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살짝 내리는 가운데 2025년 서울마라톤 대회가 개최됐다.
기온은 영상 5도라서 조금 추울 법도 한데 대부분 러너들이
민소매 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달렸다. 나도 동아마라톤대회를
20회 참가를 했지만 영하 5도의 날씨에도 대부분 민소매 차림으로
달리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경기로 그로 인해
몸에 열기가 올라 어지간한 추위는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하여 12km 지점까지 선두권에서 잘 달린 대구 마라톤대회 국내부
우승자 박민호 선수는 슬그머니 화면에서 사라져 포기를 했다. 해설자에
의하면 본래 10km 내지 15km를 국제부 선수들과 함께 달려보기 위해서
선두권에서 달렸고, 원래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선수 보호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두권 스피드가 2시간 5분대였으니까. 12km까지 2시간 5분대 주자들과
함께 달릴 수 있는 기량이라면 속도를 조금 더 낮추어 자신의 페이스로
달리면 충분히 2시간 10분 이내는 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게 선두권 선수들은 꾸준히 달려 잠실대교 36km를 통과했고
6km을 앞두고 스퍼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후 3명의 주자로 압축되었다.
선두로 달린 케냐 코에치 선수가 자세도 좋고 호흡도 좋아 우승후보로
꼽혔는데 오히려 힘들게 뒤따라 달리던 케냐 크르아와 에티오피아 테클루--
2명의 선수가 그 선수를 앞질러 앞으로 갔다. 그리고 세명의 선수중 자세가
많이 흐트러지고 호흡도 좋지 않은 케냐 크루치, 그래서 중계진들도 저 선수는
마지막 승부에 동참하기는 어렵겠다고 했던 선수가 피니쉬 라인 200미터를
앞두고 선두로 나갔다.. 그러나 뒤따라 오던 에티오피아 케클루 선수가
100미터를 앞두고 스퍼트를 해 그 선수를 따돌리고 우승을 했다.
1위와 2위의 기록차는 불과 2초. 2초라고 해도 16미터의 거리이다.
마지막 스퍼트는 100미터 기준 적어도 12초 이내는 달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승한 선수는 골인하자 마자 오버히트를 계속했는데 이것은 자신을 한계
이상으로 밀어 붙혔다는 생각에 그 선수의 정신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최근의 마라톤은 정신력과 스피드의 싸움인데, 그것도 100미터나
200미터 단거리 달리기를 누가 더 잘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국내부 우승은 한국전력의 김홍록 선수인데, 이 선수가 작년 동아마라톤 대회와
춘천마라톤 대회 우승자다. 작년동아 2시간 14분, 춘천 2시간 20분. 동아마라톤
대회도 기록이 저조하지만 춘천마라톤대회는 국내 마라톤 선수들의 수준을
알게 해주는, 그래서 국내 마라톤은 침체기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승을
하고도 욕을 먹은 우승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동계훈련 동안 2시간 10분 이내를 목표로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했다. 연습결과인지 몰라도 다행히 지난해 보다 2분이 빠른 2시간 12분에 골인을
했는데 해설자인 윤여춘은 놀라운 기록이라고 하면서 극찬을 하는데 이게 정말
놀라운 기록인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져 보자면 이 기록은 일본 내
아마추어 최고 기록보다도 못하며 선수로 치자면 도쿄마라톤 대회에서 100위
안에도 못드는 기록이다.
국내부 시상에서 놀라웠던 건 6위 입상자다. 일반인 참가자가 6위로 입상을
한 것이다. 기록은 2시간 18분. 김지호라는 선수인데 이 선수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추어 시상에서도 1위로 입상을 한 것을 보면 선수 출신
이었다고 하더라도 은퇴한 지 꽤 된 것 같고, 그리고 혼자서 훈련을 하여
이렇게 호기록으로 입상을 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아마추어 한국 마라톤 역사상 처음으로 20분의 벽을 넘었다는 대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종전까지의 최고기록은 2024년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3분 03초를 기록한 산악마라톤의 고수 김지섭 선수가 같고 있다.
참고로 김지호 선수는 작년에 김지섭 선수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고 2시간
24분 55초를 기록했다. 그런데 1년동안 혼자서 훈련을 해서 2시간 18분대에
골인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자 부분 국제부문에서는 에티오피아 베칼리치 선수가 2시간 21분 36초를
달성했는데 최근 여자마라톤 대회에는 20분이 넘어가는 기록은 상위 클래스의
러너가 아니기에 이런 면에서도 여자 부분은 기록이 저조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부 엘리트 여성 마라톤 대회는 제천시청의 최경선이 38km까지 독주를 했으며
예상기록도 충분히 한국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40km 지점 부근에서 충주시청의 임예진에게 추월을 허용했으며 뒤이어
41km 지점에서는 삼성전자의 김도연 선수에게도 추월을 허용해 결국 3위로 골인을
해 아쉬움이 무척 많이 남는 대회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여자부 1위 임예진--2시간 30분 14초, 2위 김도연---2시간 30분 18초.
3위 최경선---2시간 30분 31초로, 나란히 2시간 30분대로 골인을 해 남자 선수들에
비해 그래도 선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여자 마라톤 기록은 1위 김예다은 2시간 52분 09초를 필두로 5위 선수
2시간 58분대까지 모두 서브쓰리를 기록했으나 예전 문기숙이나 이정숙의 2시간
40분대 기록에 근접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평을 해보자면, 이웃나라 도쿄마라톤 대회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큰
차이점이라면 연도에 시민들의 응원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마라톤의
침체와 적지 않은 연관이 있을 거란 생각에 20여 년을 마라톤을 한 러너로서
늘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입이다. 그래서 지금의 초중고, 꿈나무 선수들이
빨리 세계적인 선수들로 성장하여 세계의 유수한 탑클라스 러너들과 어깨를
겨누며 골인점을 질주하는 모습을 고대하는 마음입니다.
참고로 지금 한국의 모든 육상기록들이 깨지고 있는데 유독 마라톤 기록만
18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데, 이봉주 선수가 2007년 도쿄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2시간 7분 20초를 넘어서 일본의 최고기록 2시간 4분대를 빨리 넘어서길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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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 김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