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지회(絶纓之會)

[전채근]

절영지회(絶纓之會)

 갓끈을 끊고 즐기는 연회라는 뜻으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거나

어려운 일에서 구해주면

반드시 보답이 따름을 ​

절영지회(絶纓之會)라고도 한다.

絶 : 끊을 절

纓 : 갓끈 영

    之 : 어조사 지

宴 :잔치 연

춘추오패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초나라 장왕이 전쟁에서 돌아온

부하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성대하게 연회를 베풀고

밤늦도록 즐기고 있었다.

이때 총희(寵姬)로 하여금

옆에서 시중을 들도록 하였다.

갑자기 광풍이 불어 촛불이

모두 꺼져버린 가운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현듯 왕의 총희(寵姬)가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전하, 지금 어둠을 틈타

누군가 저를 희롱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제가 그자의 갓끈을 끊어

손에 쥐고 있사오니

어서 불을 밝혀

범인을 잡아주시옵소서."

그러나 장왕은 촛불을

켜지 못하도록 제지하고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은

자신의 갓끈을 끊으라.

갓끈을 끊지 않는 자는

연회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

나중에 촛불을 밝혔지만

모두의 갓끈이 끊어진 채였으니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왕의 사랑하는

여인을 추행했으니

범인이 밝혀지면

목이 달아날 정도의 큰일이었고,

왕의 위엄에 흠을 주는

큰 사건이었지만

장왕은 술자리에 총희를 부른

자신의 경솔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범인을 용서한 것이다.

3년 후 초나라는

진(晉) 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는데,

장왕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죽음을 무릅쓰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장왕을 구한 장수가 있었다.

그때 장왕이 묻기를

"내가 그대에게

특별히 잘해준 일이 없는데

어찌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는가?"

"신은 이미 3년 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당시 갓끈을 뜯긴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그때 대왕의 온정으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목숨을 바쳐 대왕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절영지회(絶纓之會)

지도자의 관용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고사 성어입니다.

어디 지도자뿐이겠습니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만 옳다고 우기고

상대는 틀렸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근시안적인 행동입니다.

장왕은 살벌해질 수도 있는 순간을

지혜롭게 넘겨서

잔치도 흥겹게 즐겼고,

결정적인 순간

보답을 받아 목숨도 구하고

전쟁에서 승리도 했다.

어떤 일에

잘잘못을 따지면서

집착하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나고 나면 다 이해되는

사소한 일을 순간을 참지 못해

크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천천히 너그럽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봅니다.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