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820호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1937~2007)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
권정생 선생님이 떠나신 지도 어느새 15년이 흘렀습니다.
제가 춘천에 내려오고 이듬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먹먹했던지요.
15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의 바람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헛된 바람일 겁니다.
인간에게 휴머니즘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 테니 말입니다.
여전히 내가 애국자라며, 나만이 애국자라며, 세상은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자들 모두 자기만이 애국자라고 합니다.
그러니 평화는 여전히 요원하겠습니다.
권정생 선생의 저 시 한 편 가슴으로 읽어주는 그런 정치인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하수상하고 어지러운 시절의 아침입니다.
2022. 2. 14.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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