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럭키, 스트라이크
이청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42|146×210×14mm|216쪽
16,500원|ISBN 979-11-308-2001-9 03810 | 2022.12.24
■ 도서 소개
심상한 표정의 독특한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
이청 작가의 첫 소설집 『럭키, 스트라이크』가 <푸른사상 소설선 42>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단편에는 강박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 문제적 아동, 점성술사 등 심상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덤덤한 표정 아래 숨겨진 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을 들여다봄으로써 현대인들의 모습을 독특하고 신선하게 포착하고 있다.
■ 작가 소개
이청
고려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순천향대학교 교양학부에서 가르치고 있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영화관에 들어서다』(공저), 『파르마콘, 몸의 소설』 등을 썼다. 201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을 쓰고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about blank
단:추
ॐ
칠교
투명한 숨바꼭질
G
자주 엘 구피
럭키, 스트라이크
작품 해설:당신의 거울은? _ 정재림
■ '작가의 말' 중에서
헤아려보니, 부끄럽게도, 여기에 모은 소설은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초고를 쓴 것들이었다. 2016년에 등단을 하고 그 후에도 미적미적 고치다 말다 다시 쓰다, 새로 쓰다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보냈으니 참으로 게으르고 방만했다. 가끔 어둠 속에서 물끄러미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것의 실체를 이제야 알겠다. 현실의 나는 이미 2022년에 와 있는데 매조지 못한 시간과 마음이 그대로 남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 책으로 그 시간과 마음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이유 없이 쓰고 싶어서 썼고, 써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썼다. 앞으로도 현실과 시간차를 두고 느릿느릿 쫓아가는 미욱한 글을 쓰며 살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러나 불안의 징조인 이 책을 얻게 돼 이 순간만은 그저 기쁘고 감사하다.
■ 추천의 글
『럭키, 스트라이크』는 언럭키한 사람들의 불행 배틀 전시장이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살아 나가지 못한다. 삶을 견디느라 망가진 사람들의 아우성이 쉴새없이 귀를 때린다. 작가는 이 모든 걸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심하게 진술한다. 그야말로 섬찟한 실력이다.
― 김호연(『불편한 편의점』 저자)
■ 작품 세계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우리는 실제 세계에서도 사람을 만난다. 실제 세계에서는 우리는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사람과 만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다르다. 실제에서라면 만나지 못할 로맨틱한 사람이나 천재적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잘생긴 영화배우를 만날 수도 있고, 나를 포복절도하게 할 개그맨을 만날 수도 있다. 고리타분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혁명적인 인물을 만날 수도 있다.
이청의 『럭키, 스트라이크』도 우리에게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밝고 상큼하고 발랄한 사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가 이청은 우리에게 좀 낯선 인물들을 소개해준다. 그들은 어딘가 좀 어두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독특하고 특이하다. 그래서 그들과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낯설고 조금은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낯섦과 불편함은 기이한 타자로 인한 감정이라기보다 내 속에 꽁꽁 숨겨둔 나를 만날 때의 불편함에 가깝다.
그들의 이력이나 직업을 보자면, 이들이 그렇게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추 공예를 하는 자영업자이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회복지사거나, 아이의 부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가정주부이다. 물론 점성술사나 트랜스젠더와 같이 흔치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덤덤한 표정의 이들에게는 어떤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작가는 그 상처를 꼬치꼬치 추적하는 데 관심이 있지는 않다. (중략)
이청의 첫 소설집 『럭키, 스트라이크』는 독자에게 심상한 표정의 독특한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독자는 이들의 심상하고 덤덤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표정 아래로 그들의 상처나 결핍, 아픔을 함께 공유한다.
- 정재림(문학평론가)
■ 출판사 리뷰
이청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럭키, 스트라이크』에는 강박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 문제적 아동, 점성술사, 트랜스젠더 등 낯설고도 심상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데 서툴러 보이지만, 작가의 문장은 덤덤한 표정 아래 숨겨진 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을 포착하며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독특하게 펼쳐내 보여준다.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단:추」는 상호는 ‘단추, 카페’이지만 단추도, 음료도 팔지 않는 단추 공방을 운영하는 주인공 ‘단추’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흥미를 끈다. 「칠교」의 주인공은 아내가 실종된 후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죽은 아내의 신체 부위를 하나하나 찾아가야 한다. 「투명한 숨바꼭질」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렸던 일 때문에 죄책감으로 고통받던 한 여자가 아이에게 집착하는 강박적 행동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럭키, 스트라이크」의 주인공 A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건조한 직업 의식으로 복지 업무를 수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중 럭키라는 일곱 살짜리 아이를 만난다.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 역시 돈 떨어지면 찾아오는 전과자라, 폐지를 주우며 사는 할머니 밑에서 불우하게 자란 럭키는 서슴없이 할머니에게 욕설을 내뱉고 일탈과 방황을 일삼는 아이다. 럭키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고급 아파트와 가난한 동네가 마주하고 있는 대조된 환경과 가난한 이웃을 업신여기는 부유층을 향한 적대감 속에서 살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에 볼이 들어가야 제대로 칠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때로는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고 가파”른 인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젠가 홈런을 치게 될 미래의 럭키를 기대하게 된다.
■ 작품 속으로
어린 시절 그녀는 친구들에게 손바닥의 두꺼운 피부를 옷감 삼아 바늘로 땀을 떠 보여주기를 좋아했다. 손바닥의 두꺼운 피부는 바늘을 아무리 찔러 넣어도 아프지 않았다. 피도 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녀의 놀이를 보며 징그럽다고도 했고. 신기하다고도 했다. 바늘과 실로 몸의 일부에 모양을 내는 것. 그것은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녀 자신은 그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바늘에 가는 실을 꿰어 손바닥에 세모나 네모, 별 모양의 무늬를 만들어내면 그녀 자신이 왠지 멋있어지는 것 같았다. 때때로 그녀는 허벅지나 배에도 살금살금 바늘땀을 떠보았다. 자신의 몸을 천 삼아 단추를 붙이고 수를 놓는 것이 재미있기만 했다. 그것도 시시하면 손가락 마디 끝에 바늘을 고정시켜 붙이고 자신의 몸을 긁었다. 짜릿한 쾌감. 상처는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냈다.
(「단:추」, 39쪽)
그는 여전히 누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문자 메시지를 받고, 그 뒤엔 보관함을 뒤졌다. 처음으로 아내의 몸을 발견한 건 서울 시내 병원 장례식장에서였다. 보관함 속 네모난 상자에 담긴 건 아내의 오른손이었다. 반지 자국이 동그랗고 하얗게 남아 있는 생경한 손. 무슨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손의 색깔이 푸르거나 검게 변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의 손처럼 보였다. 그런 아내의 손을 마주한 그는 반가움보다 무서운 감정이 앞섰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그 속도로 멀리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달리고 달리다 멈추면, 아내가 사라지기 전의 멀쩡한 일상으로 돌아가 있는 불가능한 일이 제발 일어났으면 싶었다.
(「칠교」, 83쪽)
A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문제의 싹으로 자라날 동네의 아이들을 싹 모아 다 함께 펑! 자폭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럭키는 아직 어리지만 동네 아이들 중에서도 청소년급으로 거칠다고 소문이 났다. 먹고 싶은 간식이 있어도 정당하게 얻을 방법이 없으니 훔치는 수밖에 없고 친구가 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니 폭력으로 관심을 표했다. 바벨 타워 아파트와 휴먼하우스 단지를 할 일 없이 오가며 시비쟁이가 되어버린 럭키를 만나게 됐다.
(「럭키, 스트라이크」, 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