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아름다움이 온 세상에 피어나는 그날까지
캘리그라퍼 강병인의 글씨 이야기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자국마냥 날카롭고 힘차다. 어떤 것은 계곡을 타고 도도히 흘러가는 물을 닮았다. ‘글씨가 살아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캘리그라퍼 강병인 얘기다. 자신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한글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가 전하는 캘리그라피의 맛과 멋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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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캘리그라퍼 강병인입니다. 제 이름이나 캘리그라피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생소한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제 작품을 통해 벌써 여러 번 저를 만나신 적이 있을 겁니다. 올 초 인기리에 끝난 KBS 드라마 <착한 남자>나 <엄마가 뿔났다>, <대왕 세종>의 타이틀 로고 글씨를 제가 썼으니까요. 학교 앞 편의점에 가도 제 글씨를 쉽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열라면’이나 ‘국화빵’ 아이스크림, 샤니 ‘제빵왕의 단팥빵’, ‘아침햇살’ 등의 음료나 주류 로고도 저의 작품입니다. 2012년 서울시 슬로건이었던 ‘함께 만드는, 함께 누리는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 로고 글씨도 담당했습니다. 그밖에 단행본이나 음반, 영화, 호텔 인테리어 등 제 글씨는 세상 곳곳에 숨어 있고 녹아 있습니다. 이쯤에서 여러분은 캘리그라퍼calligrapher라는 제 직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일인지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서예를 바탕으로 제품이나 이벤트 등 상황과 목적에 맞는 글씨를 쓰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캘리그라피라는 단어는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에서 유래된 것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멋지게 글씨를 쓸 것인지 연구하는 예술장르라고 하겠습니다. 캘리그라피라는 용어를 동양에서는 전통 서예를 영어로 번역할 때 사용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순수서예와 상업서예, 즉 실용서예로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서예가 순수예술의 한 형태로 발달해 온 반면, 기록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서양의 캘리그라피는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제품의 특징이나 타겟층의 기호, 가치관 등을 글씨 하나에 담아내는 상업서예와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선의 강약과 굵기, 질감, 번짐, 여백의 미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목적에 딱 맞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와 상업서예를 나눌 수 없지만, 문방사우만을 강조하는 순수서예와 달리, 캘리그라피에서는 붓 외에 젓가락, 나뭇가지, 식물의 뿌리 등 다양한 자연의 재료들을 필기구로 쓰기도 합니다. 그만큼 재료 특유의 맛과 질감이 잘 표현되지요.
산골 소년이 글씨에 숨결을 불어넣는 캘리그라퍼가 되기까지 제 고향은 경남 합천입니다. 매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산골 소년이었지요. 길가에 핀 풀꽃이나 돌멩이 하나하나가 제겐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붓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김인수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리고 글씨도 잘 쓰는 걸 눈여겨 보셨다며 ‘서예반에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그게 제가 서예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먹을 갈아 글씨를 쓰는 때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글씨를 써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낙관을 찍으려다 보니 호號가 필요하더군요. 호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영원히 먹을 벗삼아 살겠다’는 뜻으로 영묵永墨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렇게 호를 지어 지우개로 만든 낙관도장을 찍어 친구들에게 선물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기억입니다. 선생님을 따라 서예대회에도 자주 나갔습니다. 주로 주최측에서 정해 준 제시어나 문장을 쓰는 휘호대회였습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모든 사람들이 궁서면 궁서, 판본체면 판본체 등 정해진 틀에 맞춰진 글씨만 써야 하는 것일까? 저마다의 개성과 철학이 담긴, 자신만의 글씨체로 쓸 수는 없는 걸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판본체나 궁서체는 멋진 서체입니다. 특히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에 의해 형성된 궁서체는 특유의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을 줍니다. 또 그런 글씨를 많이 써보는 것은, 붓을 다루는 기본기를 익히는 훌륭한 공부입니다. 하지만 정형화된 틀과 규칙대로 써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개성과 감성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교과서에서 본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과 그림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추사의 글씨에는 형태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뛰놀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오랫동안 붙들고 늘어지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지요. ‘나도 언젠가 이런 글씨를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히면서 그때부터 틈만 나면 글씨 쓰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제 글씨에 저만의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으니까요. 남자라면 꼭 다녀오는 군대에 가서도 글씨 쓰기는 계속됐습니다. 출판사 편집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과연 이게 내게 맞는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진정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때부터 전통서예에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접목시킨 글씨를 쓰기로 했습니다. 특히 90년대 초부터 일본을 방문하면서 그런 제 결심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대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나 큰 상점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작은 식당이나 구멍가게까지 저마다 개성 있는 손글씨체로 간판, 메뉴, 포장지 등을 일관되게 디자인해 놓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캘리그라피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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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에 푹 빠져야 좋은 작품 나와, 때로는 천 번 이상 쓰기도 캘리그라퍼라면 늘 새롭고 독창적이면서도 다채로운 글씨를 써야 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끊임없이 사회와 접촉하고 자연과 조우하려고 애씁니다. 신문도 꼼꼼히 읽으면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캘리그라퍼를 ‘360도 안테나를 달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라고도 부릅니다. 제가 로고를 쓴 제품 중 하나인 ‘참이슬’ 소주를 예로 들겠습니다. 만약 참이슬이 타겟으로 잡고 있는 소비자층이 30~40대 남성이라면 어떤 서체와 강약으로 글씨를 써야 할지 비교적 쉽게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하지만 20대 여성이 타겟이라면 그에 맞는 글씨체가 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연히 그 대상에 깊이 몰입되고 감정을 불어넣어야만 아름다운 글씨가 나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도구인 붓은 털로 만들어져 탄력이 있다 보니, ‘이렇게 쓰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올라도 뜻대로 잘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같은 문구를 천 번 넘게 쓰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게다가 많이 쓴다고 꼭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참이슬’을 작업할 때도 천 번 이상을 썼지만, 정작 채택된 것은 맨 처음 시안으로 제출한 글씨였습니다. 성실한 노력 못지않게 감感도 중요하지요.
한 인물의 모든 면모를 단 네 글자에 녹여내는 매력적인 작업 때로는 클라이언트보다 제가 더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무수히 글씨 쓰기를 반복하며 심혈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대왕 세종>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세종대왕의 캐릭터는 몇 개나 될까요? 세종은 언어학자이자 ‘한글’이란 세계적인 타이포그라피를 만든 디자이너였습니다. 국악에도 조예가 깊은 예술가였고, 의학서적인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를 편찬케 한 의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영토를 넓힌 정복자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캐릭터를 단 네 글자에 담아내야 하는 강박관념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여러 번 시안을 제출하고도 제가 오히려 ‘다시 써 보겠다’고 제안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완성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품이 작가의 마음에 든다고 100% 채택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품 디자인 전반을 총괄하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그리고 소비자의 기호까지 4박자가 갖춰져야만 합니다. 하루이틀 나왔다가 사라질 제품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캘리그라퍼는 글씨를 매개체로 정보의 발신자와 수신자를 이어주는 다정다감한 소통자 역할을 합니다. 음료 ‘아침햇살’ 같은 경우도 ‘이 제품은 좋은 제품이야, 마셔’ 하는 강요가 아닌, 따스한 아침햇살 같은 밝은 삶을 선사하겠다는 마음을 글씨에 담았습니다. 그런 의도가 대중들에게 잘 어필되고, 또 제품의 이미지나 판매량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감춘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한글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글자였군요!” 사람들이 제가 쓴 캘리그라피 작품을 보며 이런 반응을 보일 때, 저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캘리그라피는 상업성이 가미된 예술이지만, 그 상업성을 제하더라도 충분히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한글만큼 아름답고도 과학적, 철학적인 글자는 없으니까요. 제가 쓴 ‘봄’이라는 글자를 보십시오. 초성 자음 ‘ㅂ’은 꽃봉오리나 활짝 핀 꽃을 닮았고, 중성인 모음 ‘ㅗ’는 꽃의 잎과 줄기를, 종성 자음 ‘ㅁ’은 화분이나 뿌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뭔가 기운 찬 생명이 땅을 뚫고 움트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얼핏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사람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글자 속 생명력과 활기는 감지할 수 있습니다. 글자 하나에 봄의 형상과 철학이 고스란히 숨어 있는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이라는 글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ㄲ’은 잎이나 꽃을, ‘ㅗ’는 가지나 줄기를, ‘ㅊ’은 땅 속에 박힌 뿌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꽃’이라는 글자에는 음양의 원리가 숨어 있을 뿐 아니라 ‘천인지天人地’, 즉 하늘(·), 사람(│), 땅(_)의 형태를 조합해 모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원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자음 또한 혀, 입술, 이, 목구멍 등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여서 상형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글은 소리나 형태 등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기에 적합한 조형성이 뛰어난 글자입니다. ‘칼’이라는 글자는 벌써 생김부터가 날카롭고 읽으면 입 안에 찬바람이 불지 않습니까? ‘콩’은 말 그대로 콩콩 튀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 참으로 ‘콩스럽게’ 생겼습니다. ‘알’이라는 글자에서는 생명이 뛰는 작은 울림이 느껴집니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심성과 철학, 사상과 삶을 잘 드러내는 참으로 심오한 글자인 것입니다. 이처럼 탁월한 한글의 조형성과 캘리그라피를 결합하면 글씨에 이야기를 실어 전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가령 ‘가시는 걸음 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나오는 ‘꽃’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 <꽃>에 나온 ‘꽃’은 그 심경과 상황이 서로 다릅니다. ‘칼’도 어머니가 무를 써는 칼과 이순신 장군이 적을 베는 칼은 서로 다를 것입니다. 정형화, 일률화된 서체로 ‘꽃’을 쓰는 것과 달리, 캘리그라피를 활용하면 글씨에 마음을 담을 수 있습니다. 제 강연을 듣고 ‘선생님으로부터 30분 정도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길거리 간판의 글씨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소감을 보내오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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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글씨쓰기를 멀리하는 세태가 안타까워 캘리그라퍼로 활동해 온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소년 시절, 저를 서예의 길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1세대 캘리그라퍼로 불리는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캘리그라피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을 뿐 아니라 글씨를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도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작업을 해 왔습니다. 특히 2002 월드컵 때 손글씨 현수막이 많이 사용되면서 캘리그라피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많은 분들이 제 글씨를 사랑해 주신 덕에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문화체육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선정하는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임명되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손글씨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을 어린이들에게 돌려주고, 또 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나눔정신을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오늘날 우리는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고, 컴퓨터로 레포트나 문서를 작성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는 손을 잘 쓰는 민족입니다. 온 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손을 놀려 글을 쓰는 것은 지능의 발달에도 중요하기에, 손으로 글씨쓰기를 게을리하는 요즘의 세태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물론 인위적으로 ‘오늘부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쓰지 말고, 손글씨를 쓰자’ 식의 캠페인을 벌이자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서예를 정규과목으로 넣는 건 어떨까요? 이웃 일본에서는 서예가 중학교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민 대부분이 손글씨나 붓글씨로 문서나 편지, 연하장을 작성합니다. 이는 일본 문화와 산업 전반의 저력이기도 합니다. 또 서예는 감각과 감성을 깨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줍니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도 대학 때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으며 영감을 얻었고, 이는 훗날 디자인에 강한 애플의 기업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투머로우> 독자 여러분도 이번 연말연시에는 지인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대신 직접 손으로 쓴 연하장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제품이나 책의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과 가치관을 글자에 녹여내는 캘리그라피는 참으로 외롭고 힘든 작업입니다. 달리기의 출발선에 서듯, 언제나 무無의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골인지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고민과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붕어빵 찍듯 똑같은 글씨를 반복생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붓을 쥐고 글씨를 써보면 붓끝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봅니다. 인생도 항상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야든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라면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남모르는 고충을 감내했을 것입니다. 서예의 대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도 얼마나 열심히 글씨를 연습했던지 70 평생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1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금 힘들다고 쉽게 남이나 환경을 탓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꼭 명심하세요. 포기하지 말고 여러분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Q&A How to Be a Good Calligrapher
캘리그라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쉽게도 현재 캘리그라피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없습니다. 시각디자인학과의 커리큘럼에 캘리그라피 강좌가 포함된 대학이 있으며, 서예과로 진학해서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현재 서예과가 개설된 대학교는 경기대, 계명대, 대전대, 원광대 등 4개교입니다. 여러 사설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에서도 캘리그라피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회장으로 있는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훌륭한 캘리그라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 캘리그라피는 서예가 바탕이 되는 만큼 글씨를 좋아하고 잘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죠? 따라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단지 글씨를 잘 쓴다고 훌륭한 캘리그라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캘리그라피로 표현된 글씨는 독창성, 심미성, 가독성에 조형미까지 갖춰야 하고, 특히 상업적인 캘리그라피는 주로 디자인에 적용되기 때문에 디자이너적인 안목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글씨 쓰는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는 일에 미쳐야만 성공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미쳐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고 즐겨야 합니다.
앞으로 캘리그라피의 수요와 전망은 어떻습니까? 손글씨만의 매력을 알아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수요와 전망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데다, 서예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삶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문화입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자연주의에도 바탕을 두고 있고요. 다만 최근 캘리그라피가 각광받으면서 대상에 대해 진지하게 관찰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단순히 멋과 기교만을 배워 글씨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뭐든 유행만 하면 그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현상’도 겪고 있지만, 캘리그라피 발전을 위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롤모델이 될 만한 현직 캘리그라퍼를 몇 명 소개해 주세요. 전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회장인 여태명 교수와 인기드라마 <대장금大長今>, <허준>의 타이틀 글씨를 쓴 정인영 선생을 추천합니다. 그밖에 김종건, 이상현 등의 1세대 캘리그라퍼들이 훌륭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병인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이자 대중의 감각과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디자이너로서 항상 새로운 것을 내놓기 위해 오늘도 붓을 잡는다는 강병인. 글씨 공부 외에 세상의 트렌드를 향해서도 안테나를 쫑긋 세워놓고 사는 것이 좋은 글씨를 쓰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글 | 강병인 |
첫댓글 멋져부러 유~~~~~~~~
한글이 온새성에 피어나는 그날까지 ,,,,, 좋은글씨 ㅂ보구갑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