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학을 제대로 하면 그것이 바로 세계 최고 문화입니다."(김용옥) 한국의 문화 유산은 1962년 한글 전용 정책을 시행하기 전까지 한문으로 이뤄졌다. 춘향전 같은 구전문학, 윤동주·이육사 같은 일제강점기의 민족문학처럼 한글로 쓴 문학은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이전까지 한국 문화의 주류는 한문이었다.삼국시대 이후 2000년 넘게 쌓아온 한국 고전 문학을 한글로 번역해 한류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고전번역원(원장 신승운)은 2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한국고전번역원 10년,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도올 김용옥은 1982년 유학을 마치고 고려대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고전번역원과 인연을 맺었다. 고전번역원은 2007년 정식 공공기관으로 출범하기 전까지 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로 활동했다. 김용옥은 "한국은 번역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조선왕조실록을 완역하면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만들었는지 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번역원은 1993년 조선왕조실록을 완역했다. 전문가들도 각종 사료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던 실록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공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박시백 화백이 20권으로 펴낸 조선왕조실록은 100만부 넘게 팔렸고, 소설·영화·연극 등으로 만든 콘텐츠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유산, 실록이 한류 문화의 첨병으로 올라선 것이다. 김용옥은 이날 "중국은 이미 대국으로 막강한 힘을 지녔고 일본은 군국주의 일로로 나가고 있다"면서 "한국은 평화의 패러다임에 힘써야 하고 이는 오로지 '국학'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고전을 번역할 수 있는 인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고전번역원이 운영하는 고전 번역가 과정은 7년 동안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데도 석·박사 학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전번역원은 고전번역대학원대학을 설립해 한국 고전 콘텐츠 사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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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공지보기▶ 신승운 고전번역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전 번역 전문가들이 노령화 추세에 있어 전문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면서 "당장 내년까지 2만~3만건으로 추정되는 한국 고전의 목록부터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쑨샤오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이십사사의 백납본, 점교본, 금주본과 그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십사사(24사)는 중국 고대 역사서 24종을 총칭하는 말이며 금주화는 현대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今注化라는 말은 기자가 잘못 옮긴 것임. 현대어로 재해석하는게 아니라 현대까지 연구된 성과를 24사 원문 주석에 넣는다는 것임.-이장우)
쑨 교수는 "이십사사 금주본 편찬은 1992년부터 기획해 시작했다"면서 "금주본을 완성하면 중국 고대의 가장 주요한 고전 형식을 현대적으로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