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략 오후 1-2시가 되면 걸려오는 전화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J라고 답변이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걸었더니 옹알옹알 떠들어대는 J! 하도 다른 사람들과 말섞고 싶어하고 전화통화하고 싶어해서 새로 휴대폰을 만들어 주었답니다.
그렇게 시작하고보니 매일 비슷한 시간이 되면 전화를 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J. 이제 막 2학년 1학기를 마쳤고 학교에서의 평가도 아주 긍정적이라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그러하였듯 앞으로의 향방도 낙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J를 생각하면 할수록 엄마의 위대한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세 때 아직 기저귀도 못 떼고 밤마다 소변을 싸야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을 이만큼 바꾸어놓았으니 저의 조언 하나하나를 그대로 실천하고, 한 개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5세에서 10세까지 이토록 한결같은 J맘을 정말 존경합니다.
J가 발달학교 다니는 중에 쌍둥이 동생까지 보게되서 J의 교육에 소홀해 질 수도 있는 처지였건만 이를 핑계로 J에 대한 연속된 조치를 조금도 놓치 않았습니다. 참으로 저조차 존경하고픈 모델상입니다.
J와의 통화는 때로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묻는 말에 바로바로 답변이 안 나오기도 하고, 본인이 하고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고, 생각과 달리 발음이 꼬일 때도 있고 등등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 질문에 열심히 답변해 보려는 열성은 기특하기만 합니다.
지금까지의 진전이라면 앞으로의 발전은 더욱 가속이 붙을테니 이런 점에서 저는 언제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부모만이 우리 아이들을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산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마 오늘도 전화는 올 것이고, 사람들과 말하고 싶어 그 욕구를 열심히 해소하고 있는 J는 또 성큼 성장해 갈 겁니다.
그저께 손톱을 세우고 사람들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던 완이는 어제는 태균이한테까지 진한 자국을 남기다못해 자해까지 했습니다. 준이의 상처는 보기에도 마음이 아픕니다.
공격성의 원인은 결국 입병입니다. 아랫입술 왼쪽 크게 염증이 돋았으니 제주도 올 때부터 입병을 가지고 왔기에 이제는 그 주기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종일 먹지도 못하고 짜증과 함께 공격성을 보이기에 녀석이 누군가의 옆으로만 가도 화들짝놀랄 지경입니다.
평생 양치질을 하지않은 댓가입니다. 양치질만 하려고 하면 어찌나 거부가 심한지 이제는 감당불가입니다. 아침마다 이부자리 질펀한 소변과 양치질조차 못하는 이 현실은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선순환과 악순환의 전형을 J와 완이에게서 진하게 보게 됩니다.
선순환과 악순환의 극명한 차이는 끝없는 노력과 방치라는 긴 세월 속에서 축적한 극과 극의 결론일 뿐입니다. 제 역할이란 긴 세월의 축적 과정 속에 꼭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조언입니다. 이 역할을 넘어 이미 악순환에 접어든 완이를 위해 애를 써대니 제가 쓰러질 지경입니다.
두 달간의 제주도 생활에서조차 악순환의 고리를 개선해보고자 어제도 바다에 데려가봅니다. 입병때문에 계속 심각한 표정이지만 저녁 7시까지도 바다를 떠나질 못합니다. 물놀이라도 싫컷 하게하는 것이 그나마 악순환에서 조금이라도 끼어들어갈 수 있는 조치입니다.
선순환의 고리로 진입하면 선이 선을 계속 낳지만 악순환의 고리로 진입하면 악이 계속 악을 낳게 됩니다. 일정 세월동안에는 어떤 신神이든 노력의 기회를 주고, 실수를 만회시켜주려하고, 보상해 줄 꺼리를 주려고 지켜봅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신의 노력에는 언제나 세월의 한계를 둔다는 것! 그 한계에 다다르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어떤 형태의 결론을 밖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매일 변함없는 바다의 파도 속에도 무한한 이치가 들어있으니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먼 곳에서의 바람이 내 눈 앞에 펼쳐진 파도의 모습이 됩니다. 그 먼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각자 인생의 결과이니, 제가 간여할 수 없는 그 영역일지라도 그저 노력하는 수 밖에!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풀어봅니다.
첫댓글 바닷물 속에 있는 태균씨 보니 더위가 좀 물러가는것 같습니다.
선순환, 명심해야지 합니다.🌻🥀‼️
선순환과 악순환 마음에 많이 남네요.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