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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남릉 연봉
만고의 정령 주흘산 萬古精靈主屹山
창연하고 웅장하여 나라 남쪽 관문이 되었네 蒼然雄作國南關
손님이 와서 신선 되어 사는 방법을 청하니 客來乞得栖仙術
옥실에서 대환단 만드는 법을 가르치네 玉室從敎草大還
―― 백담 구봉령(栢潭 具鳳齡, 1526~1586), 「문경에 머무르며(留聞慶)」
▶ 산행일시 : 2017년 5월 27일(토), 맑음, 바람 솔솔
▶ 산행인원 : 16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5.0km
▶ 산행시간 : 8시간 40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29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07 - 문경시 문경읍 평천리 성황당이재 근처, 산행시작
09 : 52 - 695.5m봉
10 : 13 - 헬기장
11 : 26 - 주흘산 주봉(主屹山 柱峰, 1,079.0m)
11 : 50 - 1,030m봉
12 : 57 ~ 13 : 40 - 개그늘(蓋陰洞), 평천2리 마을회관, 점심
14 : 26 - 760.7m봉
15 : 09 - 도토메기고개
15 : 40 - 주흘산 주릉
15 : 50 - 주흘산 영봉(靈峰, 1,108.4m)
16 : 30 - 다시 주흘산 주봉(1,079.0m)
17 : 10 - ┣자 갈림길
17 : 47 - 지곡2리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7 : 55 ~ 19 : 50 - 문경, 온천, 저녁
21 : 3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
1-1. 주흘산 영봉 정상에서
2. 포암산(布巖山, 963.1m)
3. 월악산 영봉, 그 왼쪽은 중봉, 영봉 앞은 만수릿지
▶ 주흘산 주봉(主屹山 柱峰, 1,079.0m)
“문경의 진산(鎭山)이기도 한 주흘산(主屹山)은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란 한자 뜻 그대로
문경새재의 주산이다. (…)진남교반을 지나 마성면 너른 들판에 들어서면 앞쪽으로 기세당
당한 산이 하나 버티고 있다. 한눈에 비범한 산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이 후련할 정도다. 양쪽 귀를 치켜세우고 조화롭게 균형미를 갖춘 산세에 주변의 모
든 사물이 이 산의 기세에 그만 압도당하고 만다(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주흘산 동벽. 그 흘립한 기세를 멀리서만 바라볼 때는 당당한 모습이 일대 장관이지만 막상
거기를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긴장하여 나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괸다. 우리에게 아직
미답으로 남은 (남겨놓은) 코스다. 문경시내 외곽 벚나무 가로수길 지나 팔영리로 들어간다.
주흘산이 보이지 않게 쑥 들어간 산간고개 성황당이재가 들머리다.
덤불숲 뚫고 생사면을 오른다. 이어 잡목 헤치며 긴 한 피치 오르면 엷은 능선에 이르고 오른
쪽 사면은 전망이 훤히 트이게 벌목하였다. 고개를 들자 우리가 오를 주봉 연릉의 동벽이 거
대한 장성으로 보이고, 오른쪽 건너편에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베 조각을 이어 붙여놓은 듯
한 포암산의 하얀 남벽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숲속. 인적 드문 밀림이다. 숲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대기는 삽상하다. 절정의 봄날을 간다.
숲향에 취해서다. 저마다 사면을 누비며 간다. 그러다 695.5m봉에서 자연스레 모인다. 첫 휴
식한다. 단주 중인 상고대 님이 울릉도에 가서 높은 파도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아 하루를 더
묵었다나, 오늘 산행에는 나오지 않았다. 하여 지지난주 산행 때 소홀했던 입산주 탁주까지
소급하여 마신다.
주봉 동벽을 향하여 다가간다. 야트막한 안부는 헬기장이다. 이때는 외길이다. 서서히 오른
다. 흐릿한 인적이 앞서간다. 크나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자칫 한눈팔기라도 하면 그 인적
을 놓칠까봐 두 눈에 한껏 힘주고 살금살금 뒤쫓는다. 바위 슬랩이 시작되고 잠시 멈춰 심호
흡한다. 가자. 양손의 자유로움부터 확보하고자 카메라는 벗어 배낭에 넣는다. 돌부리와 잡
목 붙들며 한 발 한 발 위로 옮긴다. 긴다.
낙석! 돌이 아니라 바위다. 굴러 떨어진다기보다는 공중에서 휙 하고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
사정 모르고 잡목을 붙잡아 당겼는데 바위가 여태 버텼던 잡목이 느슨해진 것이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의 용례는 바로 이런 때다. 낙석은 단발이 아니라 연발이다. 대간거사 님이 몸
으로 막아(허벅지에 피 봤다) 낙석의 진행방향을 틀기도 했다.
잡목을 붙들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암벽에 얕게 붙어있을 것이니 뿌리 채 뽑혀나갈 수도 있
기 때문이다. 내 앞으로 모닥불, 승연 님이 오른다. 그 앞으로 오모육모, 산그림애, 신가이버
님이 올랐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신가이버 님이 올라갔다는 사실이 상황판단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저간의 그의 암릉 행적을 볼 때 충분히 그러하다.
암벽이 별 것 아닌데 우리가 괜히 겁을 먹고 있다거나, 신가이버 님이 멋모르고 용감하게 올
라가버렸거나 둘 중 하나다. 후자가 틀림없다. 대간거사 님은 애가 타서 메아리 대장님 더러
어서 올라가서 신가이버 님 좀 말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모두 간신히 암벽에 납작 엎드
려 있으니 앞질러 가기가 어렵다. 뒤늦게 깨달았다. 신가이버 님이 얼마 전에 안나푸르나를
등정하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늘 그런 줄로만 잘못 알았다.
4. 문경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바라본 주흘산 남봉(1,039.8m)
5. 산행 초입에서 바라본 주흘산 주봉
6. 산행 초입에서 바라본 포암산
7. 주흘산 동벽 오르면서 바라본 운달산과 단산(오른쪽)
8. 운달산과 단산(오른쪽)
9. 대미산
10. 멀리 오른쪽은 어룡산, 왼쪽은 오정산, 멀리 가운데는 상주 노음산(?)
11. 앞은 문경시내와 잣밭산
12. 가운데는 지곡리, 안모시골
13. 운달산
선두에서 빼액! 하는 외침이 터진다. 복음이다. 살았다. 뒤돌아가자. 그런데 뒤돌아 내리는
것이 오르기 못지않게 까다롭다. 슬링 줄을 걸자 해도 걸만한 데가 없다. 여린 잡목일망정 실
족 시 낙하 속도를 늦추고 충격을 줄일 것이다. 그 겨냥하고 잡목을 비집어 내린다. 일부러
멀리는 바라보지 않고(아득히 깊은 낭떠러지에 현기증이 난다) 바로 눈앞의 한 걸음에만 열
중한다.
아까 슬랩이 시작되던 지점에 왼쪽 사면을 돌아가는 길이 있다. 암벽 밑을 돌아간다. 낙석에
맞을라 서둘러간다. 길게 돌아 지곡리에서 오는 탄탄한 주등로와 만난다. 새가슴 쓸어내리며
인원 점검한다. 선두 세 사람이 없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내려가기가 더 어렵게
올랐고, 주봉 직벽과 맞닥뜨렸다. 오른쪽 암벽 밑을 대 트래버스 하였다. 0.6km 정도를 트래
버스 한 후에 느슨한 오르막인 1,030m봉에 가까스로 오를 수 있었다.
단숨에 가파른 협곡의 돌계단을 지그재그로 올라 주릉 ╋자 갈림길 안부다. 주봉 130m. 주
등로 긴 데크계단이 나온다. 주봉. 주흘산 최고의 경점이다. 이 한 눈의 조망으로 방금 전의
고역을 다 잊는다. 갈 길이 멀다. 숨 돌리며 정상주 탁주 한 잔 비우고 발길 돌린다. 길 좋다.
줄달음한다. 선두 세 사람은 1,030m봉 그늘에서 쉬고 있다.
개그늘 마을을 향하여 내린다. 온통 단풍취로 뒤덮인 넙데데한 초원을 내리고 울창한 잡목
숲속 도톰하게 드러난 능선을 간다. 바람에 풀숲이 마구 흔들려 어지럽다. 이 통에 길이 헷갈
린다. 길은 흐리기도 하지만 흔들리는 풀숲에 가리고 길이 아닌 곳이 길로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드는 햇살도 그렇다. 햇살 드는 곳이 길로 보인다. 암릉이 나온다. 왼쪽 가파른 협곡
으로 쏟아져 내린다.
잡목 숲 바윗길을 내리고 능선이 흐려진 사면의 낙엽을 지친다. 모닥불 님이 독삼을 캤다. 엄
청 실하다. 오구다. 오구는 오지산행 십 수 년에 처음 있는 경사다. 오구 채삼의 정황을 물어
듣고 또 듣고 모닥불 님에 대한 감축세례로 하산하는 길이 모두 즐겁다. 벌목지대에 내리고
포암산 바라보며 사과밭 농로 지나 개그늘 마을이다. 마을 서쪽에 우뚝 솟은 주흘산 그림자
가 해질 무렵이면 이 마을 몽땅 덮어 버리기 때문에 덮을 개(蓋)와 그늘 음(陰)을 써서 개음
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행정명은 평천2리다. 마을회관 앞 공터 정자에 어르신의 양해를 얻어 점심자리 편다. 양말까
지 벗고 정자에 오르니 솔솔 부는 봄바람에 술맛이 절로 난다. 때마침 산불감시원이 차량 순
찰중이다. 다른 데로 이동하지 않고 쭉 우리 옆에만 있다. 탁주를 권하였으나 마다하여 냉커
피 타서 드리고, 참외도 깎아 드린다. 오늘 산행도 가장 길게 한 이는 두루 님이다. 30분 가까
이 오모육모 님이랑 길을 헤매다 뒤늦게 당도하였다.
14. 가운데가 국사봉, 그 오른쪽 안부는 마전령
15. 주흘산 주봉에서
16. 앞은 주흘산 남봉, 그 왼쪽 뒤는 백화산
17. 주흘산 주봉
18. 개그늘 마을 가는 길
19. 오구 산삼, 오구는 오지산행 처음의 경사다
20. 오구 산삼 뿌리
21. 왼쪽이 주흘산 주봉
22. 포암산, 가운데는 만수봉
▶ 주흘산 영봉(靈峰, 1,108.4m)
이번에는 주흘산 영봉이다. 평천2리에서 불당골 거슬러 영봉을 오르는 주등로가 있는 줄을
우리는 몰랐다. 산불감시원의 면전에서 등로가 아닌 우리 길을 가기가 멋쩍다. 산행 마치고
돌아가는 체하고 차에 올라 마을을 빠져나간다. 산모퉁이 돌아 차에 얼른 내려 산자락 사과
밭으로 들어간다. 농로 잠깐 따르다 지도 자세히 살피고 생사면을 올려친다.
본선이 아닌 예선에서 녹아나는 격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760.7m봉을 오르는 길이 그
렇다. 이제 보니 대단한 첨봉이다. 복병을 만났다. 가파르기도 하려니와 낙엽이 수북하고 미
끄러워 헛걸음질이 잦다. 이럴 바에는 암릉이 낫다. 철각인 두루 님조차 육적종주 적상산 오
르막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다고 한다. 정작 오늘 산행의 땀을 여기에 다 쏟는다.
760.7m봉 정상에 올라서는 폭삭 널브러지고 얼음물, 냉환타 연거푸 들이켜 기운 차린다. 잡
목 숲 바윗길이 이어진다. 800m봉 넘고 길게 내려 ╋자 갈림길 안부는 도토메기고개다. 여
기서 왼쪽 평천리에서 오는 주등로를 보고서야 점심 때 산불감시원에게 과공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주흘산 품에 든다. 거의 수직으로 곧추선 등로다. 고개 푹 꺾고 간다.
등로 살짝 벗어나 전망바위가 있다. 당연히 들린다. 경점이다. 월항삼봉을 기단하고 만수릿
지에 싸인 영봉이 찬란무비한 석화성이다. 조금 더 오르면 저 영봉이 또 어떤 모습일까? 숨
가쁜 줄 모르고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가 뜬 데 나오면 뒤돌아 들여다본다. 두 차례 밧줄구간
이 나오고 주릉이다. 철쭉 낙화 밟으며 하늘 가린 숲속 길을 빠른 걸음으로 10분 남짓 가면
영봉이다.
영봉. 동쪽으로 전망이 활짝 열린다. 대미산, 국사봉, 마전령, 장구령, 운달산, 조항령, 단산,
오정산, 문경대간이 장쾌하다. 영봉에서 주봉까지 주릉 1.2km. 미음완보가 마땅한 눈부신 봄
날의 숲길이다. 능선은 느린 템포로 길게 내렸다가 길게 오른다. 철쭉, 조팝 꽃길을 걷다가
왼쪽 단애에 다가가 고개 내밀면 첩첩 산이 펼쳐지고, 오른쪽 등로 한 걸음 비켜 낮은 바위에
올라서면 백화산, 조령산을 위시한 백두대간이 건너편이다.
다시 주봉을 오른다. 원근 산릉과 골골에서 비낀 광선의 또 다른 조화를 본다. 느긋이 그 경
치 바라보며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하산! 주등로 따라 지곡리로 내리기로 한다. 130m 내린
안부에서 왼쪽 너덜 협곡의 돌계단을 내리고 어둑할 정도로 하늘 가린 숲길을 한참 간다. 야
트막한 안부인 ┣자 갈림길. 주등로는 오른쪽 사면으로 났다. 풀숲 보석인 산딸기를 슬며시
따서 달콤한 맛을 느끼며 사면 한 피치 내리면 골짜기 길이다.
임도인 골짜기 길 좌우로 밀림이다. 하얀 찔레꽃은 양쪽으로 줄을 이었다. 저 앞 산모퉁이 돌
면 어떤 풍경일까 궁금하고, 한편 두고 가는 지나온 길이 아쉽다. 숲이 걷히자 사과밭 농로가
나오다. 그 끝은 안모시골 마을일 것.
23. 월악산 영봉
24. 오른쪽이 운달산, 왼쪽은 국사봉
25. 오른쪽이 운달산, 왼쪽은 대미산
26. 앞은 주흘산 서릉, 뒤는 조령산
27. 가운데가 백화산
28. 주흘산 남봉, 그 왼쪽 뒤는 백화산
29. 멀리 오른쪽은 신선봉, 그 앞은 부봉 6봉
30. 주흘산 남릉 1,022.5m봉
31. 은행잎조팝나무
32. 하산 길
33. 주흘산
첫댓글 상단 단체사진 주흘영봉 표지석 뒤편 웃고있는이가 세진 동생??
제가 사진을 찍어서 저는 없습니다.^^
@56이세진 특별주문=다음 글쓰기땐 함께찍은 사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