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 박소현 / 다실책방
한반도라는 좁은 땅이 야생의 환경으로 변했다. 그 땅의 주인들은 사냥감이 되었고 포식자가 아닌 생명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그 몸부림 속에서 어떤 이는 자기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을 해하고 짓밟는다.
모두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자기를 내어주는 사람도 극소수이지만 존재한다.
좁은 땅 한반도에서 1910년대부터 1964년까지의 이야기다. 그것은 인간의 이야기이지만 사람에게 길들지 않고 산이나 들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짐승, 즉 야수野獸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길드는 짐승이 있다. 길들이려 노력해도 길들지 않는 짐승도 있다. 그 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소설의 첫 부분에 '호랑이'와 사냥꾼의 이야기가 배치된다. 한반도를 호령했던 최고의 포식자 위치에 있었지만, 작가는 그 호랑이를 "은혜 갚은 호랑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어쩌면 [작은 땅의 야수들]이란 소설에서 작가가 주장하고픈 내용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잘 아는 동화.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난다. 호랑이 앞에서 절규하며, 당신은 나의 형님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형님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고 말한다. 집 앞으로 갓 죽은 산짐승들이 놓여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산에서 만난 새끼 호랑이는 상중임을 알리는 리본이 달고 있다.
호랑이는 길든 것인가. 아니면 야수로서 남아있는 것인가.
이 소설은 날 것의 이야기이다. 가장 참혹했던 시절의 이야기. 말과 글을 잃고 이름도 빼앗기던 시절을 다룬다. 어떻게 그 시절의 상황을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마는, 나름 많은 각도에서 잘 정리해 놓은 것 같다.
한반도의 북쪽 끝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한반도의 남쪽 제주도에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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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가 매일 아침 화장하고 저녁에는 화장을 지우면서 자신을 새롭게 만난다는 것, 그것은 한 인간이 매일 다시 태어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람은 매일 다시 태어난다. 어떤 형태로든. 그러나 어떤 이는 이를 알아채지만, 대부분은 그냥 일상에 불과하다. 삶의 비밀은 일상에 어떤 의미를 두는가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