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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까지 있었던 자를 죽이자는 이시와라의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시간이 지나가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경악은 사라지고 다시 이성적인 표정이 돌아왔다. 제일 먼저 찬성한 이는 호소카와였다.
"도이하라 대좌님은 너무 냉혹하지만, 또 급진적입니다. 신중하게 움직여야 만선의 단결을 이뤄낼텐데 말입니다... 중좌님의 생각이 좋은 것 같습니다.“
호소카와의 뒤를 이어 후네스키가 바통을 건내받았다.
"뭐 그 망나니 놈을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해군 장교나 육군 장교든 우리에게 필요한건 시체 뿐이니 상관없죠. 계급은 저쪽이 더 높으니 훨씬 자극적인 명분이 될 듯 하군요. 저는 찬성하겠습니다.“
또 그 뒤를 이어 타마히코, 가네다, 김필중, 부숙경, 김상덕, 나쓰메 순으로 도이하라의 척살에 찬성했다. 희생양이 정해졌으니 일행들은 이젠 도이하라를 죽일 장소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도이하라가 돌아오기 전에 모든 논의를 마쳐야 하는 타임어택이 걸려있어서 모두의 이와 다리가 덜덜 떨렸다.
”도이하라가 지금 화장실에 갔으니 당장 죽입시다.“
후네스키는 지금 자신들이 모인 호소카와의 자택에서 도이하라를 죽이자는 의견을 내었다. 하지만 호소카와는 집에서 귀신 나오는 꼴 보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아님 제가 리무진을 몇 대 더 끌고 올테니 우리 모두 밤바다를 보러가자고 합시다. 그리고 도이하라를 밀어 죽이는건 어떻습니까?“
타마히코는 도이하라를 물고기밥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내었다. 하지만 후네스키가 격렬히 반대했다.
”바다에 도이하라 같은 인간이 있을 자리는 없소. 바다에는 나의 군함들만이 있을 수 있소."
후네스키의 결사 반대에 타마히코의 제안이 반려되고 다음으로 나온건 가네다의 제안이었다.
“아님 들어오자마자 우리가 달려들어 바로 제압한 뒤 죽입시다. 그리고 뒷골목에 시체를 냅두고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꾸밉시다.”
“내 집에서 귀신 나오는 꼴 보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대좌가 소리라도 지르거나 도망치면 꽝입니다.”
가네다의 제안은 호소카와와 기시의 반대에 막혔다. 그러던 중 부숙경이 ’옳타꾸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여기서의 회합을 끝내고 도이하라에게 유곽에서 나머지 회합을 하자고 도이하라를 꾀어낸 뒤 뒷간에서 사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통 자객들은 그런 데서 사람을 참살하잖습니까?”
부숙경의 제안에 후네스키는 ’호오‘하는 표정을 짓고는 답했다.
"그렇게 합시다. 도이하라의 제거는 내가 맡겠소.“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후네스키의 다음으로 찬성을 표한 이는 호소카와였다. 그리고 모두가 찬성했다. 이제 결론이 난 것이 기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이시와라는 자신과 함께 있는 자들에게만 들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이리 합시다. 나를 비롯해 여기 있는 두세명이 그를 꾀어내 잠시만 나갔다오자고 한 뒤 유곽으로 이끌어, 그를 없애버리는 거요. 그 뒤에는 내가 도이하라의 시신을 ‘발견’하여 사령관 각하께 급보를 넣겠소. 동의하시오?”
"동의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했다.
"미안하오. 급한 전화가 와서리... 하하핫!"
결론을 내리자마자 바로 도이하라가 머쓱하다는 듯 웃고선 문을 열고 돌아왔다. 일행들은 조금이라도 논의가 늦었으면 들키거나 무산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었으리란 것을 알고 속으로 안도 반 불안 반의 한숨을 삼켰다. 타마히코가 먼저 도이하라에게 말을 건냈다.
”그럴 수 있죠. 저도 그런 적 많아서 이해합니다.“
"이거이거... 논의가 지지부진한 걸 보니 한잔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이니 겨우 참았소이다. 하하하...“
도이하라는 머쓱하다는 듯 뒷통수를 긁고는 자리에 앉았다. 부숙경은 살짝 웃으며 도이하라에게 말을 건냈다.
"하하하... 워낙 중대사이니 조금 조심스러워지는군요. 대신 이 후에 2차로 좋은 곳 한번 가시죠.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2차라면 내가 잘 아는 곳이 있지. 대좌, 그곳은 어떻습니까? 대좌의 취향에 맞는 곳을 잘 아니 그리로 가시죠.”
부숙경의 뒤를 이어 입을 연 가네다는 음흉한 표정을 짓고 두 손을 싹싹 비비며 도이하라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안 도이하라는 눈을 빛내며 가네다에게 물었다.
"만철 사옥 안에도 유곽이 있소?“
"어허, 대좌, 사옥이라니 그런 가당찮은 말씀을. 만철의 사옥은 만주 모든 곳입니다. 하핫, 어디가 좋은지 대좌께 싸악 맞춰드리죠!“
”호오. 가네다 상께선 참으로 ‘풍류‘를 잘 아시는 사내대장부시구려.“
”암요! 이 가네다 마사이치. 이 세상의 풍류란 풍류는 다 아는 사내대장부 중의 사내대장부 아니겠습니까?“
”하하! 이거 말이 아주 잘 통하는 친우를 오늘 밤에 사귀게 되었구려!“
”저도 대좌와 같은 사나이를 친우로 얻은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가네다는 도이하라와 대화하며 부숙경에게 눈으로 몰래 신호를 날렸다. 그 신호를 맞게 캐치한 부숙경이 기름을 더욱 부었다.
"사람 사는 곳에 그런 곳이 없을리가 없지요. 제일 좋은 곳으로 모셔드리는게 도리일테니... 거기로 가시죠!“
"역시 부상이 잘 알거라 생각했지. 어디 죽을 때까지 마시고 놀아봅시다 대좌!“
가네다는 호탕하게 웃으며 도이하라, 부숙경과 어깨동무를 하곤 방을 나섰다. 이제 방에는 타마히코, 후네스키, 김필중, 김상덕, 나쓰메, 호소카와, 이시와라, 기시, 아마카스만 남았다. 남은 이들 중에선 후네스키가 제일 먼저 일어나 먼저 나간 셋을 따라갔다, 그 다음으론 김상덕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이따가 여기서 다시 보도록 합시다.”
기시는 자신의 손목에 있는 손목시계를 잠시 보고선 김상덕에게 말했다.
"지금이 9시 5분이니... 대충 11시 30분 쯤이면 거사가 끝나 있겠지요. 그 무렵 이곳에서 다시 봅시다.“
"그러죠. 혹시 모르니 이쪽 휘하 몇명 무장시키고 대기하게 할까요?“
"너무 대규모는 곤란하고, 적당한 이들로 2명 정도만 준비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따라간 후네스키 소좌께서 해결해주신다면 제일이겠지만."
”그럼 일단 앞에 있는 부하들과 근처 술집에서 마시면서 기다리겠습니다.“
기시와 대화를 마친 김상덕은 방을 나섰다. 김상덕이 방을 나서는 순간 타마히코도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를 향했다.
”날이 늦었으니 이만 저도 가보겠습니다.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이시와라는 타마히코에게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하긴, 후지와라 상은 아내가 계신 분이지요. 갓 결혼한 부부를 오랫동안 때어 놓는건 몹쓸 짓이니 이만 들어가보시지요.“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타마히코는 인사를 하곤 호소카와의 자택을 나섰다. 타마히코가 나서자 이시와라, 김필중, 나쓰메도 밖을 나왔다. 이시와라는 유곽으로, 김필중, 나쓰메는 타마히코처럼 자택으로 향했다.
앞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리무진에 올라탄 타마히코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차고에 리무진을 주차한 기사에게 타마히코가 말했다.
”자네 먼저 들어가보게.“
”안 들어가십니까?“
”나는 혼자 할 게 있어서.“
기사를 퇴근시키고 차고에 혼자 남은 타마히코는 본관으로 돌아가는게 아닌, 자신이 드라이브를 할 때 애용하는 듀센버그 모델 J에 탑승해 밤의 드라이브에 나섰다.
어둠과 고요만이 존재하는 밤. 그 속을 해집고 모델 J가 모습을 뽐내며 달렸다. 타마히코는 이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자신만의 시간을 말이다. 차 지붕을 열어 차가운 밤공기를 온 몸으로 직접 느낄 때마다 즐거움을 그에게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한 해변이었다. 울창한 숲을 지나야 나오는 이 해변은 아는 이가 자신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본연의 보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는 도로는 타마히코의 아버지가 뚫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어릴적 종종 이곳으로 타마히코를 데리고 오곤 했다. 그리고 몇십분이고 몇시간이고 이곳에서 있었다. 어릴 때는 지루했지만 커서 와보니 아버지가 왜 이곳에 자신을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부성애겠지.
차에서 내려 파도가 철썩이는 백사장에 발을 딛었다. 해변에는 달빛이 내려앉아 어둡지 않게 빛을 밝혀주었다.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의 볼을 간지럽혔다. 6월,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밤바다의 바람은 여전히 시원했다. 이렇게 밤에 드라이브를 나서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분간 밤바다를 바라보며 있었다. 이제 돌아가볼까 하며 몸을 돌린 순간, 가까운 곳에 달빛을 반사하며 빛나는 무언가가 있어서 가봤다. 그건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으악!“
빛나는 것이 무엇인가 해서 보니 그건 다름 아닌 사람의 시체였다. 죽은지 오래된 시체인지 살과 장기는 모두 썩어서 사라졌고 백골만이 남아있었다.
놀란 것도 잠시. 타마히코는 여기서 죽은 이름 모를 망자가 불쌍해졌다. 그래서 그의 시체를 어딘가에 묻어주고 싶었다.
유골을 담을게 있나 해서 트렁크를 열어보니 아내와 이곳으로 소풍을 오곤 할 때 사용하던 나무상자가 하나 보였다. 그 나무상자를 들어 백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품속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백골을 들어 바닷물을 닦아내고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아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여순 외곽의 한 공동묘지였다. 관리인이 있는 곳으로 향한 타마히코는 문을 두드려 관리인을 불렀다.
”누구십니까?“
”묻어주고 싶은 이가 있어서 그러네.“
타마히코는 관리인에게 백골이 담긴 나무상자를 보였다.
”이 시체의 신원은 어떻게 됩니까?“
”몰?루. 해변에 덩그러니 버려진 시체가 보기 안쓰러워 이곳으로 가지고 왔네.“
관리인은 뒤에 있는 삽을 들고 밖으로 나와 타마히코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곤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공동표지 한쪽의 무연고자 묘지었다. 그곳에 비어있는 묫자리를 삽으로 파곤 백골을 담을 항아리를 가져와 그 안에 백골을 넣었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파논 구덩이 안에 묻고 위에 흙을 덮어 묘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연고자 묘지에 쓰이는 비석을 가져와 앞에 꽂았다.
매장을 마치고 타마히코와 관리인은 합장을 하여 망자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편안히 안식을 취하기 바랍니다.‘
타마히코는 고생한 관리인에게 지갑을 열어 30엔을 건내곤 차를 운전해 다시 여순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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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여순항 인근의 한 유곽인 상암정에선 신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이하라는 술을 홀짝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춤을 추는 기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ㅏㅏㅏ니ㅣㅣㅣ 도이하라상, 술ㄹㄹ엄청 잘ㄹㄹ마시ㅣ네. 이ㅣㅣㅣㅣㅣㄱㅓㅓㅓㅓㅓㅓㅓ 아ㅏㅏㅏㅏ주ㅜ당이2ㅣ!!“
가네다는 거하게 취했는지 몸도 제대로 못 겨눌 정도였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상태였다. 부숙경, 이시와라는 가네다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취해 볼이 사과처럼 빨개진 상태였다. 그나마 후네스키가 덜 취한 상태였지만 그도 말이 꼬이고 헛나오는 일이 잦았다. 그런 가네다를 본 도이하라가 말을 건냈다.
"가네다 상. 많이 취하신거 아니오?”
"아ㅏㅏㅏㄴㅣㅣㅣㅣㅣ아ㅏㅏㅏㅏ지ㅣㅣㅣㅣㄱㄱㄷㅓㅀ취해써ㅓㅓㅓㅓ! 소좌ㅏㅏㅏㅏㅣㅣ동새ㅐㅐㅐㅇㅇㅇ 도.....도조!!! 돟ㅇㅇㄷㄷ형 좀ㅁㅁㅁㅁ 보살펴ㅕㅕㅕㅕ죽ㄱㄱ게.“
잔뜩 취했으면서 안 취했다며 우기는 가네다의 모습이 웃긴지 도이하라는 껄껄 웃었다.
“이거이거, 비루를 많이 마시니 소변이 마렵구려! 같이 물이나 빼러 갈 사람?”
도이하라는 다 웃고 난 뒤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같이 갑시다.“
도이하라가 일어나는걸 본 후네스키도 같이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후네스키를 본 도이하라는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지! 역시 우리 후배님이야! 황군은 육군이니 해군이니 하면서 서로 싸워대지만, 결국은 다 같은 충용무쌍한 전사들 아니오? 해군에 후배님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을텐데!“
"저도 같이 가지요. 아까부터 참던 차였습니다.“
후네스키의 뒤를 이어 부숙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럼 가네다 상은...?“
이미 잔뜩 취해서 주정을 부리는 가네다를 어떻게든 제자리에 앉혀 놓으려고 애를 쓰는 이시와라는 먼저 가라는 손짓을 했다.
"가네다 상은 과음한듯 하니, 여기서 좀 부축하고 있겠습니다, 도이하라 대좌님. 그리고 야마모토 상, 부 상 세분이서 먼저 다녀오시지요.“
” 그럼 우리 셋이서 먼저 다녀오리다.“
도이하라는 룸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술을 많이 마신 도이하라는 휘청거리며 걸었다. 후네스키, 부숙경은 도이하라의 뒤에서 나란히 걸어갔다. 후네스키가 부숙경에게 도이하라는 못 듣는 에스페란토로 은밀히 귓속말을 했다.
”품속의 단도로 뒤에서 심장을 찌를 계획이오만 다른 방도 있소?“
"일하는곳이 곳인지라 권총이 있긴 합니다만, 소리를 숨길 순 없을겁니다.“
부숙경은 자신의 오른주머니에 있는 권총을 손으로 짚으며 후네스키에게 말했다.
"그럼 단검으로 찌르고 바로 물로 씻겠소.“
후네스키의 말을 들은 부숙경은 조용히 얼굴을 끄덕였다.
화장실에 도착한 셋은 사이좋게 소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본 뒤 세면대에서 손을 씼었다. 많이 취한 도이하라는 손을 씼는 와중에도 종종 졸곤 했다. 그걸 본 후네스키는 도이하라의 등 뒤로 간 뒤 품속에서 단도를 꺼내 심장을 찔렀다.
”억!“
도이하라는 단말마를 내뿜으며 생을 마감했다. 부숙경과 후네스키는 큰 소리가 나지 않게 앞으로 떨어지는 시체를 잡아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은 포즈로 만들곤 유유히 화장실을 나와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
룸에 도착하니 잔뜩 취한 가네다는 바닥에 대자로 엎어진채 배를 벌렁 까놓고 코까지 잔뜩 골며 퍼질러 자고 있었고, 이시와라는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둘만 돌아온 것을 본 이시와라가 물었다.
"어서들 오시오. 도이하라 선배는 어디 가셨소? 할 일이 좀 남았나 보오..?“
이시와라는 기녀들을 속이기 위해 능청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
"좀 오래 걸리시나봅니다. 변비신가...“
부숙경 역시 자연스러운 연기로 받아쳤다.
"많이 취했던데... 걱정되는구만. 내가 한번 가보겠소."
이시와라는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도착하니 콸콸 물이 쏟아지는 세면대에 도이하라가 얼굴을 쳐박은채로 죽어있었다. 이시와라는 잠시 명복을 빌어준 후 숨을 내쉬곤 도이하라의 시체를 업고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시체를 본 기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이봐!!! 비상 사태야!!! 근처에 병원 없나? 병원!!!!“
이시와라는 얼굴에서 물이, 가슴의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시체를 업곤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밖의 소란을 듣고 룸에서 나온 부숙경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 무슨 일입니까! 병원위치는 잘 알고 있으니 거기로 급히 가겠습니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에 잠이 깬 가네다는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도이하라의 시체를 보고 놀라워했다.
"아니, 대좌, 아니 도이하, 아니 이건 대체.... 왜이렇게 얼굴이 하얗습니까? 왜 얼굴은 이렇게 흠뻑 젖어있고!”
“나도 모르겠소! 화장실에 가보니 대좌님이 이렇게 되었네!”
이시와라는 자연스럽게 가네다에게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잠이 완전히 깬 가네다도 그들과 함께 나왔다. 그렇게 도이하라의 시체를 업은 이시와라, 가네다, 후네스키, 부숙경은 유곽에서 뛰쳐나와 큰길로 향했다. 후네스키는 일행들과 같이 뛰다가 홀로 빠져나와 도이하라를 죽인 단도를 바다에 버리고 유유히 자신의 관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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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시각, 타마히코는 드라이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일이 잘 되가나 궁금해 일행들이 있는 유곽 앞 도로로 향했다.
"이봐!!! 비상 사태야!!! 근처에 병원 없나? 병원!!!!“
도착하니 그곳은 이미 혼란에 빠져있었다. 시체를 보고 놀란 기생 및 종업원들의 비명,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 죽었다고 소리지르는 이시와라, 가네다, 후네스키, 부숙경, ’이게 대체 무슨 129?‘라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더니 시체를 보고 놀란 다른 손님들의 비명까지 모두 섞여 혼돈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일이 잘 끝났구나 생각해 멈춰있던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 순간.
"정말 죄송합니다만 차를 빌려 탈 수 있겠습니까? 이 분은 관동군의 대좌 되시는 분인데, 웬 놈들이 야습을 한 모양입니다..! 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도이하라의 시체를 업은 이시와라들이 타마히코의 차 옆에 도착해 차를 타도 되는지 묻고 있었다. 시체의 얼굴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가슴에 생긴 칼로 베인 상처에선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그런 시체를 자신의 애마에 태워도 될까 잠시 고민하다 이거 안해주면 저들이 자신을 의심할거라 생각한 타마히코는 운전석에서 내려 트렁크에 있는 돗자리를 꺼내 뒷좌석에 깔고는 이시와라들에게 차에 타라고 손짓을 했다.
타마히코는 시체와 이시와라들을 차에 태우곤 다시 운전을 시작해 관동군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시와라가 타마히코에게 말했다.
"원래는 유곽 화장실에 놓아둘까 하다가, 타마히코 상의 차를 보니 차라리 군 의무대로 보내는 게 더 효과가 좋겠다 싶어서 말이오.“
그 외에 별 다른 대화는 없이 침묵을 유지한 체 차는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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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 관동군 사령부 의무대에 도착한 이시와라는 도이하라의 시체를 업고 차에서 내린 뒤 매우 요란하게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봐!!! 여기, 도이하라 겐지 대좌께서 자상을 입으셨다! 거기 아무도 없나!!!“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란 군의관들과 간호사들이 뛰어나왔다. 그들 모두가 도이하라의 시체를 보고 소리질렀다.
"헉!!!!!!!!“
그 사이 타마히코는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물과 피는 돗자리에만 묻었지 차 시트에까지 스며들지 않았다. 타마히코는 그 돗자리를 물과 피가 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밖으로 꺼낸 뒤 자신이 시가를 필 때 쓰는 성냥으로 태우고 나서 품속에서 시가를 한 대 꺼내 입에 물어 피우며 이시와라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병원 내부의 상황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군의관은 급히 맥을 짚었지만 이미 도이하라는 사망한지 오래였다. 군의관의 소견을 듣고 벽을 쾅쾅 치는 명연기를 선보인 이시와라는 충격에 빠진 듯한 얼굴로 상부에 보고하였다.
모든 일을 마친 이시와라는 일행들과 함께 타마히코의 차를 빌려타 아까의 그 장소, 즉 호소카와의 집으로 향했다. 타마히코는 이시와라들을 호소카와의 집에 데려다 주곤 자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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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1엔은 지금으로 따지면 약 2000엔 정도입니다.
듀센버그는 1920년대에 설립된 미국의 자동차 회사로 영국의 롤스로이스, 프랑스의 부가티와 함께 1920~30년대 세계 3대 명차로 꼽혔습니다. 당시 미국 의사의 평균 연봉이 3,000 달러였는데 모델 J는 1대에 20,000 달러라는 고가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창업주의 교통사고와 대공황의 여파로 인해 1937년 폐업하고 맙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듀센버그 차량은 상태에 따라 기본적으로 10억, 최대 100억까지 갑니다.
참고로 타마히코가 수습해준 백골의 정체는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미련 없이 관직을 버리고 조선을 떠나 만주로 향해 여순에서 임노동자로 일하다 부두에서 실족해 익사한 가네다 아빠 김영천입니다(...)
첫댓글 이런 일이 있었나 기억이 전혀 안나는걸 보면 제가 한게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던듯.
부하들하고 마시면서 뭔 대사를 한것같긴 한데 그마저도 확실치 않은.
백골을 보고 놀라는 정도에서 끝나고 바로 수습한거 보면 멘탈이 장난 아닌듯
이것이 바로 중립 악의 멘탈입니다(?)
@돈이 곧 진리 그것도 아닐수도 있는게 김상덕은 선계열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걔도 굴러대고 죽여대던게 일상이라 흠칫하고 수습 가능할 정도 아니었겠나 해서.
아예 마적 출신이니까
@931117 백골 수습한건 김상덕이 아닌 타마히콘데요?
@돈이 곧 진리 아는데 타마히코가 중립 악이라서 그렇다느니 타마히코만 그랬을거라는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931117 전 본문 잘못 보신 줄 알고...
암튼 선인 김상덕은 저런걸 자주 봐서 적응된거라면 타마히코는 저런거 볼 일이 적었을 귀공자지만 인성이 좋지 않아서(....) 덤덤한거 아니겠어요?
@돈이 곧 진리 다행히도 쉽게 읽을수 있는 수준이라고 인식되면 이해가 가능할때가 있는 수준입니다 아직까진...
뭐 성향의 차이인거죠...
오랜만에 다시 보니 역시 가네다는 취한 것 같네요. 이게 그 생활 연기인가 뭔가하는 건가(..)
1화는 뭔가 부끄럽고 못보겠어서(?) 2화부터 읽는데 지금껏 쓰신 것중 가장 스무스한거 같습니다. 타마히코 파트는 대충 스킵하고 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예전보다 나아지신 거 같아요. 잘 읽고 있습니다.
사실 그 파트를 스킵하면 아직까진 읽을 이유가 없는 읍읍(...)
주인공 파트를 스킵하다니...
@dear0904 앗(…)
@dear0904 사실 만협추 원본에서도 동아혁명을 너무 날로 먹은(?) 감이 있어서, 그 부분 개연성이 두고두고 아쉽긴 했습니다. 일본 화족 올킬이 좀 치명적이었죠 ㅋㅋㅋ
@dear0904 확실히 주인공이 타마히코인데 안읽으면 뭐랄까...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인공 파트는 패싱하는...
물론 드라마에선 주인공 패싱해도 무방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런류는 주인공이 없어도 아무 문제 없는 케이스(대표적으로 연개소문(수나라 대엔 수나라 파트가 모든걸 집어삼켰다고....)지만 이건 아니니까...
@E.E.샤츠슈나이더 그런건 웬만하면 다이스로 넘기니까 그러려니하고 넘어간걸로 기억합니다 전.
그것도 아니면 제가 이해를 못했거나 나보단 잘다룬다고 생각해서 넘어간거거나.
사실 제가 쿠데타 성공한것도 어쩌다보니 날로 먹은...
엄마가 빨래 도와달래서 대충 처리했더니 무혈 혁명...지금 생각해도 웃기긴 합니다.
신뢰나 의심을 떠나서 혁명을 위해 모든 병력을 빼내는 사람이 있습니까...ㅎ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요 ㅋㅋ 페이스 보면 내일쯤 다음화가...? 변곡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