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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경험 개념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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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나타난 `의식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자체존재로서의 `타자(他者)`가 어떻게 의식의 개념으로 환원되는지를 밝힌다.
논의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연적) 의식의 타자는 의식에 대립해 있는 대상으로서의 자체존재이다.
2) 자체존재는 의식이 대상과 긍정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지(知)를 평가하는 근거이다.
3) 그런 의미에서 자체존재로서의 타자는 의식에게 진리의 담지자이다.
4) 그런데 의식이 의식과 독립해 있는 타자로 설정했던 자체존재는 자연적 의식의 입장에서 그런것일 뿐, 즉 `의식에게` 드러난 가상에 지나지 않을 뿐, 실제로는 `의식을 향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5) 여기서 타자는 `의식 안의 타자`로 입증된다.
6) 타자가 `의식 안의 타자`라고 해서 타자가 주관으로 환원되는 것을 뜻하지 않고, 오히려 타자의 객관적 실재성과 진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의식연관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뜻한다. 진리로서 자체존재의 객관적 실재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존재의 의식연관성은 불가결하다.
7) 이에 따라 의식은 자신의 지(知)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근거를 자기 밖의 타자인 자체존재에서 찾을 필요가 없게 된다.
8) 여기서 의식은 개념과 대상 그리고 지와 진리의 비교를 위해 `의식의 자기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대상에 따른 검사`는 곧 `의식 안의 대상에 따른 검사`이다.
9) 대상에 대한 의식의 지와 진리의 불일치 혹은 자기와 타자의 불일치가 확인되면 의식은 대상에 대한 지를 변화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의식의 지를 가능하게 했던 대상 자체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때 의 대상은 그에 상응하던 지의 경우에만 유효했기 때문이다.
결국, 타자는 의식에 대한 타자로서만 그의 진리를 획득한다는 사실, 즉 `대상(타자)의 진리는 개념(관념)으로 현상한다.`는 사실을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통하여 드러낸다. 헤겔의 철학적 사유를 `객관적 관념론`으로 칭할 때 `객관적`의 의미가 충분히 부각 되어야 한다. 존재의 실재적 객관성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확보하기 위해 헤겔의 철학적 사유는 한 편으로 구체적인 경험세계에 준거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그 경험세계에 대한 설명이 궁극적으로 의식의 개념 혹은 정신의 관념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의식이 행하는 경험에서 대상은 칸트의 파악과 달리 감성과 오성의 차원에 머물 수 없고 이성의 차원에까지 나아감으로써만 그 객관성과 진리성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헤겔은 입증한다. 그런 한에서 칸트의 물자체는 헤겔에게서 더 이상 인식에게 낯선 타자가 아니며, 헤겔의 체계 안에 이성과 무관한 `절대 타자`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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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에서 개념 운동과 의식 경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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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정신현상학』에서 「서문」과 「서론」은 공통으로 진리에 이르는 길을 다루고 있는데 그 길은 서로 다르다. 「서문」에서는 그 길은 곧 개념의 운동이며 이 운동은 대상화와 자기 내 반성을 매개로 전개된다. 이 운동을 통해 학문의 체계가 형성된다. 반면 「서론」에서는 의식 경험의 길이 제시되는데, 이 길에서 전제된 인식 체계는 물 자체 즉 자기모순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인식 체계로 발전한다. 『정신현상학』은 이런 의식 경험을 통해 전개된다. 지금까지 논의는 대체로「서문」에 나오는 개념 운동을 중심에 놓고, 「서론」에 나오는 의식 경험은 개념 운동으로 환원하고 만다. 그러면 『정신현상학』과 학문의 차이가 없어지며, 학문에 이르기 위한 예비학으로서 『정신현상학』을 굳이 서술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두 가지 길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두 길은 모두 진리에 이르는 길이니 양자의 관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길은 진리의 정상에 오르는 서로 다른 등산길인가? 아니면 동일한 길을 이루는 서로 보완적인 길인가? 논자는 이 글에서 이 두 가지 길을 하나로 통합하는 가능성을 찾아보려 한다. 이런 가운데 논자가 주목하는 것은 형태와 계기라는 헤겔의 독특한 개념이다. 헤겔은 형태와 계기라는 두 개념을 내면화(Errinnerung: 기억)라는 개념이나 개념의 현존으로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관계시킨다. 이를 통해 개념 운동과 의식 경험이 동일한 운동의 서로 다른 측면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즉 개념 운동에서 자기 내 반성의 과정은 물 자체와 모순에 부딪힘으로써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의식 경험에서 출현하는 물자체란 곧 개념을 통해 정립된 대상의 이면에 지나지 않는다. 개념의 계기가 전개하는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식 경험이고 의식 형태의 이행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곧 개념 운동이다. 그러므로 양자는 동일한 운동의 서로 다른 측면이며 두 운동은 서로 보완하면서 전체의 통일된 운동을 이룬다. 두 가지 길을 상호 보완적인 길로 이해한다면 헤겔의 사상을 좀 더 완전하고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