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위해 맥주 한잔과 함께 TV를 켠다. 본방 사수를 할까, 영화를 볼까, 지난 방송을 다시 볼까. 무엇을 봐야 할지 검색하고 결정하는 데 벌써 소중한 5분이 훌쩍 지나간다.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 망설이는 나를 알아챈 것일까. 그동안 내가 즐겨 시청했던 프로그램들이 큐레이션돼 볼 만한 프로그램을 꼭 맞게 추천해주는 서비스에 놀라움과 함께 고마움까지 느낀다.
추천된 프로그램을 본 후 잠자리에 들기 전 모바일 쇼핑을 하다 보면 나에게 어울릴 만한 옷과 액세서리 등의 상품 소개 서비스가 나를 `지름신`으로 유도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비교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나만을 위한 추천 서비스에 마음을 뺏겨 물건을 구매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시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의 개인화`는 디지털 시대에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는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는 서비스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수만 개의 콘텐츠 장르를 세밀하게 분류하고 이를 개인화 추천에 활용해 놀라운 추천 적중률을 기록하는 개인화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명하다.
아마존(Amazon) 역시 10여 년 전부터 도서 추천을 시작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목하는 콘텐츠 개인화의 거시적 개념은 `목표로 삼은 소비자(target audience)의 관심과 선호에 기반한 적절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자나 예상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큰 흐름에 맞춰 최근 디지털 광고도 변화·성장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에서 소비자의 광고 접촉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없이 많은 광고 콘텐츠에 이미 피로감을 호소하고,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광고를 회피하기 위한 스킵(skip) 버튼을 누르기에 급급하다. 그래서일까? 불특정 다수에게 많이 노출되기 위한 기존 디지털 광고가 아닌 소비자의 성향과 관심사, 행동 등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금 더 유의미한 정보로 다가가는 개인화 광고의 사례가 점점 더 눈에 띄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출시와 함께 집행한 `큐브애드(CUBE AD)`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캠페인은 다양한 정보를 영상으로 검색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가 유튜브에 입력한 검색어에 따라 카피 메시지와 비주얼 영상을 즉시 조합해 총 6480종의 각기 다른 맞춤형 광고영상이 나오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광고는 브랜드가 정한 제품의 일부 특장점을 소수 소재를 통해 일방향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큐브애드는 소비자들이 입력한 다양한 검색어에서 드러나는 관심사에 즉각 반응해 총 9가지의 제품 기능을 다양한 비주얼 영상과 메시지 라인을 조합한다. 검색 키워드에 최적화된 개인화 영상광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가 관심 있고 필요로 하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광고에 대한 피로감을 줄였다.
예를 들어 음악 카테고리의 `댄스`를 검색하는 사람에게 `댄스! 더 멋지게 담고 싶나요?`란 반응 카피와 함께 갤럭시S9의 슈퍼슬로모션 기능을 유쾌하게 소개한다. `검은사막` 같은 신작 모바일 게임을 검색하는 경우에는 반응 카피뿐 아니라 전략적 협력에 의해 미리 준비된 `검은사막` 게임 영상을 함께 보여 주면서 광고의 몰입도를 한층 강화한다.
이처럼 검색한 바로 그 순간에 말을 걸듯 다가오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유대감(engagement)은 높아지고 광고를 끝까지 볼 확률도 높아진다. 실제로 큐브애드는 유튜브의 평균 광고 시청 완료율(VTR·동영상 광고를 끝까지 시청한 비율)이 국내 평균 대비 최소 25%에서 최대 86%까지 높게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나에게 최적화된 개인화 광고는 빨리 스킵 버튼을 누르고 싶은 광고가 아닌, 유의미한 정보 혹은 관심 있는 콘텐츠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코카콜라(Coca-Cola)도 `당기면 가까워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유튜브에서 6초짜리 짧은 광고 소재를 수백 종류로 제작했다. 역시 다양한 메시지를 타기팅해 전달한 것이다. `코카콜라 라벨을 당기면`이란 캠페인 카피가 나온 후 후반부에 `솔로 탈출 가까워 질 거야, 우리 사이 넘넘 가까워질 거야`나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 다양한 메시지를 보여줘 콜라 리본 패키지를 매개체로 소중한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하는 브랜드임을 알렸다.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업은 맞춤 의상, 맞춤 프로그램과 같은 최적화된 개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화 마케팅은 첨단 기술과 결합해 고객 분석 기반 마케팅(Customer Data driven Marketing) 방식으로 점차 진화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관심과 선호 등이 반영된 익명의 데이터 △타깃 소비자를 만나게 될 플랫폼(매체) △매력적 콘텐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할 때 디지털 시대의 개인화 마케팅이 보다 높은 효과를 창출하는 완성형 마케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소비자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공감과 노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먼 훗날이나 불문율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