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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카페 게시글
♡ 낙서장 ♡ 스크랩 흐물이의 검정고무신, 지리산둘레길을 걷다. - 1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244 12.09.01 17:4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흐물이의  , 지리산둘레길을  걷다.

 

날 자

날씨

구간(km)

816

흐림 ? - 흐림

주천~운봉~인월(25km)

 

주천안내소(8:50) - 주천안내소 황선생님과 대화 - 주천안내소에서 출발(9:45) - 회덕마을(12:00) - 가장마을( ) - 운봉(15:00) - 인월안내센터(17:40)

 

                   

아침에 하늘을 품에 않고 아버지가 맑은 마음으로 걷고 더 커서 돌아올게라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16일간의 지리산 둘레길 전구간 걷기...

공교롭게도 816일에 시작되었다.

 

주천에 도착해서 주천안내소 선생님을 뵙고 출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잠시 기다리니 황선생님께서 출근하신다. 인사드리고 차를 타 주신다는 것을 집에서 각시가 챙겨준 뽕잎차를 나눠 마시며 이런저런 둘레길 이야기를 나눴다. 황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 몇가지가 있어 일기에 남겨본다.

 

먼저, 현재 주천안내소 앞에는 둘레길 초입 인 냥 간판이 크게 서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 길은 숲길에서 지정한 둘레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원시와 숲길 간에 소통이 된다면 어떤 해결방법이 나올 법도 하지 않을까?

 

 

                  

그리고 둘레길 초입을 눈앞에 두고도 이용자들이 어디로 가야 되냐고 묻는단다. 구례방향을 표시하는 이정표는 저만치 주차장 위에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리고 큼지막하게 서 있는 운봉방향의 안내판은 주천안내소 앞에서 보면 세로로 서 있어서 어떤 안내판인지 식별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둘레길 종합안내도는 화장실 앞에 있는데 그 또한 주천안내소에서는 세로로 서있는 꼴이다. 그래서 안내소 바로 앞에 둘레길 이정표를 하나 세웠으면 하는데 그것은 남원시와 숲길의 둘레길 노선(주천안내소 둘레길 초입)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황선생님과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마치고, 지리산 둘레길에 첫 걸음을 주천면 이정표앞에서 올렸다. 주천파출소 앞에서 있는 [주천 운봉 1]이정표를 보고는 우리 구례구간과는 달리 이정표에 구간별 넘버링이 되어있다는 걸 확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걸으며 느낀 것인데 이끼가 낀 나무다리와 비바람에 부드러워지고 색이 바랜 듯 한 이정표, 길은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넓어지고, 물길이 나서 파여 가고, 나무뿌리들이 새로이 드러나 상체기 난 것들을 보며 남원구간에선 어느새 세월이 느껴졌다.

 

주천파출소를 지나 조금만 가면 옛스러운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보며 나는 잠시 옛생각에 사진기를 꺼낸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렌즈안에는 중학교를 막 졸업한 아직 어린 우리 누님이 큰 가방 끌고 부산의 신발공장에 간다고 건너고 있었다. 어머니는 저만치서 손을 흔드시고, 저 멀리 미루나무가 가로수로 서있는 비포장 신작로에는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달려온다. 그 소녀는 큰가방 겨우 버스에 싣고 흩어질 먼지를 남기고 다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구룡재에 올라 다리를 쉬어간다. 아직은 열매가 열리기에는 이른 철에 눈앞의 나무에 주렁주렁 열렸다. 산행모임들의 리본들이 열매인냥 나무가지에 주렁주렁 거린다.

 

구름이 산 능선 길을 넘어가는 때 나는 그 길을 걸었다. 구름 속을 걸었다. 온몸이 젖도록...

구름으로 인해 흐릿거리는 솔숲이 정령들을 품은 듯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내 영혼마저 머물고 싶은 마음에 소나무에 기대어 한참을 앉는다. 그리고 사진기를 손에든다.

 

그렇게 걸어걸어 회덕마을을 지나 가장마을까지 왔다. 오는 동안 점심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쉼터는 많은데 모두 간식꺼리만 있을 뿐, 밥이 있는 곳이 없었다. 가장마을의 쉼터에 도착하니 할머니 두분이 시멘트 평상에 계신다. 인사를 드렸더니 쉬어가라하시며 삶은 옥수수를 하나 건네신다. 배고픈 마음에 한 번의 사양을 한 후 염치불구하고 옥수수를 맛있게 먹었다. 고마운 마음에 옆에 있는 무인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세 개 사서 할머니들과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둘레길 이용객이 많이 줄었단다. 전년에 비해 절반도 않되는 것 같단다. 마을에 식당을 하나 차릴까 하다가도 신중 해 지신단다.

 

할머니들께 인사드리고 걸음을 이어간다. 운봉 읍내에 들어서니 길을 못 찾겠다. 분명 육묘장 앞에서는 이정표를 보고 잘 따라 왔는데 읍내에 들어서면서 이정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분식집으로 들어가서 김밥에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주인어르신에게 둘레길로 인월을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되냐고 여쭈었다. 가르쳐 주신데로 가는데도 둘레길 이정표를 좀체 발견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인월 방향이라고 생각이 드는 쪽으로 걸었더니 운봉-인월 간 도로가 나왔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황산대첩비와 송흥록선생의 생가가 있는 비전마을로 들어서서 둘레길 이정표를 만났다. 반가운 우리 둘레길 이정표...^^

 

이정표를 따라 걸어오는 길... 옥계천에 있는 탑과 비 앞에 어느 스님이 예를 가추고 계셨다. 그 스님께 탑과 비에대한 사연을 여쭈었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수월스님의 손자상좌이신 스님이 실상사로 출가하셨고, 그 후 입적하셨는데 사연이 있어 실상사에 모셔지지 못하시고, 이곳이 한이 많이 서려있는 곳이니 이곳에 본인을 안장 해 달라 하셨단다. 그래서 하나는 부도탑이고, 하나는 부처님의 뜻과 그 스님의 일생을 기록한 비라고 하셨다.

 

옥계저수지를 지나, 흥부골을 지나 인월에 들어섰다.

 

오늘 걷는 내내 몇몇 사람뿐 많은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걸으면서 길과 나무들의 뿌리, 그리고 주변에 간간히 보이는 쓰레길들과 나무에 무껴있는 리본들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지리산 둘레길은 산에서 내려가야한다. 내려가서 생활길이 되어야 한다." 물론 예전에는 이길들이 생활길이었겠지만 지금의 사람을 수용하기에는 길이 너무 불쌍타.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이 어차피 관광길을 추구한 것은 아니니 생활길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게 마땅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생활길이 될 만한 공간에서 잘 가꾸어져서 지리산이 좋아서 찾는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걷는데 필요한 길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지리산 둘레길이 본래 추구하고자 했던 걷는 문화가 확산되고 이로 인해서 성찰의 삶이 확산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 흐물이의 고무신은 주천에서 인월까지 걸었다.

 

 

- 흐르는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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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9.03 10:32

    첫댓글 건강하게완주잘하고와~~^^

  • 12.09.05 16:32

    좋은정보 고맙습니다. 저는 10월중순에 한번 갈려고 합니다.

  • 12.09.10 12:09

    저도 이번 가을에 둘레길 한번 걸어보고 싶네요..노오란 가을 들녘이 예쁠것 같습니다..*^^*

  • 12.10.10 15:51

    낯선 이방인의 둘레길 탐방을 위해... 이정표의 소홀함이 아쉽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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