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
귀를 대보면
나는 무시무시한 것을 앞두고 있다
파도에 휩쓸려 가는 비치볼처럼
잡지 못해 이끌려 가는 영원한 사랑
개는 한동안
그대로 그렇게
허공을 향해 짖다가
가녀린 인간의 어깨
삐뚤어진 입술
빛바랜 눈동자
한 줌 영혼
여름 바다에 빠져 죽진 못하고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텅 빈 것을
믿고 따른다
혼자 꾸는 꿈이
대관절 멀리 가는 이유는
알맹이가 없어서
껍데기는 껍데기를 알아보고
개는 얌전히
사랑의 앞니가 빠져
헤벌쭉 웃는 인간을 품에 안고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존나 쿨한 척하는 인간치고 진짜 쿨한 인간 없음
죄다 암에 걸리고
손수건을 쥐어주면 눈물 흘리고
게딱지에 밥 바벼 먹는
애쓸수록 사랑스럽다
사람의 사람됨이여
뿔소라의 내장에는 독이 있다
사랑에 관해서라면
날뛰는 개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뿔이 난 것에 입술을 대면
진실을 말하고 싶어서
개소리를 지껄인다
우리는 개같이 사랑하지
아무 데서나 붙어서
이 새끼들이 재수 없게
돌멩이는 날아들고
붉게
헐떡이는 걸 감추지도 못하고
줄행랑쳐서
모래성에 숨어서
숨죽이고 본다
죽으려고 환장한 이 빠진 바보 곁에
개 한 마리
눈이 부셔서 흥얼거리지
사랑으로 눈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
귀를 대보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
월트 휘트먼의 시보다 영화가 더 먼저 생각나는 건
김민희와 홍상수 때문
세상에 불륜이고 싶지 않은 사랑도 있니
껍데기에 대고 기원하면 껍데기를 얻고
알맹이에 대고 기원하면 알맹이를 잃는다
잘 잤어요
분리수거 다 해 놓았어요
오늘은 일곱 시 삼십 분 퇴근
저녁 같이 먹어요
쪽
사실 개는 여기 없다
이미 멀리 도망갔다
* 최진희, 「사랑의 미로」에서 인용.
[낮의 해변에서 혼자], 현대문학,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