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늘푸른언덕
2시간 전
이웃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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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
지난 3년여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가족과 친척들이 올해 민족의 큰 명절 추석 한가위를 맞아 그리운 얼굴들 마주 보며 한동안 묵혀 두었던 한가위 덕담을 건네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특히나 뜨겁게 달구웠던 지난 한여름의 폭염,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지리하게 대지를 적셨던 장마와 한반도를 강타해 큰 피해를 입힌 태풍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의 섭리 앞에서는 그 종적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잔인했던 지난 여름의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하루빨리 회복되어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무뎌진 감성이 살아나는 가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폭군처럼 대지를 호령하던 잔인한 계절 여름도,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 순종하듯이 풍요와 성숙의 계절, 가을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는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혼돈과 탐욕으로 물든 이 세상도 이러한 자연계의 질서를 본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 봅니다.
실로 오랜만에 유달리 드높고 더욱 푸른 가을 하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가을 하늘입니다. 이 주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대한민국의 가을을 두고 누군가 이렇게 노래합니다.
전쟁으로 할퀴고 발기고 해도
가을만은 제자리에 두어 두십시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도 좋으니
가을만은 제때에 두어 두십시오
우리 조국의 가을을 너무나 사랑했던 어느 시인이 노래한 가을 예찬의 한 구절입니다.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시인은 가을만큼은 그대로 두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한 편의 시로 노래했습니다. 우리의 자랑, 가을이란 계절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시인의 절규와 같은 마음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담고 있는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오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을의 기도>라는 시 두 편을 나누며 함께 감상하기 원합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넉넉하고 풍요로운 추석한가위 되시고 남은 명절 끝자락도 즐겁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의 기도/이해인
첫댓글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마음같이
우리들의 삶도 늘 행복하기 원합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을 노래한
기도시 두 편을 함께 나눕니다.
<늘푸른언덕>
이 가을에 좋은글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