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보문산성과 테미고개 사이 골짜기에 대사동(大寺洞)이 있디. ' 한절골'이라는 우리 말 땅 이름을 가진 곳. 그 곳 5거리에는 당산나무 한 그루가 동네 어귀를 지키고 있는데, 당산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이다.>
왜 正月(정월)인가?
엊그제(2월 5일)는 음력 정월 대보름이었다.
설날이 엄숙한 날이었다면 정월 대보름날은 상원(上元)이라 해서 풍성한 행사나 민속놀이가 집중적으로 많다. 쥐불놀이, 보름날 더위팔기, 오곡밥 먹기, 부럼 깨물기, 동제나 고사 지내기, 줄다리기 고싸움. 점치기 윷놀이 등. 우리 고유 민속놀이의 190여 가지 중에 정월에만 2/3이상이 있고 그중에서도 보름에 몰려 있다고 민속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정월(正月)이란 말이 궁금해진다.
왜 정월이라 했는지, 언제부터 정월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등.
문헌을 뒤적일 수밖에 없다.
사마천의 <사기> 자료를 본다
고대에는 새로운 王朝(왕조)가 들어서면 曆法(역법)을 바꾸어 자신이 天運(천운)에 따랐음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하나라 때의 夏曆(하력)은 正月(정월)이 寅月(인월)이고, 은 나라 때 殷曆(은력)은 정월이 丑月(축월: 음력 섣달)이었고, 주나라 때의 周曆(주력)은 정월이 子月(자월:동짓달)이고, 秦曆(진력)은 정월이 亥月( 해월: 음 10월)이었는데, 漢代(한대) 이후로는 夏曆(하력)을 사용 하여 인월 즉 1월을 정월로 정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후로 한나라와 같은 하력을 사용했단다.
아하 그렇구나.
왕조가 바뀌면 새로운 왕들은 하늘의 아들(天子)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천문을 보고 새로운 역법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역경과 음양오행설에 근거하여 그들의 정당성을 이치적으로 설명하고 합법화하여 온 천하에 알렸던 것이다.
해 길이가 가장 짧은 시기인 동짓달(음 11월)을 정월로 정하고 그 달을 12간지(子,丑,寅...)의 처음인 자(子)월(月)로 정하고 음력 12월 섣달(중국에서는 납월(臘月))은 축(丑)월로, 현재의 1월은 인(寅)월이라 불렀던 것이다. 동짓달은 음(陰)이 끝나고 양(陽)이 시작하는 달이니 1월로 삼을 만도 하다.
어둠인 음이 끝나고 밝은 태양의 시절인 양이 시작되니 그 아니 기쁘지 아니했겠는가. 만물의 소생이요 부활이니..
우리말의 ‘동지, 섣달이니,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의 의미가 왜인가?
그러고 보니 상/은(商/殷)나라는 동이(東夷)족의 나라라는데, 그래서 그 때는 12월을 섣달이라고 불렀고, 그 <섣달>은 ‘설이 있는 달 = 설달’에서 나왔다는 어원 유래가 그럴 듯 해 보인다. 은나라의 고대 풍속이 우리말 속에 여지껏 살아남아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 국뽕인가.?
그런데 왜 정월(正月)이라 했을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월은 ‘바를 정(正)'자의 正月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바를 正자’가 사실은 글자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바르다는 뜻이 아닌 ‘정벌’의 征(정)으로 쓰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正자를 분해해보면 一과 止로 이루어진 글자란다. 그런데 이것이 갑골문자에서는 한 一 이 네모진 사각형 口 + 止으로 이뤄져 있고 여기 네모진 사각형은 ‘에운 담’ 위자로 사방 성벽으로 된 나라를 뜻 한다. 止 자는 병사들의 발걸음을 나타내어 다른 성읍(城邑) 국가를 쳐들어가는 의미란다, 이 정벌에는 당연히 타당한 정의로운 명분을 앞세워야 했으니. 이 정벌의 의미가 곧 ‘정의’로운 명분의 뜻으로 고정되면서 오늘날의 뜻인 ‘바를 정’으로 쓰이게 되었단다. 후에 정벌을 나타내는 글자로는 정벌(征伐)의 征자를 만들어 쓰게 되었고. 이른바 후기자(後起字)의 탄생이다. ‘正’은 ‘征’의 본래 자인 것이다.
정월(正月)의 ‘正’자에 이런 섬뜩한 사연이 있다니.
‘내가 하는 것은 진리요 정의이니 나를 따르라‘ 하는 기치를 휘날리면서 창검을 휘두르며 상대방 성벽을 향해 내닫는 옛날의 군대 모습... 지금인들 크게 변했으리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이 그렇고.
사실 서양의 삼월인 ‘March’ 역시 불의 신(神)이요 군신(軍神)인 Mars에서 나왔고, 화성(火星)인 Mars가 3월 달의 이름에 들어간 것이 군대가 열 지어 싸움터에 나가는 행진(march)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3월이 싸움터에 나가기 좋은 달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달이다. 이렇듯 옛날에는 동서양 모두 싸움이 일상적인 일이었는가. 하긴 반 만 년 우리 역사에 전쟁이 하도 많아서 5년에 한번 꼴이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도 있으니.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이 반듯하고 바르게 시작한다는 정월(正月)이라면 나머지 11달도 잘 되어 갈 것을 바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죽이는 전쟁도 없고 굶어 죽는 흉년도, 아프게 하는 질병도 없이 평안하고 행복한 시절이 되기를. 그래서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등 따숩고 배부른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고, 동네의 무사안녕(無事安寧)을 빌었을 것이 다.
그래서인지 정월 설을 쇠고 나면 여기저기 당산나무 아래에서, 고개마루 서낭당에서 고사를 지내고 쥐불놀이며 하는 보름맞이 민속이 많다.
현대화, 산업화 물결 속에 많이 사라져가고 있어서 아쉽지만.
어둡고 춥고 지리한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달, 정월에 희망의 달이길 빌어본다.
밥을 아홉 그릇이나 먹고 나무를 아홉 짐하고.. 일을 열심히 하란다.
(2023.02.07.(화) 자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