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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농구로 팬을 모으겠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김영기 KBL 총재는 재밌는 농구, 질 높은 농구를 약속했다.
농구란 스포츠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매력이 있기에,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팬들을 끌어모으겠다는 79세 신임 총재의 포부였다.
김영기 총재의 말처럼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농구의 질, 바로 경기력이다.
농구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 KBL로 팬들을 모으는데 첫번째 과제임은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렇지만,
아마 농구가 아닌, 프로 리그 KBL이라는 거대 시스템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팬들에겐 하나의 큰 유희거리가 될 수 있다.
리그가 어떻게 운영되며, 구단들이 어떻게 팀을 꾸리고 선수들을 성장시켜 가는지 그 스토리를 지켜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프로 리그의 재미이다.
하지만,
KBL이 이런 재미를 팬들에게 얼마나 챙겨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다.
팬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그들만의 거래
지난 12월 KBL에서 흔히 일어나기 힘든 대형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각팀의 주요 선수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된 고양 오리온스와 부산 KT의 4:4 트레이드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트레이드 명단에 포함되어 있던 김도수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인해 9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오리온스는 당연하게도 추가 보상을 원했고 KT는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여러 이야기들과 소문들이 있었지만,
두 구단 간 합의가 완료되었다는 말과 함께 그 보상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은채 일단락 되었다.
정확한게 오픈된 내용 없이 KT 전창진 감독은 다음에 말하겠다고 입장만 밝혔고,
결과적으로 팬들은 그저 의문 속에 추측만을 내놓으며 혼란스러운 상황만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가 약 한달 남은 며칠 전 그 보상이 KT의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픽임이 알려졌다.
KT 팬들에겐 뒷목 잡을 수 밖에 없는 소식이었고, 오리온스 팬들에겐 혹시나 하던 기대가 현실로 다가온 기쁜 뉴스였다.
하지만, 지난 4월 13-14 시즌 종료와 함께 시작된 에어컨 리그를 팬들은 그저 논란 속에 보내야 했음을 생각했을 때,
오프 시즌 중 팀을 구성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음 시즌에 대한 예측과 기대를 가질 수 있었던 팬들의 한 재미를 놓치게 되었다,
이렇듯 KBL은 유난히 공개되지 않은, 구단 간 합의된 내용이라는 명목아래,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선진 리그인 NBA가 트레이드 시 그 세부내용, 몇년도, 몇라운드픽, 몇픽까지 보호, 어느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까지,
팬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리그 운영에 팬들을 한 주체로 참여시키는 것과는 달리,
KBL은 리그와 구단 운영에 있어 그 진정한 주인인 팬들을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구단간의 거래는 두 구단만 OK한다면, 딱히 정해진 원칙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12-13 시즌 울산 모비스는 전력 보강을 위해 외국인 선수 위더스와 향후 3년 1라운드 픽 중 하나라는 조건으로
특급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을 영입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성공적인 트레이드가 되었다.
하지만, 챔피언에 오른지 단 하루만에 로드 벤슨의 대가로 모비스 소속의 김시래가 LG로 가게되었다는게 밝혀졌다.
현재 결과만 놓고 보자면, 모비스는 벤슨을 얻어 2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했고,
LG는 김시래를 얻어 팀의 리빌딩의 한축을 담당시켰으며, 김시래는 모비스에서 예열한 가능성을 LG에서 폭발시켰으니,
서로에게 큰 이득이 된 트레이드 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 이 트레이드를 다시 곱씹어 본다면,
모비스는 트레이드로 얻은 로드 벤슨과 트레이드로 이적시킨 김시래를 일정 기간 동안 동시에 구단 소속으로 데리고 있었으니,
결코 문제 없는 옳은 트레이드 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KBL은 항상 이런 트레이드를 용인해 왔고, 모비스와 LG도 그런 리그의 분위기 속에 전혀 문제 없이 트레이드를 진행했지만,
이렇게 제대로된 규정 없이 이루어지는 트레이드는 리그 전체의 발전을 봤을때 좋은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이적이었다가 임대가 되고, 임대였다가 완전 이적이 되고, 대가 없이 선수를 보내고 받는 모습들은 썩 좋게 보이진 않는다.
두 구단이 합의했고 선수들에겐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기에 순기능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KBL이 안정적인 선진 리그로 발전해 나가고,
팬들에게 프로 스포츠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선 이런 부분들은 KBL이 다시 세워나가야 할 문제들일 것이다.
(KBL에 대한 모기업들의 영향력이 크기에 쉽지 않다는걸 알지만, 단계적으로 꼭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반드시 선결되어야만 할 FA문제
지난 오프시즌은 소위 황금세대의 FA 자격으로 인해 꽤나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태술, 함지훈, 양희종, 정영삼 등 2007년 드래프티들에 혼혈 선수로 리그에 입성했던 문태종까지 FA 자격을 얻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팀을 옮긴 선수들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적을 옮긴 선수들도 트레이드를 통해서였다.
현재 KBL에서 FA는 지나치게 제한 사항이 많다.
계약기간과 계약금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보상선수 문제는 항상 특급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
팀에 특급 선수들이 없어 FA 영입을 통해 전력을 올리고 싶다해도 제약이 많아 어렵다.
FA는 프로 구단이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KBL은 전력 평준화와 뒷돈 문제 등으로 인해 이를 한참 뒤로 미뤄놓고 있다.
12-13시즌 KBL은 고의 배패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3 신인드래프트에 출전하는 국가대표급 대학선수들로 인해 고의로 성적을 낮추는 팀들이 나타났고,
이는 리그 전체의 경기 수준 저하로 이어져 팬들의 핀잔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지만, KBL에서 특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드래프트임을 기억했을 때,
이를 각 구단들의 책임들로만 돌린다는 것은 KBL이 곰곰히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그래서 그냥 동률로 때린 신인 드래프트 확률
쇠뿔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KBL이 고의 패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내린 결정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KBL은 고의 패배 등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리한 자리를 잡으려 했던 구단들을 단속하기 위해,
신인 드래프트(+ 외국인 드래프트) 픽 순위 추첨을 전시즌 우승, 준우승 팀을 제외한 8개팀 동률로 규정을 변경했다.
물론 이로인해 구단들의 플레이오프 탈락 이유가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는 큰 그림을 봤을때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8월 이사회를 통해 소폭 그 내용을 수정했지만, 참된 로터리 픽의 의미가 사라진 것엔 변함이 없다.
신인 드래프트는 구단들이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구단들이 가지고 있는 아마농구 스카우팅 능력과 관심의 정도를 팬들이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프로팀이 신인 선수에 대해 정확히 알고 팀의 필요를 채워야하는데 변경된 드래프트 확률은 집중력을 흐트렸으며,
팬들은 이러한 구단의 행보들을 지켜볼 재미를 빼앗기고 말았다.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팀 팬들에겐 신인 드래프트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유희이며,
반대로 강팀들에겐 흙 속 진주를 찾는 즐거움이 있는 프로리그의 큰 행사이지만,
지금의 제도는 그저 멍하니 드래프트날까지 순번을 기다려야하는 미련함만 남기고 있다.
또 바꾸는 외국인 선수 제도
프로리그가 출범한 후 18번의 시즌을 지나오는 동안 외국인 선수 제도는 10번 가까이 변했다.
거의 2시즌에 한번 꼴로 바뀌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매번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뀔 때면,
선수자격 변경, 구단간 형평성 문제 등을 내세우며 전 구단 재계약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올해 취임한 김영 총재 역시, 여느 총재들과 똑같이 취임 기념처럼 외국인 선수 제도에 칼을 댔다.
어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정답인지는 지금도 불분명하며,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농구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떤 제도든 장점이 있고 또 단점이 있다.
KBL에 맞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찾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을 이유로 시즌과 시즌 간의 연결고리를 뚝하고 끊어버리는 KBL의 행정은 매우 답답할 뿐이다.
어찌되었건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 있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플레이어지만,
KBL은 이러한 외국인 선수들의 이야기를 길게 이어가려하질 않는다.
외국인 선수라는게 잘하면 잘해서 더 좋은 리그로 가고, 못하면 못해서 퇴출 당하는 운명이지만,
오랜 시간 국내 리그를 뛰며 적지 않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몇몇 선수들을 봤을때,
그들 역시 충분히 재밌고 감동있는 스토리를 써내려 갈 수 있을거라 본다.
당장 이번 시즌 종료시 모든 외국인 선수의 재계약이 금지되고 제도 또한 바뀌게 되어,
다음시즌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다시 못볼거라 생각하니 섭섭함과 아쉬운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때마다 바꾸게 되다보니,
앞에서부터 강조해온 오프시즌의 재미를 반감시키는데도 역시나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밌는 농구를 한다면, 분명 팬들은 늘어날 것이다. 서두에 밝혔듯 이는 팩트다.
그렇지만,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매년 계속해서 열리는 프로리그이기에
재미있는 경기 내용 만큼이나 그 스토리를 이어가며 팬들에게 그 즐거움을 주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농구에 애정을 가진 많은 이들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KBL이 리그 역사를 잘 간직하고 그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잘 지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함으로 단기적인 인기를 끄는 리그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구를 보는 꾸준한 인기가 있고, 또한 그렇게 팬들이 리그의 주인이 되는 것이 KBL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KBL이 정말 재밌는 리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좀 긴 글을 써보았는데,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써서 그런지 흐름이 매끄럽진 않네요.ㅠ
KBL 재밌는 농구를 하겠다고 공언한만큼 재밌는 리그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주길 기대해봅니다.ㅎ
첫댓글 여기에 경기장에 온 팬들을 눈쌀찌푸리게 만드는 심판 반정에 대한 감독들의 모습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다행히 제도가 바뀌면서 그런 일들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팬보다 승부에 관심을 두다 보니 경기장에 농구를 잘모르는 사람과 같이 가기 힘들더군요 ^^;;
재미 있는 경기는 결국 팬들을 불러 모을것이고 시청율 또한 잘 나오겠지만 농구 월드컵을 녹방으로도 봐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그게 외국인선수 2인 보유 2인 출전보다 이야기 주신 것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구요.
kbl 팬하기 참 힘든거 같아요.
사실 김영기 총재가 너무 농구만 재밌으면 다 따라온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다른 제도적인 부분들을 꼬집고 싶었습니다. 프로리그라면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리그의 선진화에도 힘 써줬으면 좋겠네요.ㅎ
뭐 애초에 임대 트레이드인지 아닌지나 김시래 트레이드 같은 경우는 팬들에게 공개여부는 고사하고 정작 당사자들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니...
그런식의 트레이드들이 사라지고 기준이 세워져야 선진리그가 될텐데 참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