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빛나는 4
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
탁동철 씀
출간 2017년 8월 2일|판형 140×200|제본 무선|336쪽|14,000원
분야 문학> 에세이|ISBN 978-89-6372-256-6 03810
[ 온라인 서점 바로 가기 ]
세상 어디에도 없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다시 설레고 반짝거리게 만든다
《하느님의 입김》에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탁동철이 아이들을 만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탁동철은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다시 반짝거릴 수 있게 아이들 마음을 건드려 주고, 한 발 물러나서 지켜본다. 그림자처럼 숨어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아이들 곁에 있다.
“반장 뽑아요!”
“들고 있는 팔이 더 긴 사람이 반장?”
“입 크기로 해요.”
장난말인 줄 알지만, 하자니까 해 본다. 우리 교실은 네가 말을 해서 내가 움직이고 둘레가 움직이고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교실이란 것을 보여 주고 싶다.
탁동철은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손때 발때 묻히며 동무의 말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에서 길을 찾기를 바란다. 크고 먼 곳만 쫓으며 경쟁하는 게 교육이 되어 버린 지금, 탁동철과 아이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읽고 있는 우리도 다시 설레고 반짝거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탁동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위로를 얻고 그 속에서 길을 찾는 까닭도 이러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움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 조금 자세한 책 소개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설레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새롭고 설레고 반짝거릴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게 있을까? 여기 탁동철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탁동철은 교사다. 그래서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다. 어깃장 놓고, 심통 부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놀이에 빠져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그 아이들 곁에 탁동철이 있다. 아이처럼 삐치고, 심통 부리다가 어느새 슬그머니 옆에 다가서기도 하고, 부러 딴지를 걸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의지를 활활 불태울 수 있게 만들어 버린다.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 탁동철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 사자, 코끼리 키우자는 아이도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아이들도 있다. 입 벌려 말하는 것도 귀찮고, 종이에 써서 내는 건 더더욱 질색이다. 탁동철은 앞으로 20년 동안 아무것도 안 써도 된다고, 하기 싫으면 안 할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속으로는 ‘두고 보자(?)’.
떡볶이를 만들자고 하는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을 건넨다.
“떡볶이는 쌀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쌀농사 지어요.”
“어후, 논 만들고 벼 키우려면 고생인데. 할 수 없지 뭐.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지.”
아이가 원하니 힘들지만 마지못해 따라간다는 식이다. 그렇게 탁동철은 아이들과 밭 만들고 논 만들어 쌀 거두고 벼 찧어 기어이 떡볶이를 해 먹는다.
“진로 교육을 해야 한대. 너네는 서울에 가서 할래, 아니면 양양에서 할래.”
서울 갈래요, 한다. 그래서 서울을 가기로 했다. 의논을 마치려는데 아이들이 묻는다.
“근데 양양에서는 뭘 해요?”
“양양에 있으면 재미없어. 고기도 잡고 장사도 하고, 지난번에 쌀농사 지은 걸로 떡볶이도 만들고, 김장도 해야 하고, 그냥 고생이지 뭐.”
아이들은 안다. 제 몸 놀려 움직이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어른들 계획에 따라 버스에 실려 갔다, 실려 오는 게 얼마나 시시한 일인지. 옆 반 동무들이 관광버스 타고 서울로 진로 교육을 떠난 날, 아이들은 제 손으로 거둔 것들을 싸 들고 양양 장날에 가서 장사를 한다. 공부 시간에 멍하게 앉아 있던 아이가 가장 큰 소리로 장사를 하고, 눈이 빛났다. 장터에서 돌아와서는 내년 장사 계획까지 세운다.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농사 계획까지.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탁동철에게 내년 담임도 맡으라고 한다.
“너네는 돈 벌었지만, 나는 빈손이야. 고생만 했어. 담임 안 해!”
“탁샘이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래요! 우리 일할 때 피둥피둥 놀기만 했잖아요!”
“나는 감독…….”
하고 싶은 게 없고, 선생한테 바라는 게 없다던 아이들이 닭장 짓자고, 연못 만들자고, 텃밭 만들자고 보채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자기 길을 찾을 수 있게 탁동철은 아이들 마음을 건드려 주고, 한 발 물러나서 지켜본다. 보이지 않게 아이들 곁에 있다.
탁동철은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려고 할까? 그저 아이들 곁에 있을 뿐인가? 아니다. ‘교실은 자립을 배우는 곳’이며 ‘누군가 헤맬 때 같이 헤매고, 훗날 동무들이 애써서 자기를 위해 뭔가를 해 주었다는 따뜻한 기억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금 곁에 있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 저자 소개
탁동철, 아이들 속으로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 잘 놀고 잘 삐치고 아이들에게 야단도 자주 맞는다. 어릴 때 선생님이랑 냇가에 낚시 갔을 때 선생님이 낚지 못한 꺽지를 낚아서 칭찬을 받은 일이 있다. 동철이는 끈기가 있어, 하고. 그때부터 쭉 뭔가를 끈질기게 기다리는 걸 좋아한다. 봄에는 해바라기 씨앗을 묻어 놓고 싹이 나오길 기다리고, 여름에는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가을에는 씨앗이 여물기를 기다리고, 겨울에는 마른 해바라기 대 위에 쌓일 눈을 기다린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반짝거릴 수 있게 곁에서 보아 주고 기다려 주는 걸 가장 잘한다.
1968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고 춘천교육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글과 그림> 동인으로 어린이 시 모음 《까만손》, 산문집 《달려라, 탁샘》을 냈다.
▒ 차례
하나
선행상|손짓 발짓 눈짓 코짓 귀짓|하느님의 입김|실내화야 어딨니|눈 둥그렇게 뜨고 혀 내밀고 말아서 꼬아|진눈깨비|새글루
둘
20년 동안 안 해도 돼|반장 뽑기|해바라기 꽃밭|닭장 짓기|닭샘|눈 CCTV|눈 CCTV 2.0|화분에 싹, 누가 뽑았을까|우리 학교에는 주인 많은 못이 있다|교무 선생님|찾았다, 달맞이꽃|상어보다는 달룡이|닭 장학금
셋
썩은 감자|계단 훈련|꽉 쥔 숟가락|명환이|정유안 선생님|김상훈 선생님|참 이상도 하지|거상|춤값|미안해 미안해 미안해|솔방울
글쓴이의 말_ 올해 하는 일
▒ 책 속으로
“벚꽃나무에 봉오리가 나왔어요. 골목길에.” (1학년 전린)
1학년 아이가 언제 우리 교실에 와서 이걸 적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골목길을 환하게 해 주었으니까 칭찬 맞지?”
칭찬 맞다고 한다. 그래서 전린 1표, 벚나무 1표다. 벚나무도 상을 줄 거냐고 묻는다. 당연히, 뽑히면 받아야지. 그리고 4월 15일에 학교 닭장에 수탉이 멋있다고 쓴 준용이도 1표, 수탉도 1표. _14쪽
“우리 학교 둘레에 하느님이 쬐끄맣게 웅크려서 숨어 있는 곳은 어딜까? 새근새근 기다리는 아주아주 작은 것.”
이래서 하느님 찾기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는데, 이게 되는 놀이인지 자신 없다.
하늘은 맑고 환하고 아이들은 플라타너스 나무 구멍, 잔디밭에 풀, 목련꽃 그늘 아래, 마른 옥수숫대가 서 있는 실습지 밭을 살피며 하느님과 숨바꼭질을 했다. 하느님이 부어 준 빛으로 하느님을 찾아다니고 있는 아이들 걸음마다 얼굴마다 하느님의 입김 숨결 눈빛이 스몄다. _ 36쪽
잃어버린 신발 한 켤레 대신 새 신발 여러 켤레가 생겼다. 실내화 잃어버린 지연이가 먼저 하나 골랐다. 실내화에 발을 넣고 자기 발에 맞는다며 발짝을 떼어 보는 모습이 예쁘고 고맙다. 지연이는 아이들 성의를 생각해서 일주일 동안 신고 다니겠다 하는데, 성의 같은 거 안 생각해도 된다.
누군가 헤맬 때 같이 헤매며 우리가 의리 있는 인간이란 걸 보여 줄 수 있어 기뻤고, 청소하고 빨래하며 행복했다. 그걸로 됐다. _ 45쪽
내일이 양양 장날.
학교 텃밭에서 캔 것 말고, 집에서 더 가져올 것 있는 사람은 가져오라고 했다.
“자기 손으로 생산한 것만, 자기 손때가 묻은 것만.”
정환이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공부 시간에는 혼자 멍하게 자기 세계에 빠져들어 소통이 안 되던 아이가 교실을 벗어나 시장 바닥에 나오니 완전 자기 세상이다.
저들끼리 내년 장사 계획을 세운다. 내년에는 텃밭에 고구마나 땅콩 토란 같은 걸 더 심어서 돈을 더 많이 벌 거라고, 거상이 될 거라고, 내년에도 자기네 담임을 하라고 한다.
“너네는 돈 벌었지만, 나는 빈손이야. 고생만 했어. 담임 안 해!”
“탁샘이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래요! 우리 일할 때 피둥피둥 놀기만 했잖아요!”
“나는 감독…….” _ 288쪽
동화는 한 아이의 마음에 깊이 자리 잡는다. 독자의 눈이 이야기 한 편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시는? 시는 읽어 봤자다.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 금방 읽고 넘어간다. 마음에 스며들 시간이 없다.
아니다. 시는 사람을 바꾼다. 한 편의 시에 오래 머물 수 있다면, 현미밥처럼 꼭꼭 천천히 씹을 수 있다면, 시가 시인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의 나한테로 와서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시는 한 사람의 길을 찾아 주고 한 사람의 길을 바꾼다. _ 3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