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칼럼] 한미 방위비분담 합의… 다행이지만 걱정
정부는 방위비분담 얼마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큰 틀에서 한미동맹부터 진정으로 강화하라
칼럼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칼럼
입력 2021-03-16 13:29 | 수정 2021-03-16 15:34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한국과 미국은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방위비분담금에 합의하였다.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의 설명에 의하면 2021년 분담하게 될 방위비분담은 1조1833억원으로서, 2019년치 (이전에 합의되지 않았던 2020년 치는 2019년과 동일한 액수로 합의)에 비해서 13.9% 인상된 규모라고 한다. 2년으로 계산하면 연평균 7%가 인상된 셈이다. 정부에서는 6년 간이라고 하지만, 2020년이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즉 2025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5년 단위로 하던 기존 방위비분담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할 수 있는데, 달라진 점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한국의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해주는 것으로 타결되었다고 한다.
타결 환영하나, 국방비 증가율 적용은 문제
어쨌든 그동안 한미동맹에서 껄끄러운 주제로 남아있던 방위비분담을 타결한 것은 잘된 일이다. 개인 간에도 그렇지만 나라 간에도 돈 문제가 걸려있으면 다른 협력도 원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금액의 5배에 이르는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을 요구한 것과 비교하면 13.9% 인상이 크지는 않고,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핵 위협으로 인하여 미국의 동맹공약, 특히 확장억제(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하면 미국이 대규모 응징보복을 시행하겠다는 약속)의 이행이 필수적인 한국에게는 다소의 경비를 분담하더라도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매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하여 증액시켜주기로 한 것은 다소 의외이고, 앞으로 논란 및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비 평균 증가율이 6.1%였는데, 합의대로 하면 매년 그 정도씩 인상해줘만 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21년 국방비 증가율이 5.4%이기 때문에 2022년에는 1조1833억원 보다 5.4%많은 1조2471억원이 되고, 그 이후에는 평균 국방비 증가율 6.1%를 적용하면 2023년은 1조3232억원, 2024년에는 1조4039억원, 그리고 2025년에는 1조4896억원이 된다. 이전 정부에서는 5년 단위로 협상을 할 때 2-7% 인상을 한 후 5년 동안에는 물가상승률만 반영하여 2% 정도 증액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매년 6% 증액한다면 기존 증대율의 3배가 되는 셈이고, 기간이 오래 지나면 상당한 금액을 증액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은보 대사는 어떤 이유로 이러한 합의를 하게 되었는지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고, 현재 알려진 대로라면 다음 협상에서는 시정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6%씩 증액시켜 준다는 것은 지나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하던 일을 대부분 찬성하거나 묵인해오던 반미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이번 방위비분담 합의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 뜻과 국익을 배반하고 미국 퍼주기에 나선 협정"이라면서, "역대 어느 정부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악의 굴욕적인 협정안"이라는 주장이다. 우파정권에서는 크게 증액되지 않았던 것이 자주를 강조하는 좌파정부에서 엄청난 증액을 하게 되었으니, 그들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와 시민단체 반성 필요
무엇보다 한미동맹이나 방위비분담에 대한 현 정부인사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그 동안의 방위비분담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 이번과 같은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현 정부는 인식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2018년에 2019-2023년까지의 방위비분담 협상을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에는 기존보다 40%가 증대된 12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나중에는 10억 달러 정도로 낮췄다. 우파 정부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맞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생각하여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였을 것이고, 그랬다면 5년 단위로 물가상승률만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 현재와 같은 증액도 없었고, 그 동안 존재했던 한미 간의 껄끄러움도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무조건 버티기만 한 채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고, 결국 흥정 차원에서 기존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한미 양국 실무자들이 13% 정도 인상을 합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서 새로 협상한다고 하여 그 전 합의안을 없던 것으로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혜롭지 못한 대응이 현재와 같은 대규모 증액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는 겉으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한미동맹을 중요시하지 않았고, 한미 양국 실무자 및 정책결정자 간에 신뢰관계도 형성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하여 서로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기회나 창구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 실무자나 중간결정자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50억 달러도 요구하는 사태까지도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현재처럼 매년 국방비 증가율만큼 방위비분담을 증액하는 것과 같은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 정부가 한미동맹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바람에 미 정부 내에 한국을 이해하거나 지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미국 정책결정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인맥을 가진 한국의 관리들도 없어서 현재와 같은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에 정부가 지나치게 증액한 것으로 비판하지만, 그들도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방위비분담은 일본처럼 조용하게 협상해야 하는 것인데, 시민단체는 어떤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반대함으로써 방위비분담 문제를 부각되게 만들었고, 따라서 한미 양국의 감정이 개입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군이 이자놀이를 한다거나 미군의 예산을 대체한다는 등 근거가 없는 루머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그들로 인하여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방위비분담을 하고도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미동맹과 방위비분담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가운데 적정한 선을 모색하는 노력을 해야지, 무조건 한미동맹을 부정하거나 미군이 자신의 필요성에 와서 주둔하기 때문에 방위비분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시민단체들은 일본이 GDP 규모를 반영하면 우리보다 적은 규모의 방위비분담을 것으로 말하지만, 필자가 논문을 통하여 연구한 바도 있듯이 일본이 우리보다 많이 부담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국방부에서 방위비분담금만 지원하지만 일본은 방위성 외 다른 부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비분담에 해당되는 항목의 경우 대체적으로 일본은 한국보다 4배 정도가 많고, 미군에 대한 전체적인 지원 액수는 우리의 7배 정도가 된다. 토지 등의 간접비용도 일본이 담당하는 것이 2배 이상 많다. 또한, 일본은 지원항목을 정한 다음에 그 항목에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지원하는 방식이고, 한국은 총액을 합의한 다음에 그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라서 그 금액이 작을 때는 우리 방식이 유리한 점이 있었는데, 방위비분담 금액이 늘어나면서 우리 방식이 불리해져 버린 점이 있다.
항목별 협상으로 전환해야
이제 우리 모두 한미동맹과 방위비분담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미군이 자국군을 외국에 주둔시키고 있으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분을 지원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의 이익도 추구하지만, 한국을 방어해주는 측면도 작지 않다. 한국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동티모르에 1개 대개 규모의 한국군을 주둔시킨 적이 있는데, 그 부대가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고, 동티모르 경제가 좋아졌다면 우리도 동티모르에 일정량의 방위비분담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사실 동티모르에 파견되었던 상록수 부대가 2003년 철수한 원인 중에는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주둔비용을 주둔받지 못하는 원인도 적지 않았다.
이제 방위비분담금도 많아졌고, 한국도 G20에 속할 정도로 선진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매년 분담해야할 총액을 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원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한 후 그 항목 내에 발생하는 비용은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항목별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총액협상을 하게 되면 매년 증액하는 사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한국은 적게 주려 하고, 미국은 많이 받으려는 흥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방위비분담액이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주한미군이 발생시키는 비용 중에서 한국 전담, 미국 전담, 한미 분담의 항목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액수를 정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을 미군에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방위비분담의 명분도 확실해지고, 한미 간에 불필요한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방위비분담과 관련하여 깨달아야할 사항은 미국을 잘 알고,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둬야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타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중요시한 최근 우파정부들의 경우 방위비분담 증가율이 적었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동맹이라고 하겠는가? 우리가 미국을 신뢰해야 미국도 우리를 신뢰하고, 그래야 방위비분담과 같은 사안에서 서로 양보하면서 호혜적인 협상이 보장되지 않겠는가? 정부는 방위비분담 얼마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큰 틀에서 한미동맹부터 진정으로 강화하라. 그게 우리 선배들이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현재와 같은 고도의 경제발전을 유지해온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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