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단풍처럼
-해심 구장회-
11월 11일 아내의 형제 5남매가 오랜만에 만나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 수목원’에 갔다. 10여년 전에 몇 번 와 보았던 수목원에 오랜만에 아내 형재들과 함께 단풍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는 기대에 찬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들어섰다. 그런데 10여년 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젔다. 나무들도 커젔지만, 수목원을 새롭게 단장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래젔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고,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에 놀랐다.
축령산 자락을 배경으로 높고 푸른 하늘아래 평쳐지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과 가을 국화가 어우러진 풍경은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초반부터 감탄사가 저절로 터저나왔다.
“야~ 너무 아름답고 멋지다” 총천연색으로 전개되는 풍경에 우리 일행은 계속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며 아름다운 단풍에 매료되었다. 보는 것마다 아름다웠다. 아침고요 수목원을 상징한다는 1.000년 정도로 추정되는 향나무 천년향은 너무 아름다웠고 우리가 찍는 사진의 배경이 되었다. 아침고요산책길을 걸으며 숨호흡을 크게 해본다. 사시사철 축제를 하는 아름다운 수목원, 봄에는 봄나들이 봄꽃축제, 여름에는 수국과 무궁화 전시회, 가을에는 들국화와 단풍축제, 겨울에는 오색별빛 정원전이 펼쳐지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수목원, 그러나 나는 웬지 가을의 단풍축제가 제일 아름다워 보인다.
여기 저기서 아름다운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 사진 작가들처럼 보인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며 나는 외국인들 둘이 온 사람들을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오랜만에 형제들과 함께 거니는 기분도 너무 좋았다. 나무 종류도 많아 서로 자기들의 자태를 자랑하며 충천연색으로 앙상불을 이루어 우리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해 주었다.
나는 한참동안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겨울에 앙상하던 나무 가지에 봄이 되면서 새로운 옅은 초록색을 자랑하는 잎새들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여름이 되면 잎이 푸른색을 띄며 싱싱하고 활기찬 젊음을 자랑하듯 우리들을 맞이하고, 가을이 되면 푸른 잎들이 노란색, 붉은색 분홍색으로 변하여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인생의 여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봄이 되면 새로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초록색 나뭇 잎들, 여름이면 활기찬 힘을 보여주는 푸른색 잎들,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봄, 여름, 가을 중에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계절은 가을이 아닌가, 단풍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단풍 계절이 되면 사람들이 아름다운 단풍을 보려고 설악산으로, 오대산으로, 내장산으로 몰려간다. 오대산의 단풍를 구경한 이스라엘 사람이 아름다운 단풍에 매료되어 감탄하면서 입을 벌리고 얼마동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최고의 단풍을 자랑하는 절정에는 내장산에 승용차들이 내장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줄을 길게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면서 지금 단풍이 노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같이 느껴진다. 잠시 후면 아름답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떨어저 바닥에서 바람따라 딩굴게 된다. 인생으로 말하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끝내고 죽는 것이다. 그러나 죽기 전에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단풍,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는 나에게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 했다. “너도 노년을 저 아름다운 단풍처럼 너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아름답게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 주님의 음성만이 아니라 나도 “주님, 나의 노년도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저 단풍처럼 살게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나온다.
노년을 추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돈 문제, 권력 문제, 갑질 문제, 음란 문제, 황혼 이혼... 나는 저 아름다운 단풍처럼 모든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아름답고 멋진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단풍이 나에게 큰 교훈과 메지시를 주는 것 같다. 나는 단풍을 바라보면서 노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새롭게 다짐해본다.
대중 가요에 사랑하던 연인을 생각하며 불렀던 노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람’이 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곱게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하렸더니 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그러나 나는 “아름다운 단풍처럼 남에게 감동을 주는 노년을 살고 싶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혼자 중얼거리며 아침고요 수목원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