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스타데이지가 있는 풍경
- 대구수필가협회 문학기행 후기
“ 이게 무슨 꽃이지? ”
“ 들국화, 망초, 아니야 마거릿이야. ”
“ 옳지, 샤스타데이지구나. ”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곳, 창백한 얼굴로 흰 꽃 듬성듬성 피어있다. 옹기종기 모여 자태를 자랑하는 무리, 아니다. 다가가 보니 장성한 아이를 바라보는 어미의 안타까운 얼굴이다. 꽃의 시선 끝엔 허옇게 드러낸 강바닥, 거북이 뒤집혀 버둥대는 모습이다.
꽃은 누가 종용하지 않아도 의무감으로 핀다. 아무리 사람들이 욕심으로 때 아닌 것을 생산하지만 그건 일회용 위안일 뿐, 야생으로 피고 지는 꽃은 인간의 마음속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지금쯤 그곳엔 무슨 꽃들이 필 때라며 꽃 여행을 떠나는 무리처럼 나타난다.
봄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 안엔 끝나지 않은 세균과의 전쟁, 밖엔 전쟁으로 이름을 잃어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돌파구를 찾으려 해도 인간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모두 해결할 것 같은 욕심, 지금 그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저 무채색 꽃처럼, 순수시대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사스타데이지, 너에게 전언 보낸다.
이젠 봄꽃들이 돌아갈 때, 아쉬워서 친구들을 어떻게 보냈니. 어젯밤 밑줄 친 문장, 다시 읽을 때, 전율을 느끼지 않았니. 너란 미지수, 늘 허둥지둥 다니는구나. 잡으면 젖은 빨래가 될 것 같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 조간신문 부티크 광고란에 가로로 진열된 킬 힐 몇 가지를 보면 네 생각이 나. 어떤 걸 고를까. 문을 여니 그중 하나, 너는 굽 높은 하얀 색 데이지. 선물로 피어있어. 송곳 같은 붉은 색, 그건 강렬해. 언제나 희미하게 네 곁에 있고 싶어. 해가 도화지 바탕색 위로 쏟아지고 있어. 물들기 전에,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보낼게. 날달걀 피막 같은 비릿한 ‘사스타데이지’를 위해, 삐꺽! - 졸시, 사스타데이지에게
오늘 소풍, 많다. 만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은 마음인가. 더군다나 그동안 몇몇 문우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더욱 가라앉은 모습, 얼굴이 데이지꽃 색이다. 터덜터덜 먼지 나는 길을 따라 걷는데, 어디서 기우제라도 지내는가. 중모리장단이 들린다. 자지러질 듯, 힙합도 아니고 어디서나 울리는 트로트 메들리도 아니다.
무념으로 선을 따라 걷기만 하는 문우들이 어울린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어깨춤, 흥얼흥얼 허밍 코러스 이어진다. 그래 한 판 놀아 보자. 가까이 우리 것이 있지. 이게 바로 제철 꽃이로구나. 덩실덩실 하늘하늘, 바람이 아무리 꽃을 흔들지만 줄기가 부러지진 않아. 우리 이렇게 살아오고 있잖아.
자글자글 온몸으로 햇볕 받으며 양파 캐고 있을 오늘, 어미 양파는 이제 제 일 다 했다며 널브러져 있는데, 수놈 양파는 아직도 무슨 작심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가. 그 모습을 보던 사십 년 지기 이르는 말, 농사일이야 하루 미루면 되지만 소풍은 날 지나면 돌아오지 않으니, 이것저것 생각 말고 훌쩍 다녀오소. 촌부의 마음 삼행시로 이어본다.
충 – 충분했어요, 그만하면 할 만큼 했어요
주 – 주구장창, 식솔 위해 사내 기개 굽히고 살아왔는데
호 – 호연지기, 오늘 하루 충주 제천 단양 모인 청풍명월에서
무장무장 마시고 까무룩 졸도하고 오이소
내남없이 더불어 춤을 춘다. 이 아우성 끝나기 전에 기다리고 기다리는 염원 하나로, 마른 땅 흠뻑 적실 소나기라도 쏟아져라. 소리는 점점 자진모리장단으로 바뀌고 있다. 얼쑤, 꽃과 더불어 어울리는 한 판 춤이로구나.
첫댓글 캬~~~
글맛 최곱니다 ~~^^
멋지다!
글도 멋지지만 40년 지기 마음이 더 멋지다 ^^
사랑이 듬뿍 담긴 글과 삼행시를 봅니다.
문학기행에서 선생님을 만나 특히 반가웠어요.
백일장에서 상을 드리게 되어 더욱 기뻤지요.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홧팅!
회장님 이하 회장단의 깔맞춤 준비와 모든 문우님 덕분에 맘껏 즐긴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져요!
신노우 회장님,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