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코스
교회 설립 기념 주일이라 은퇴 장로님(82세)을 모시러 나섰다.
곳곳에 담장 넘은 능소화가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 정문에 계신 장로님 부부를 반갑게 맞았다.
남창 계곡 삶을 물었다.
‘조용한 편이고 가족 단위로 야영장 찾을 때가 됐어요.
아내도 아궁이 불 지펴 음식을 만들어요.
결혼 전 모친께서 국밥집 하셔서 맛을 아는데 잘하지요.’
솔깃한 마음에 더운 날 잡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장로님이 자리를 채워 힘이 났다.
생전에 자주 뵈면 좋겠다.
찬양 인도자가 ‘임 권사님, 큰소리 찬송이 은혜롭네요.’ 칭찬하셨다.
둘째를 잃어도, 큰사위 떠나보내도 예배로 버틴 삶이었다.
바람 부는 곳 향해 상처를 싸매고 하나님을 경외하였다.
구원받은 자의 감사 찬양은 두려움을 날릴 무기였다.
눈물은 고통을 씻는 특효약이었다.
씻겨 내리지 못한 슬픔은 가슴 아리게 남았다.
어머니 지인의 때늦은 전화에 빈자리가 차가웠다.
아픔이 차오르면 남모르게 울어야 바다처럼 상처를 삼켰다.
수요 저녁이면 세 권사님을 승용차에 태웠다.
어머니의 바람이요 묵묵히 자리 지킴의 답례였다.
지난달, 중등부 전도사 때 가르친 학생 문자를 받았다.
‘최고로 꼽히는 목사님!
후회 않게 연락 자주 하고 7월 초 뵈러 갈게요.’
‘은미 전도사님! 글 솜씨 탁월하네.
뱅기 태우는 실력도 좋고.. 그래 오라고..’
‘넹.. 사모님이랑 식사하세요.’
‘웬일? 내가 부잔데..
가난한 전도사님 용돈 받는 것 세상이 놀랄 일..
저녁에 외식하겠다는.. 아무튼 고마워..’
아침 운동 후 전날 축하 떡 세 조각, 바나나 하나로 때웠다.
의사 무능력자 급여 관리 장부 점검 일이라 주민 센터에 들렸다.
선 베이커리에서 간식 챙기고 장거리 운전 염두에 충전소로 갔다.
도착 시간 맞추려고 추어탕 집 미꾸라지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송정역 11시 20분..’ 카톡이 울렸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어. 횡단보도에서 전화해..’
‘넹’ 기쁨으로 만났다. ‘
아침 어디서 먹었어?’
‘용산역에서요.’
‘점심부터 먹어야겠네.’
‘맛있는 걸로요.’
서해 백합으로 갔다.
‘사진부터 찍고 먹을게요. 기도해 주세요.’
먹는 일보다 장애인 사역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땡볕 더위를 피해 추월산으로 행했다.
담양호를 따라 조정된 전경이 눈부셨다.
에메랄드빛 호수와 그늘진 둘레 길은 힐링 산책로였다.
‘목사님! 우리 교회는 장애인 공동체여요.
목사님 두 분은 성역비 없어요.
각자도생! 활동 보조와 한 분은 에어컨 청소하러 다녀요.
난 정부의 생계비와 주거비로 살아요.
장애 아동 확실히 가르치면서요.
집에 데려가 돌보다 잠들지요.
장애인 여름 수련회 강원도 갈 거예요.
요리에 관심도 아이들 먹이려고 시작했어요.
글쓰기 훈련으로 출판의 꿈 키워 가고 있어요.
공감과 동기 부여로 분위기 업 됐어요.
배움의 열정 생겼어요.
사역하는 글과 사진 종종 페이스 북에 올려 공유하네요.
30대 초반 아파서 일어나지 못할 때였어요.
하나님께 데려가라 기도했는데 20년 덤 살이 여한 없어요.
3개월마다 검진하고 시신 기증을 아산 병원에 했어요.
해부용 아닌 부패용으로요.
아빠, 엄마 만남이 온전치 못해 배다른 오빠 서명 받기 어려웠어요.’
하나님이 보내 깨닫게 한 천사였다.
돌아오는 길에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하나 된 연리지를 다시 봤다.
장애 아동과 하나 된 그가 무거운 짐 진 자들의 그늘 되길 바랐다.
발걸음 가벼운 날, 송정역에서 ‘저녁 어떻게 하지?’
‘점심 든든하게 먹었잖아요.’
간식 전하고 돌아섰다.
일산에 도착한 그가 톡을 보냈다.
‘목사님 감사했어요. 오늘 힐링 코스 좋았어요.
건강하시고 편한 시간 보내세요.’
‘더 잘 섬기고 싶었는데..’
이튿날 운동하고 마라톤 밴드에 올렸다.
‘날씨가 어제와 다르다.
맞을 만한 비, 땀과 같이 젖었다.
5월 20일 아침, 어머니 산소(11Km) 달려갔다.
귀갓길에 왼쪽 무릎 통증으로 걸었다.
정형외과 처방에 주의를 받았다.
마라톤은 여기까지다! 생각을 내렸다.
습관은 복리였다.
걷고 천천히 달렸다.
속도 내면 무릎 통증이 스멀거렸다.
포기할 수 없어 8Kg 덤벨 양손에 들고 스쾃으로 하체 근육을 키웠다.
달리기 5Km로 줄이고 제자리 뛰기 5Km 대신 채웠다.
40일 만에 90% 회복되어 청년들과 발을 맞췄다.
빌드 업을 무리 없이 해 냈다.
흠뻑 젖은 몸의 인증을 남겼다.
마지막 5Km 4분 37초(평균 5분 6초),
제자리 뛰기 5Km 평균 3분 49초..
육체의 신비한 회복을 체험하고 보배롭게 여겼다.
무리할 수 없는 연령이라 관리에 들어갔다.’
단련! 대단하다는 답글에 지속을 불태웠다.
다음 날, 새롭게 10킬로 5분 30초 페이스로 탈 없이 뛰었다.
신 장로님 전화였다.
‘목사님! 어디 계세요.
지난날 생각하니 눈물만 나네요.
약지 움직이지 못해 정밀 검사받은 결과 듣고 왔어요.
주치의가 친절하네요.
언제인지 모르나 뇌경색 흔적을 화면으로 보여 줬어요.
한방 때렸는데 구안와사나 중풍 없이 괜찮다네요.
큰일 날 뻔했어요.
운천 방죽에서 건달 세계 빠져나올 때 하룻밤 두 번 다녀갔지요.
마귀의 소굴에서 죄지은 것 죄송하네요.
장로로 책임 막중한데 몸 기능 약화로 활동 못하네요.
부종 없어져도 허리 협착증으로 걷기 힘드네요.
교회 갈 때 허리 몇 번 펴고 숨을 고르네요.
새벽 소나기에 힘들게 나갔어요.
다 곁을 떠나도 옆자리 지킨 분으로 감사하네요.
건강 회복 위해 운동 열심히 할게요’
눈물 흘리며 전화를 끊었다.
인생 자전거 타기와 같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삶의 균형을 유지하나 선택은 자유다.
2024. 7. 6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