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이 뜨는 27~28일에는 달과 지구가 가까워져
평소보다 달이 크게 보이는 ‘슈퍼 문’ 현상과 개기일식현상으로
달이 붉게 보이는 ‘블러드 문’ 현상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슈퍼 문(super moon)은 평균 38만4000km 정도인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35만7000km까지 근접할 때 평소보다
달이 크게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A gorgeous view of the "blood moon" at 8:01 a.m. EDT from
the Griffith Observatory in Los Angeles, California. (Photo/NASA TV).
블러드 문(blood moon)은 개기월식 때 뜨는
보름달을 서양에서 부르는 말입니다.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바람에 태양광선이
바로 달에 닿지 못하고 지구 대기에 의해 굴절된 채
달 표면에 닿으면서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뜻합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한가위 블러드 문이 6개월 간격으로 붉은 달이
네 차례 연속으로 뜨는 테트라드(tetrad)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테트라드는 2014년 4월 15일, 10월 8일, 2015년 4월 4일, 9월 28일로
약 6개월에 한번 씩 모두 네 차례 블러드 문이 뜨는 현상을 말합니다.
서양에선 ‘핏빛 달’로 번역되는
블러드 문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이는 기독교 전통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기독교성경(신약) 요한계시록에는 ‘일곱 개의 봉인’이 열리며
세상의 종말을 묘사하면서 “어린 양이 여섯째 봉인을 떼실 때에
내가 보니 큰 지진이 일어나며 해가 검은 천처럼 새까맣게 되고
달은 온통 핏빛으로 변했습니다”(6장 12절)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또 히브리성경(구약) 요엘서에도
“나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으로 변할 것이다”(2장 31절)라는 예언이 적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한가위 보름달이 일부 기독교신도들에게 세상 종말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미국의 CNN이 1일 보도했습니다.
이는 특히 존 하지(John Hagee) 목사가 2013년 발표한
<네 개의 블러드 문>이란 책을 통해 확산됐다고 합니다.
하지 목사는 이 책에서 “다가올 4개의 블러드 문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10월 사이에 발생할 세상을 뒤흔들
사건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예수 사후인 기원후 1세기 이후
테트라드 현상은 모두 62차례나 발생했다”며
이를 터무니없는 미신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 기독교신자들 중에서
이를 걱정하는 분이 계시다면 마음 푹 놓으시기를.
이번 블러드 문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 일대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관찰 가능하고 한국에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슈퍼 문 현상으로 날씨만 맑다면 밝진 않아도
아주 큰 달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달과 관련한 서양 미신으로 ‘블루 문’(blue moon)도 있습니다.
블루 문은 보통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을 말합니다.
달의 공전 주기(29.5일)가 달력의 한 달(30일 또는 31일)보다
짧아 월 초와 월 말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현상이 2, 3년에
한번 꼴로 일어나는데 이때 두번째 뜨는
보름달을 블루 문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같은 이유로 1년에 열두 번 떠야할 보름달이 열세 번 뜰 때가 있는데
이때 열 세번째 뜨는 달을 블루 문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동양식으로 말하면 윤달에 뜨는 보름달 정도일 텐데
13이란 숫자에 미신을 갖고 있는 서양인들에겐 불길한 달이 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이 2, 3년에 한번 발생하기 때문에 아주 가끔이란 뜻의
영어 숙어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이 파생했습니다.
하지만 블러드 문과 달리 블루 문은 실제론 전혀 파랗지 않습니다.
우울한 달이란 뜻으로 블루가 쓰였다는 주장도 있고 blue와 발음이 같은
옛 영어 ‘belewe’의 착종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belewe는 ‘배신하다’라는 뜻을 지녔는데 한달에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을 ‘배신자 달’이라고 belewe moon으로
부르던 것이 blue moon으로 변형됐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blue moon이란 표현이 처음 등장하는 1528년의 팜플렛을 보면
“달이 파랗다”는 말이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이란 뜻과
‘배신자 달’로 인해 금식해야하는 사순절이 더 늘어나게
됐다는 뜻이 이중으로 담겨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