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및 캐피탈 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시장으로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대출시장이 포화상태로 진입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마당에 덩치 큰 여신전문업체들까지 속속 가세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및 자동차 대출시장은 무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은 "주택시세의 최고 90%를 빌려 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대출금리는 연 8.9~12.9%, 대출한도는 시세의 65~90%다. 수도권과 광역시 아파트 거주자를 겨냥한 상품이다.
이 같은 상품 구조는 현재 상호저축은행들의 수익원 중 하나인 후순위 아파트 담보대출과 비슷하다. 시중은행들의 담보인정 비율이 주택 시가의 60%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있게 마련. 이들을 상대로 은행보다 좀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주겠다는 얘기다.
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게 되면서 상당수 상호저축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담보 인정 비율을 낮추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주택담보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서면 출혈 경쟁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시세보다 고객의 신용 데이터에 중심을 두고 대출에 나선다면 틈새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삼성카드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할부금융사인 GMAC(GM그룹 계열)과의 제휴를 통해 GM대우가 생산하는 자동차 및 GM 수입차에 대한 자동차 금융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해 기존에 GM대우의 자동차 대출을 전담하던 대우캐피탈의 밥그릇을 빼앗으면서 점유율 1위인 현대캐피탈을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한 셈. 삼성카드는 이번 제휴를 통해 기존의 자동차 대출시장 점유율을 최대 30%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나서고 있지만 현대캐피탈은 여유 있는 입장이다.
자동차 대출시장에서의 경쟁은 현대캐피탈과 삼성카드의 경쟁이라기보다 현대차와 GM대우의 경쟁이라는 것. 금융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카드, 캐피탈 사들이 리스크가 작은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사업부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