깊어지면... 섬진강 바람따라 며칠을 두고 걸었던 어느날을 떠올리며 꽃잎은 강물에 흩날리고 수박향 간직한 은어가 산다는 곳으로 떠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깍거리는 시간이 촘촘히 수놓아지는 혼자만의 시간이 아닌... 함께라서 뭉텅뭉텅 흐르는 즐거운 시간이 아쉬운 우리들의 여행이었네.
어릴적 흔들리는 수학여행 버스안에서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서면..'을 목청껏 부르던 날과 같이 우리는 함께 허밍을 하고, 장난을 치고, 서로의 농담에 푸파거리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덜컹거리는 캠핑카는 7명이 다리를 쭈욱 펴고 앉기에는 비좁았지만, 어쩜 그래서 더 신났을 수도...
부대끼며 알아가는 친구는 금방 흉허물이 없어 지는 것이니깐....
한치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적요한 밤의 평사리 강가에서 한잔술로 오늘의 반가움을 나눈다.
이리저리 잘 거둬먹이기 잘하는 바람실장님과 생각쟁이님은 어느새 캠핑카안을 먹거리로 가득 채워 두었다.
그리고 JK님의 21살 발렌**은 7년을 더 기다려 28년산이 되어 있었고^^
포비님, 정우야님, 거오연오님....참한 아가씨들은 또 주섬주섬 가방을 열고 먹거리를 보탠다.
그렇게 밤은 소리없이 왁자지껄하게 지나간다.
이른새벽... 명랑한 종달새 목소리의 낯선 두드림에 빼꼼 모두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아침의 강변으로 나선다.
아...이런이런 섬진강과 통영의 충무김밥이라니... 아침식사로는 절묘한 배합이다.
신새벽을 떨치고, 서울서 멀리 내려온 친정조카를 반기는 고모님댁의 마음처럼 후린노오또님과 후노사님은 따뜻한 국물을 하나하나 챙기시며 하나라도 우리를 더 먹이려고 열심이시다.
아이코... 아침먹다가 코끝이 찡하네....훌쩍~
광양의 매화마을은 여전히 분주하다.
매화가 필때쯤이 아마 일년중 이 작은 마을이 가장 활기찬 시절이리라.
이 계절에 벚꽃이 필때만 올라온다는 싱싱하고 커다란 벚굴(강굴)과 빙어튀김이 행락객의 들뜬 발걸음을 잡는다.
꽃은 아직 일렀으나... 그게 머 대수일까?
하나하나 우리 모두가 꽃처럼 웃고 있는데...
시간이 천천히 서로에게 흐르면 아마도 우린 매화마을에서 해마다 알맞게 숙성되어 영그는 매실짱아치같이 담담하면서도 새콤하고 늘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런 친구들이 되리라..
여흥을 돋구기 위한 품바공연단의 신나는 트로트음악에 행락객 아주머니들은 신이 나셨다.
어디서 배운춤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생생하지만 격렬한 춤사위가 어쩐지 서글프다.
분명 코믹한 복장을 하고 걸진 욕설과 섞어 부르는 구성진 노래가 흥을 돋아야 마땅한데, 절창에 가까운 노래와 힘차게 두드리는 북소리는 이상하게 절박한 비장미가 느껴졌다.
길에서 떠돌며 사는 자들의 애환이랄까? 아마도 길에서 기예를 파는 이들이 갖는 숙명일테지.
끼가 넘치는 아름다운 그들에게 마음속의 박수를....
악양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최참판댁은 고즉넉하기보다는 다소 어수선한 모양이다.
서희와 길상이가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맺어 졌으나, 일제시대와 현대사를 관통하며 결국은 등돌릴 수밖에 없던 시절에서는 이미 멀리 와 있다.
다만... 악양뜰을 지키는 부부소나무의 모습만 한결같나니....
토지정리를 위해 밀어 부치려던 공무원들을 악양주민들이 막아서지 않았다면, 악양의 백미가 된 부부소나무가 서 있는 악양뜰은 만나지 못했으리라...
그리하여 그 땅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의 오랜 심미안은 개발이니 발전보다 절대로 옳다.
역시 남도 밥상은 푸짐하다.
이렇게 떡 벌어지게 한상이 일인분에 1만원이라니....
서울인심이 남도 밥상만 같다면 팍팍한 일상이 좀 더 수월해지리라.
다랭이마을 끝에 서면 남해를 오가는 부지런한 바지선과 해녀를 실어 나르는 배들로 분주하다.
그 바다를 한참을 바라보며 서 계신 유유자적님의 뒷모습은 영화속의 로맨스 그레이처럼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바다를 보고 계신 유유자적님을 한동안 바라 보았다.
바다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생각쟁이님의 바다는 다른 모습이었으리라...
아....저 철계단 우찌 저리 흔들리는고... 우씨...못 건너가겠다^^ ㅋㅋㅋㅋ
남해의 일몰은 여전히 아름답다.
하릴없이 며칠을 보냈던 몇해전의 한적한 나날들의 일몰과도 닮아 있다.
캠핑카를 ㄷ자로 맞추어 두고 부지런히 타프를 치는 분들은 분주하였고, 나처럼 거들 일손이 적은 우리들은 점점 연홍색으로 물들어 가는 모래를 밟거나 방파제에 올라서 지는 해와 눈맞춤을 부지런히 한다.
살구색에서 점점 다홍색으로 변해가는 바다곁으로 조용한 걸음을 옮기는 정우야님이 스쳐 지난다.
가볍게 움직이는 그녀가 일몰속으로 빨려 들어갈까봐 나도 모르게 멀리서 손을 내밀뻔 하였다.
남자들이 저렇게 바짝 붙어 앉아 나란히 앉으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술, 운동, 여자? 이야기^^
간밤에는 비가 몹시도 내렸다.
캠핑카의 이층에서 잠든 나는 밤새 내내 장대비속을 부유했느니...
타닥타닥 규칙적으로 캠핑카의 천장을 두드리는 빗속리는 마치 북소리같다... 멀리서 부르는 먼북소리...그도 아니면 나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였을지도...
이른 아침 비오는 남해의 방파제위로 세대의 차가 나란히 들어간다.
음악을 한껏 틀어두고 습습한 바람은 창문을 잔뜩 열어두고 맞는다.
어여쁜 그녀들이 창가로 나와 꽃처럼 웃는다.
그순간...나즉한 목소리로 성시경은 '거리에서'를 들려 주고 있었다.
빗방울이 맺히는 창밖으로 남해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흐릿해진 창으로 풍경조차 희미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해서 없는 것은 아니지..
그리웠던 풍경을 두고 다시 복작거리는 서울로 돌아가야 하리라..
다만, 이곳에 두고가는 것은 마음이고 가져가는 것은 함께 여행을 나눈 친구들과의 우정일테지.
어느때 보다 행복했던 비누방울처럼 몽글몽글한 2번의 밤과 2번의 낮의 추억.
이젠 시간이 흘러도 혼자 걷던 길과 함께 폴짝 뛰어 오르던 그 순간과 진주에서 모두들 조금씩 눈시울이 붉어지며 후린노오또님과 후노사님께 손을 흔들던 때를 기억할 테지.
이 모든 시간들이 모두에게 참 고.맙.습.니.다.
더 많은 글과 사진은...
블로그 <물꼬기's on the road> http://blog.naver.com/eonmi_blue
전 영상통화로 그날 뵈었는데요^^ 인상적이었어요.ㅎㅎ 네 저도 실제모습 곧 보고 싶어요. 오프에서 만나요.
허걱~~~~ ==3 ==3 ==3
허걱~~~~ ==3 ==3 ==3 (2)
나 잘했죠?? ㅋㅋ
ㅋㅋ 그 자리에 물고기자리님외 3명이 더 있었습니다..^^
아~~~ 이런.... ㅋㅋㅋ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학창시절에 가지 못한 수학여행은 평생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소외감으로 남는 것처럼 후회가 마구마구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잉카님과 함께 다시 수학여행을 떠날 날을 기다려 볼께요. 모두 다시가면 또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요^^
예쁜 추억 많이..부럽습니다.함께 추억할날이 빨리오기를...바래봅니다^^
네..언제든 함께 하세요.
New 다크호스 후기열공이심다.~^^* 같이 다녀온거 같을 정도로 감이 팍팍!~! 옵니당....~~^^
사진도 잘찍으시고 ~ 글도 맛깔나게 쓰시고...
물고기자리님이 왤케 인기가 많으신지... 감이 옵니당..^^*
조만간 뵙기를 바라며...~~~
저도 이번에는 혹 뵐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서운해요. 담에는 꼭 뵈어요.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나도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다녔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좋은 추억 많이 간직하세요~~
마음만 먹으신다면 곧 실행할 기회가 생기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한 눈에 보기 좋은! 정리가 잘 된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당 ㅎㅎ*^^*
넵~ 감사합니다. 늦은 눈이 내린 목요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