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
- 성영희
바다를 향하여 각주들이 달려 있다
표류하듯 떠 있는 문장의 귀환을 기다리다
녹이 슨 것들은 붉은 해가 된다
붉다는 것은 간절하다는 것
파란 종이에 둥둥 떠 있는 문장들을
저기 묶어두고 싶다
무게가 없는 습성은 쉽게 가라앉지 못한다
물과 바람결이 섞여 만들어진
새파란 바다 한 장,
둥둥 떠 있는 문장들로 지중해 모래알을 읽고
수천 킬로 협곡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바람의 발을 거든다
물속에도 쉼표가 있다
잘못 건너뛴 물의 뼈가
수평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은
바다의 중심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무수한 포물선이
순간, 각주에 묶인다
떠오르지 않는 짐작 하나가
침목 한 척을 품고 있다
가라앉은 것들의 이름을 불러 보는 동안
또다시 부유하는 몇 개의 인용
빈 각주에 묶어둘 출렁이는 물결이 내겐 없다
진한 잉크 냄새만
시동(始動)으로 남을 것이다
ㅡ시집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 (실천문학사, 2022)
******************************************************************************************************
글을 마주했을 때, 낱말과 문장이 금세 이해되는 경우는 독서가 아주 즐겁습니다
그러나 마치 자갈밭에 나무뿌리가 튀어올라온 것처럼 멈칫거리게 되면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작가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각주달기'인데요
이 또한 적절한 인용이거나 이해를 위한 해석이면 속이 시원해질 테고
더러는 고개가 갸웃거릴 정도가 되어 더욱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많은 작가 시인들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런 작품을 쓰지 못하여 전전긍긍합니다
매우 용감한 기자들이나 정치인들만 각주 없는 묘사와 비유에 익숙해져서
온갖 오해를 초래하고 세상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으니...
오늘은 인용없는 하루를 살고는 싶은데 예보는 미세먼지 가득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