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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문제로 경남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한 지 100일째인 경남장애인평생학교협의회(아래 경장학협) 소속 중증장애인 12명은 13일 낮 12시 30분부터 창원시 용호동 정우상가 앞부터 경남교육청을 향해 기어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시 30분께 모여 투쟁결의문을 읽은 다음, 휠체어에서 길바닥으로 내려와 온몸으로 기어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늦은 4시 30분 현재까지 행진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각 장애인평생학교의 중증장애인이 대부분인 참가자들은 행진 중 장애여성 한 명이 실신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또 다른 두 명의 행진참가자가 행진 도중 탈진해 현재 휠체어를 타고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장학협 황현여 교무처장은 “현재 기어서 행진하는 분들은 무릎에 살이 뜯겨 나가고 피가 나고 있다”라며, “지난해 12월 말부터 경남교육청 장례식, 49재, 분노의 삭발식까지 진행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엔 기어서라도 장애인교육권을 쟁취할 것이다. 죽어서라도 멈추지 않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경장학협은 지난해 12월 13일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예산이 애초 약속했던 1억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줄어든 데 반발하며 교육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경장학협 소속 창원장애인평생학교, 마산장애인평생학교에 대해 2011년에 운영비로 각각 1억 5,000만 원씩 지원하고, 2012년 이후에는 창원, 마산, 진해, 밀양장애인평생학교에 연간 운영비로 각 1억 2,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예산 변경은 지난해 12월 13일 경남도의회에서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해 다른 평생교육시설을 지원하는 내용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어 경남도의회는 8개 시설에 5,000만 원씩 균등지원, 1억 8,000만 원은 현장 실사 뒤 차등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경장학협의 천막농성이 장기화 되자, 교육청은 도 의원, 교육청 관계자, 지역 장애인단체 대표 등으로 장기 농성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리고, 지난 2월 13일 1차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경남교육청 특수교육 담당자는 “비대위에 참가하는 의원, 위원장 등과 함께 농성 단체를 만나 최대한 조율을 잘 해나가려고 한다”라며 “농성단체 쪽에서 2013년부터 장애인교육시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서는 받아들였으나, 문제는 2012년 예산 지원”이라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농성단체에서 올해 예산을 전처럼 1억 2천만 원을 유지해달라고 하고 있어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예산은 도의회에서 결정한 내용이라 교육청에서 번복할 수 없어 우리도 난처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장학협 황 교무처장은 “비대위에서 우리는 완전히 배제된 상황이며, 협의 내용 역시 우리 요구와 관계없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다른 입장을 전했다.
황 교무처장은 “비대위에서 인턴제를 이용해서 지금의 정교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턴이면 비정규직이 아니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하라고 하는데 누가 옮기겠느냐?”라며 “결국 장애인 평생교육이 무너질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혔다.
황 씨는 “교육청에 도착하면 교육감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백일 동안 교육감 면담을 계속 요청해왔으나, 교육청 쪽에서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서도 교육청은 농성단체 쪽과 지속적으로 만나 입장을 조율해왔다며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