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축구전설’ 펠레(61)와 ‘카이저’ 베켄바워(56)가 2002월드컵 본선 조추첨자로 가장 먼저 확정됐다.
2002월드컵한국조직위(KOWOC) 문화행사추진본부(본부장 이태행)는 지난 17일부터 3박4일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장 루피넨 사무총장과 본선조추첨 행사(12월 1일)에 관한 회의를 열고 베켄바워 2006독일월드컵조직위 위원장과 펠레를 조추첨자로 결정했다.*(스포츠서울 9월 13일자 보도)*이로써 FIFA가 추천하는 네 명의 추첨자 중 두 명이 선정됐으며 나머지 두명은 이달 말까지 결정될 예정.당초 현역 선수를 추첨자로 내세울 예정이었으나 상당수가 빠듯한 유럽리그 일정으로 참석이 불가능함에 따라 국제축구계에 영향력 있는 인사로 변경했다.나머지 두 명의 추첨자는 지난 4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조추첨자였던 ‘프랑스의 축구영웅’ 플라티니와 ‘잉글랜드축구의 별’ 보비 찰턴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현역 간판선수를 내세우는 방안과 상징성을 지닌 인물,또는각계 인사를 포함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2002월드컵 본선조추첨 행사는 오는 12월 1일 오후 7시부터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1·2부로 나뉘어 총 3시간30분간 진행된다.1부에선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의 깃발식이 거행되고 또 FIFA 공식후원업체인 아디다스가제작한 공인구를 선보일 예정.
2부에서는 그리스 출신의 반젤리스가 작곡한 월드컵송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미국 뉴욕 출신의 가수 아나스타샤가 메인 테마곡을 부른 뒤 32개국의본선조를 가리는 추첨식이 벌어진다.추첨함은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모든사람이 내부의 공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2002월드컵 조추첨식은 TV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되며 지구촌 150개국 약 10억명이 시청할 전망이다.
[현장점검] 브라질 축구 유학열풍 어디까지?
2002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의 선진축구를 배우기 위해 축구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요즘 각 중·고등학교 축구팀에는 브라질로 떠났거나앞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아이들이 한둘 정도는 꼭 끼어있을 정도다.공식적으로 집계된 브라질 축구유학생은 200여명.유학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학대열에 합류한 인원까지 포함하면 연간 300여명이 ‘한국의 호나우도’를 꿈꾸며 ‘삼바축구’를 배우고 있다.이런 브라질 축구열풍은 미래의 꿈나무 육성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자양분이 될 전망이지만 지나친 열기에 따른문제점도 없지 않다.스포츠서울은 취재기자를 브라질 현지로 파견해 10일동안 유소년클럽을 돌며 축구유학이 제시해주는 비전과 과도한 열풍이 가져다주는 문제점 등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한국의 호나우도’를 꿈꾸는 아이들
남상민(제주중앙중 3년)과 김진욱(부산기장중 1년)은 브라질 축구를 배우기 위해 지난 10일 상파울루에 도착했다.둘은 세네프로클럽 산하 유소년팀에입단할 예정.
이들이 브라질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요즘은 유럽이 더 잘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축구는 브라질”이라고 잘라 말한다.학교 축구부 주장인 상민은 1년 동안 브라질에서 기술축구를 터득한 뒤 더욱 탄탄한 실력을 갖춰 국내 고등학교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진욱은 아예 5년 동안 브라질에 머물며기본기부터 체계적으로 다진 후 국내 프로와 유럽무대에 진출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이들과 같은 꿈을 품고 브라질로 날아간 한국 축구유학생은 현재 대략 300명으로 추산된다.이들이 주로 찾아가는 곳은 브라질 내 프로팀 소속 유소년클럽과 개인이 운영하는 축구학교.이런 곳이 상파울루시에만 2000여곳이나될 정도다.
브라질에 ‘입성’한 11∼18세의 유학생들은 현지 학교를 다니면서 학업과축구를 병행한다.축구수업은 체계적이고 집중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있는데,특히 기본훈련을 중시한다.성적지향의 훈련에 치우친 한국과는 크게다르다.기술을 가르치기보다 먼저 기본기를 중점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기복 없는 선수가 되는 비결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체력훈련을 금하고 기술훈련에 80% 이상 집중하는 것도 브라질축구의 특징.또 온종일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일에는 보통 3∼4시간만 집중해서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실전을 위해 다른 팀들과 경기를치른다.
◆시설은 낙후,잔디는 최고
축구유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은 프로팀 산하 유소년클럽.정식으로 테스트를 거치며 성인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소속 클럽에서 클 수있는 것이 장점.다음 단계인 주니어클럽에 들어가면 숙소는 물론 유니폼 등이 무료로 지급된다.상파울루클럽,파우메이라스클럽,바스코다가마클럽이 브라질을 대표하는 명문이지만 아직 학국유학생은 한명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명문클럽의 시설은 지나칠 정도로 지저분하고 낙후됐다는 것.2∼3명이 새우잠을 자는 기숙사와 식당과 샤워장 등 비좁은 부대시설을 보고 실망부터 하는 유학생도 적지 않다.그러나 운동장 잔디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300여 한국유학생은 3부리그 세네프로팀 산하 유소년클럽에 19명이 있고,나머지는 축구학교에 소속돼 있다.파울리스징야 축구학교에 52명,오스카축구학교에 15명,인터클럽축구학교에 20명 등이다.펠레가 어린 시절 축구의 꿈을키운 바우루시에 위치해 있고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둬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바우루축구클럽에도 얼마 전 10명이 입교했다.
70년대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했던 바우루축구클럽 바로니 교장은“한국학생들은 머리가 좋아 포르투갈어를 금방 배우고 적응력이 빠르다”면서 “학생들에게 축구가 힘든 운동이기보다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먼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몇몇 축구유학생도 “패스와 슈팅,위치선정 등 기본기를 탄탄하게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축구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세네프로클럽을 방문했다가 다시 만나게 된 김진욱은 “훈련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1주일 만에 실력이 몇 배는 늘었다”고 자랑.
◆되도록 일찍 떠나라
브라질 축구 유학이 4∼5년째로 접어들면서 아직 미미하지만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97년 유학온 지상훈이 10월 유학생 최초로 브라질 2부리그15피라시카바에 정식 입단했고,몇몇 클럽팀으로부터 주목받는 유학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유학생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한달에 1500달러 정도나 드는 값비싼 대가에 비해 무책임하게 방치될 때가 적지않기 때문.유명 축구인이 세운 어느 클럽은 한국유학생을 받은 뒤 교육은 뒷전으로 미뤄 원성을 사고 있다.5개월 전 이곳에 왔다는 한 유학생은 “시설은 브라질에서 최고급이지만 잔디가 상한다고 이용도 못하게 해서 6개월이되면 절반 이상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일부 학교는 한국학생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한국 아이들끼리 어울리다보니 한국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선·후배를 따지며 군기를 잡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브라질 학생들의눈총을 사고 있다.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축구유학 알선업체들의 무책임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국제축구아카데미 정철수 대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국학생이 20명 이상인 학교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
너무 늦게 축구유학을 오는 것도 문제다.브라질에서 만난 유학생 가운데적어도 중학생 때 온 아이들은 이곳 생활에 만족하며 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늦은 나이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한국축구의 타성에 젖어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점검] 브라질 3부리그의 꿈나무들
브라질 프로축구 3부리그에 소속된 세네는 신생팀이지만 소속 지역인 맛도그라스도술주의 대표팀으로 선정될 만큼 지역에서 인기가 대단하다.특히 이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니어클럽은 브라질 전체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의강팀이어서 그 아래의 유소년클럽도 지명도가 꽤나 높다.
이 클럽에는 국제축구아카데미의 주선을 통해 현재 19명의 한국 축구유학생이 100여명의 브라질 소년과 경쟁하며 미래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임형상(16)과 정재민(14)은 브라질에 온 지 1년도 안돼 세네클럽의 기대주로 각광받으며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꿈나무들.
형상은 역곡중 3학년인 지난해 12월 브라질에 건너왔다.남미의 자율적인축구가 몸에 맞아 유학 후 기량이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10개월여 구슬땀을 흘리며 삼바축구를 익힌 결과 얼마 전 세네주니어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받았다.숙소와 식사,용돈이 보장되는 주니어팀에서 밝은 미래를 기약하게된 임형상은 “앞으로 3년간 더 브라질 축구를 익혀 가능하다면 이곳 프로팀에 진출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 1년 유소년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재민은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부터 세네클럽에서 눈여겨보는 유망주.부모의 권유로 올 1월 유학길에 올랐다.그동안 실력이 부쩍 늘어 지난 7월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등 4개국 64개 클럽팀이 참가한 남미 4개국대회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우수선수상을 받아 현지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재민은 “아버지와 최고가 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면서 지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