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띠딩..띵띵…땅..띠딩..띵띵..~~”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실눈을 뜨고 한 손은 전화기를 찾고 있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누가 전화를 하는 거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제의 산행으로 천근만근 한 몸을 실감 나게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 전화였다. “어디냐고 확인하시고는 마음이 안 좋으니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갔으면 하신다고...” 당신들 집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아침 7시 몸은 무거웠지만, 지난번에 하신 말씀도 있고 해서 한 시간쯤 더 누워있다가 라면 하나로 아침을 해결하고 씻고 서둘러 나갔다. 벌써 시간은 10시를 다가가고 있었고 나는 조급해졌다.
부모님 댁은 차로 20분 안에 가까운 거리였지만 머릿속에 온통 어디로 꽃구경이라도 가야 하나, 아니면 어디 바닷가라도 가서 바람을 맞고 와야 하나,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친구들과 파3 연습장을 갔다가 들른 제부도가 생각이 났다. 몇 달 전이지만 전곡항에서 제부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도 있었던 기억이 있고, 바다향기수목원도 생각이 났다. 또 영흥도 수산물센터도 연달아 꼬리를 물었다.
약속한 시각보다 조금 늦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주유소를 들러 기름 넣고 자동세차도 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국도보다는 빨리 달리는 고속도로를 선택해서 기분을 더 돋우려고 했다.
출발 한 시간 반 정도 지난 후에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을 때다. 시간은 12시 근처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난 우리가 가려는 수목원에 식당이 없으니 식사를 하시고 들어가지고 제의를 했고 부모님도 동의하셨다. 결국, 우리는 수목원을 지나쳐 요즘 제철인 주꾸미 샤부샤부를 먹기로 하고 내가 알고 있는 횟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부모님 두 분 다 많이 걸어 다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하셨다.
아버지는 심혈관이 막히는 바람에 쓰러지셔서 수술받으셨고 그 후로 나아지셨지만, 전처럼 힘을 쓰거나 많이 걸어 다니시지 못했다. 어머니는 무릎 관절이 약해지셔서 많이 걷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셨다. 그러니 우리의 관심은 덜 걸을 수 있는 것으로 정해졌고 상의 끝에 차를 돌려서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로 향하고 있었다.
난 마음이 급했다. 바다향기수목원으로 가야 하는데 해상케이블카로 가는 예정에 없던 일이 생긴 것이다. 더군다나 일요일이었다. 전에 친구들은 평일이었는데도 한참을 기다렸다. 순서가 돼서야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전곡항 쪽 해상케이블카 타는 곳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부모님에게 천천히 오시라고 한 뒤 난 서둘러 매표소로 올라갔다. 다행히 사람들은 전보다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잊은 것이 있었다. 부모님들의 신분증이 있어야 경로우대를 받아서 2천 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케이블카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두 분 해서 4천 원을 할인 받을 것인가? 그냥 탈것인가? 케이블카 탑승 대기시간은 길지 않았다. 5~10분 정도 다시 주차장 쪽으로 가서 결국 부모님들의 신분증을 받아 할인받아 해상케이블카에 탑승 멋진 광경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부산 송도에 가서 탔던 케이블카가 생각났다. 부모님에게 말씀드리니 “아들 넌 어떻게 그리 많이 다녀봤냐?”고 물어보시는데 순간 같이 다니지 못해서 죄송한 생각에 변명했다. “모임이 있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녀요~”. 어쨌든 사진도 찍고 케이블카에서 보는 멋진 바다 전망을 느끼면서 이야기하는 중 제부도 쪽 해상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다.
이제 점심을 위해 우리는 쭈꾸미 샤부샤부 이야기하면서 케이블카에서 내려 1층으로 내려오던 중 바로 사진 인쇄소에서 우리를 보면 한 직원이 “여기 사진 나와 있습니다.” 하면서 나를 보고 웃는 것이 아닌가? ‘아차 케이블카 타면서 카메라를 든 직원이 사진 찍었었지….' 난 사진을 보고 사들여 부모님들께 보여드렸다. 두 분은 다 놀래셨다. 불과 몇 분 만에 반대편에서 사진이 나왔으니 신기하다고….’ 나는 휴대전화와 비슷한 원리라고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고 횟집으로 향했다.
관광지 식당이라 많이 부족했지만, 부모님 앞이라 싫은 내색은 못 하고 그래도 맛있게 주꾸미 샤부샤부를 즐겼고 해물파전까지도 추가했다. 결국은 파전은 조금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많은 젊은이가 전기 스쿠터나 전기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3발 전기 스쿠터의 형태도 보였다. ‘그래 전기 스쿠터다’ 난 속으로 외쳤다.
나는 부모님에게 식사 중에 제부도 해안 산책로가 바닷가를 끼고 만들어졌으니 같이 돌아보자고 하였으나 이도 힘들다고 다리 아파서 안 된다고 하셔서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반대편 해안가에는 백사장이 형성되어 많은 인파가 텐트도 치고 휴일을 즐기고 있을 테고 물 빠진 해안가 끝에는 제부도의 명물 매바위가 3개가 있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부도 온 이상 일단 제부도의 이것저것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나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꿈도 잠시 물거품이 되었다. 전기 스쿠터 임대하시는 주인 사장님 왈 “제부도 섬 일부 도로에는 과속방지턱이 30개가 있어서 어르신들이 스쿠터를 타고 오시면 전부 허리가 아프다고 하신다.” 하시면서 극구 반대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또다시 아쉬움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려 해상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보면 “저기 청룡열차 같은 게 지나가네?” 하시는 것 아닌가? 나는 “어디요?” 하면서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해상케이블카 타워 건물 앞에는 놀이동산에서 아이들이 타는 작은 플라스틱 통 같은 걸 엮어서 만든 기차 같은 것을 남녀노소 타고 다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이들이나 타는 것 아닐까?” 하면서 일단 그곳으로 우리는 발걸음을 향했다. 가서 보니 '청룡열차'가 아니고 일명 '통통열차' 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 같은 중년 남자라도 가리지 않고 줄 서서 일명 통통열차를 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결국 통통열차 왕복권을 끊어서 사륜오토바이가 끄는 통통열차를 타고 제부도를 한바뀌 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해상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차를 주차했던 전곡항 쪽으로 넘어갔다. 아직도 저녁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바다향기수목원을 들리실지 여쭈어보았으나. 이미 당신들은 피곤하신 모양이었다. 천천히 드라이브 삼아 집으로 가지는 말에 나는 영흥도 대부도를 지나 시화방조제를 건너 오이도 배곧 소래 포구를 건너 집으로 향하는 코스로 잡았다. 오는 길에 더워진 날씨에 아이스크림도 먹고 얘기하면서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점심에 반주로 소주 한 잔 하시던 아버지는 잠깐 졸기도 하셨다.
난 결혼 후 부모님들과 나 이렇게 셋이서 여행을 해본 적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20대에는 친구들과 결혼 후에는 부인 그리고 애들 그 후에는 모임과 친목에 지금은 나름대로 삶의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다.
부모님에게 용돈 드리고 기념일에는 형제들과 돈 모아서 여행 보내드리고 맛있는 거 사드리고…. 그게 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50이 넘어서 80이 넘으신 부모님과 반나절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서 내가 너무 마음만 앞서 부모님의 나이나 건강상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죄송스러웠다.
조금 더 시간을 만들어서 부모님 여행하고 싶어 하는 곳을 가야겠다. 많이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천천히 하는 여행을 만들어서 내가 아버지의 심장과 어머니의 무릎이 되어야겠다.
2022년 4월 10일 자영
첫댓글 아름다운 글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애잔함은 끝이 없습니다. 세월이 흘려도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부모님에 대한 사모곡은 한없는 넓은 바다와 갖기도 하고요..좋은글 잘봤습니다.
사진은 보릿고개 그때 그시절 고봉에 하얀쌀밥을 먹는것은 특별한 날 아니면 힘들었죠..이팝나무꽃이 필때면 그때 그시절 힘들어서도 대가족이 함께했든 그 시절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립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효를 봅니다~
응원합니다.
예사랑님 고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힘찬 박수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