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번째 편지 - 영국의 윈저 왕조를 돌아보며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였습니다.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탄생하여 1952년 2월 6일 여왕에 즉위하고 2022년 9월 8일 사망하였으니 무려 70년 214일 동안 영연방을 통치하였습니다.
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국 왕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름과 성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는 아버지 필립 공의 성을 따랐을까요 아니면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의 성을 따랐을까요?
이 간단한 질문에 영국 왕가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답변부터 드리면 엘리자베스 2세의 이름은 Elizabeth Alexandra Mary이고 성은 Windsor입니다. 1947년 11월 20일 그리스와 덴마크 왕가의 왕자 Philip Mountbatten과 결혼합니다. 필립 왕자의 성은 Mountbatten입니다.
평민이라면 엘리자베스는 필립과 결혼한 후 자신의 성 Windsor를 버리고 남편의 성 Mountbatten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자녀들도 Mountbatten 성을 가지게 되고 당연히 이번에 왕이 된 찰스 3세도 Mountbatten 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번 왕조는 Windsor 왕조가 아닌 Mountbatten 왕조가 되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 조지 6세가 사망하였을 때 필립 공의 삼촌인 Louis Mountbatten 백작은 “남편의 성을 따라 영국 왕조의 명칭을 Windsor 왕조에서 Mountbatten 왕조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지만 조지 6세의 어머니 메리 대왕대비가 처칠 수상의 건의를 받아 “영국 왕조는 앞으로 계속 Windsor 왕조가 된다”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Windsor 왕조는 얼마나 오래된 왕조일까요? 1917년 7월 17일 조지 5세가 왕조의 명칭을 Windsor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전의 왕조명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또 한 명의 여왕 이야기를 하여야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1819년 5월 24일 – 1901년 1월 22일)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하노버 왕조>의 여왕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1840년 2월 10일 작센코부르크코다의 왕자 알버트(Prince Albert of Saxe-Coburg and Gotha)와 결혼합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장남 에드워드 7세는 당연히 아버지 성인 Saxe-Coburg and Gotha를 따르게 되고 그가 즉위하자 <하노버 왕조>가 끝나고 <작센코부르크코다 왕조>가 시작됩니다.
에드워드 7세의 둘째 아들이 조지 5세입니다. 조지 5세의 큰아들이 에드워드 8세인데 10개월 만에 왕위를 포기하여 둘째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여 조지 6세가 됩니다. 그리고 조지 6세의 딸이 이번에 사망한 엘리자베스 2세입니다.
정리하면 에드워드 7세, 조지 5세, 에드워드 8세, 조지 6세, 엘리자베스 2세 순으로 왕위가 이어졌고 모두 <작센코부르크코다> 가문입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2세는 <윈저 왕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어떤 연유로 <작센코부르크코다> 왕조가 <윈저 왕조>로 바뀌었을까요?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내 반독일 감정이 폭발하였습니다. 왕실은 더 이상 독일계 가문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917년 조지 5세는 어쩔 수 없이 가문명 후보를 검토했지만 내심으로는 반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조지 5세의 이종 4촌인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2세가 퇴위하자 조지 5세는 사회주의 세력의 군주제에 대한 공격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조지 5세는 니콜라이 2세의 영국 망명 요청을 받고 고심한 끝에 영국 국내의 반러감정을 고려하여 이를 거절합니다. 6개월 후 니콜라이 2세는 혁명 세력에 의해 처형됩니다. 조지 5세가 어릴 적 같이 자란 니콜라이 2세의 망명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당시 군주제는 위태로웠습니다.
그런 와중에 1917년 6월 13일 독일의 고타 폭격기가 런던 시내를 공습하자 가문명을 바꾸는 일이 급해졌습니다. 당시 왕실 비서관 스탬포드햄 경이 왕실 별궁 윈저성에서 힌트를 얻어 <윈저>를 가문명으로 제안하여 채택됩니다.
1917년 7월 17일 조지 5세는 재임 중 가문명을 <작센코부르크코다>에서 <윈저>로 변경합니다. 이에 따라 윈저 왕조가 탄생하고 조지 5세가 초대 왕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공부하면서 영국 왕실도 살아남기 위해 가문명을 바꾸는 등의 필살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일반 기업이 생존을 위해 사명을 바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유럽에 남아있는 왕실 국가는 노르웨이,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페인, 영국 정도입니다. 이들 왕실은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공화파들이 왕실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스탬포드햄 경이 왕실 존립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군주제는 귀족이나 중산층의 지지만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사랑에 기초해야 합니다.”
조지 5세 이후 영국 왕들은 이 전략에 따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그 표본입니다.
저는 기업이나 가문이 오래 존속하기 위해서는 '전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사랑에 기초해야 한다'라는 영국 왕실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9.13.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