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보노보노’는 참 심심한 만화다. 좁쌀처럼 작은 눈을 가진 해달 보노보노는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당황할 때 그저 땀을 흘릴 뿐, 웬만해선 화도 내지 않는다. 극적인 사건이 있느냐고? 그것도 아니다. 다소 폭력적인 캐릭터 ‘너부리’가 등장하지만, 그저 ‘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란 질문처럼 뜬구름 잡듯 주변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주인공 보노보노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요 이야기다.
이런 만화가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1986년 일본에서 연재가 시작된 직후부터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책이 팔렸다. 국내에는 1995년 만화책으로 처음 소개되고, 이듬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2016년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송을 했을 때는 동시간대 케이블방송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기 생각을 풀어낸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집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다산북스)도 벌써 20쇄(14만 2000여부 이상)를 찍었다. 지난 3월 일본 독자들의 고민과 이에 대한 작가의 답변을 엮어 2015년 일본에서 출판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이 국내에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이 심심한 만화가 오래도록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뭘까.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최근 방한한 보노보노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63) 작가를 지난 11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것부터 물었다. 이가라시 작가는 “대부분 만화의 주인공이 '자기부정'을 통해 힘이 세지거나, 발전하는 등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보노보노는 그런 게 없다. 그게 마음에 쏙 들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풀이하자면, 구태여 성장하지 않고 또 ‘그래도 괜찮다’고 반복해 얘기하는 보노보노가 편안함을 주는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였다.
만화 ‘보노보노’는 실제로 지금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고 계속해 얘기한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노래하는 보노보노의 다람쥐 친구 '포로리'에게 또 다른 너구리 친구 '너부리'는 이렇게 말한다. “난 되고 싶은 거 딱히 없어, 난 나야. 너는 지금 너 자신에 대한 불만 때문에 무언가가 되고 싶은거야.”
“난 되고 싶은 거 딱히 없어, 난 나야. 너는 지금 너 자신에 대한 불만 때문에 무언가가 되고 싶은거야.”(너부리)
‘보노보노’는 지금까지 32년째 연재 중이다. 4컷, 8컷 만화를 묶어 120여쪽 정도의 만화책으로 출판하는데, 1986년 처음 시작한 이후로 매년 1~2권씩 책이 나와 현재는 42권까지 나왔다. 국내에는 20권(거북이북스)까지 출판됐다. 이가라시 작가는 "30년 넘게 연재할 줄 몰랐다. 나 스스로 '보노보노'에 질리지 않기 위해 내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끌어왔는데, 어느덧 자전적인 만화가 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작할 당시 나도 30대였는데 당시 청년들에게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따뜻하면서도 친근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노보노’라는 제목도 따스함을 뜻하는 일본어 ‘호노보노(ほのぼの)’에서 따왔다. 이가라시 작가는 “호노보노 글자에 ‘탁점’을 찍으면 보노보노(ぼのぼの)가 된다”며 “편안한 만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존의 단어에 점만 찍어 친숙하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심심한 만화가 인기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역설적이지만 이런 만화가 있는 줄로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굳이 그런 만화를 볼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 심심한 만화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보노보'라고 하는 침팬지 종류의 영장류 짐승에서 '보노보노'가 온 줄로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세상 여러 일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