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의 보석하면 대부분은 사파이어를 떠올리겠지만 역사적으로 사파이어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청색靑色류의 보석의 대표는 청금석(靑金石. 라틴어: Lapis Lazuli )이다. 라틴어로 라피스는 돌이고 라즐리는 청색이라고 한다.
잡담이지만 이것보다도 더한 짙은 청색은 남색藍色인데 영어로는 인디고indigo이다. 인디고 색은 짙은 푸른색, 또는 청색에 보라빛을 섞은 색이라고 한다. 순 우리말로는 쪽빛 바다, 그 쪽색이다. 일본어로는 감색(紺色)이라 하며, 감색의 일본어 발음으로 곤색이라고 하니 일제 시대부터 지금도 곤색이란 말이 쓰인다.
제자가 스승을 능가한다는 뜻의 숙어로서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로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용어가 있다. 이것을 한글로 직역을 하면 쪽색은 푸른색에서 나온다라고 할 수 있는데, 즉 쪽색의 원 바탕은 푸른색에서 나왔지만, 그것을 넘는다는 뜻이다.
각설하고 청금석은 의례 그렇듯 혼합 광물인데 그것을 구성하는 복잡한 화학성분 중에 황( 원소기호 S ) 때문에 아름다운 파란색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보는 황은 이른바 유황硫黃이 연상이 되어 노란색이 떠오겠지만 화학으로 결합이나 이온 상태는 틀린 색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청금석에는 다른 복잡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주 구성 물질은 황이 들어 있는 감청색 광물인 천람석(라주라이트 lazurite)이지만 청금석은 대부분 중요한 두 불순물이 들어있어 이채로은 풍경을 그리게 된다.
하나는 흰색으로 방해석(calcite)이고 하나는 금빛이 나는 파이라이트(Pyrite)가 그것이다. 하지만 금빛은 금이 아니다. 파이라이트는 황과 철이 결합이 된 황철석이다. 그러나 영락없이 밤하늘에 금빛 보석 같이 별이 빛나듯이 점점이 박혀 있다.
( 황철석의 금빛 나는 물질은 육안으로는 금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속기 쉬운데 그래서 별명이 있다. 즉 바보의 금 fool's gold !! )
이래서 원래 청금석은 푸른색의 맑고 깨끗하게 순수한 것이 가장 높은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특이한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는 흰색과 금색이 섞여져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수가 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던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대체로 위와 같이 섞여져 있는 특히 금빛이 섞인 것을 귀하게 여긴 모양이다.
대략 4,500여 년 전의 고대 수메르의 도시인 우르( Ur )에 있는 수메르 왕조의 무덤에서 청금석으로 만든 황소가 발견이 되었다. 전에 소개한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나오는데 그곳에 나온 하늘의 황소의 뿔이 청금석으로 되어 있다고 그들이 남긴 점토판에 기록이 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의 고대 이집트에서도 부장된 도구에 금빛이 박힌 청금석으로 만든 제품이 역시 발굴이 되었다.
그런데 이 소중한 청금석은 그곳에서 거의 산출이 되지 않는다. 중동에서 3천km 이상이나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으로부터 이들 청금석을 수입하였다. 이 질 좋은 청금석은 그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산출이 된다고 하니 무려 6000년간 지속이 된 청금석의 산출지인 셈이다. 이 아프가니스탄( 정확히 북동부 바다크샨 지역 )의 청금석 광산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언급이 되어 있으며 현재도 정치 상황이 복잡한 그 국가에서 반군이나 정부군의 주 수입원으로 채굴이 남발이 되고있다고 한다.
초반부에 잡담으로 색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 파란색의 라피스라즐리는 비싼 안료(顔料, pigment 물체에 색을 입힐 수 있는 색소)의 원료 중에 하나이었다. 그것을 울트라마린Ultramarine (blue)이라 부른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여성들의 눈화장에 이 청금석을 썼고 르네상스 시대에 이 비싼 청금석으로 만든 파란 색 안료로 화가들이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었다. 게다가 이 청금 색으로 만든 파란색 물감은 비싼 만큼 세월에도 바래지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근세에 와서 식물의 원료로 만든 파랑색인 인디고나 합성으로 저렴한 안료가 등장하여 이 비싼 청금석으로 만든 안료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witpo
청금석의 원석.
금색의 별이 보이는 청금석의 종류.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청금석으로 만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