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상감 투각 학무니 베개(靑瓷象嵌透刻鶴紋枕), 고려 13세기,
높이 10.1cm, 폭 11.3cm, 길이 16.0cm, 마구리 구멍지름 2.4cm,
전북 부안(扶安)청자박물관 기획전=정성콜렉션+김완식 선생 기증·기탁유물전-“정성이
꽃피운 아름다운 공유전”.
이 특별기획전은 정성콜렉션 소장자분들과 대표 김완식 선생께서 평생 동안 수집해 온 부안
고려상감청자를 비롯해 조선백자에 이르기까지 진귀한 도자기를 일반에 공개하는 자리이다. “문화유산은 여려 사람이 공유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더욱 빛이 난다.”는 신념으로,
수십 년에 걸쳐 애장(愛藏)하며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한, 150여점의 도자유물들을
부안군 청자박물관에 기증·기탁하여 전시와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특단의 배려를 해
주었다.
도자기는 하늘과 바다를 품은 그릇으로 흙, 불,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결실을 맺는 예술이다 보니 천여 년 전만 하더라도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중국과 고려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제작은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통일신라의 경질(硬質) 토기의 기반
위에 중국 절강성(浙江省) 월주요(越州窯)로부터 유입된 청자 제작 기술의 영향으로 시작
되었다. 그러나 불과 200여 년 만에 부안과 강진에서 중국인들이 놀랄 정도로 빼어난 경지에 이른 청자를 생산하였다.
전북 부안 유천(柳川)리에는 대략 45개소의 가마가 남아 있는데, 전남 강진과 더불어 그
생산 양과 질에서 쌍벽을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2-13세기에는 상감청자를 비롯한
최고급청자를 생산, 아름다운 유색(釉色)과 세련된 기형(器形)을 자랑하여, 모란, 연꽃, 국화
등의 식물무늬와 구름 학 무늬 등과 더불어 왕실을 상징하는 봉황과 용무늬가 새겨진 청자가 확인되며, 고려 왕실을 비롯한 귀족, 관료 등 지배계층의 생활용기나 장식용으로 애용되었다.
이 작품은 직육면체 형태의 청자 베개로 온몸에 투각과 상감기법으로 문양을 장식하였으며, 양 옆면 마구리부분에는 동그란 구명이 뚫려있다.
목이 얹어지는 넓은 두 면에는 가운데가 완곡선(緩曲線)을 그리며 살짝 내려 앉아있으며,
사각 선으로 가장자리를 구획(區劃)한 후 양쪽 가장자리에 한 줄씩의 연주(聯珠)무니를 찍고, 중심에는 날개를 활짝 편 학 두 마리가 목을 꼰 자세로 표현되어 있다.
나머지 측면을 이루는 넓은 두 면은 사각 선으로 가장자리를 구획한 후 역시 양쪽가장자리에 한 줄씩의 연주무니를 찍고, 중심에는 작은 능화창(菱花窓) 여러 개를 투각장식 하였다.
양 옆 마구리 부분은 구멍을 중심으로 사각으로 능화창을 배치하고, 가장자리에 한 줄의 연주무니를 돌려 찍었다.
한 쪽 마구리면에서는 4개의 규석받침 흔적이 관찰되며, 온몸에 바른 유약(釉藥)은 회청색
으로 발색(發色)되었다.
이 베개의 투각 능화창에 투영된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800년 전 여름 한 낮에 정자에서
청자베개를 베고 낮잠을 청했던 고려선비의 풍류가 느껴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