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족병 중의 하나. 춥고 습한 환경에서 꽉 끼는 신발류를 착용하고 있을 때 생긴다. 동상과는 달리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도 생길 수 있다.
이 명칭의 유래는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호전에서 나왔다. 이 때의 서부전선에서는 각 군이 참호를 길게 파고 병사들이 여기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문제는 비가 와서 빗물이 고이거나 지하수를 잘못 건드려 참호 안에 항상 물이 있었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은 추운 날씨에도 장시간 발이 물에 젖어있는 채로 돌아다녀야 했다. 발이 마를 새가 없는데다가 꽉 끼는 신발을 신고 있었으므로 참호족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진지가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위치했던 연합군 쪽 병사들이 더 많이 고통을 받았다. 찰리 채플린은 그의 영화 "어깨총"에서 이러한 상황을 코믹하게 묘사했다. 그런데, 실제로 참호전 당시 참호가 침수되어서 잘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 그렇다고 밖에서 잘 수는 없어서 물이 들어찬 벙커에서 어떻게어떻게 자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채플린에게 자꾸 당하는 동료 병사가 묘하게 강철의 대원쑤 동지와 닮았다
이 상태로 있으면 발에 있는 모세혈관이 수축하므로 홍색증과 청색증이 나타나며 감각이 점차 없어진다. 좀 더 진행되면 발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조직의 부패 때문에 나는 악취로 괴사가 일어난다는 경고다. 물집과 상처가 생기기도 하는데 여기에 진균류가 감염되어 열대궤양(Tropical ulcer)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괴저로 진행되어 결국에는 절단수술을 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발을 따뜻하게 하고 잘 말리는 것이다. 발을 말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양말을 자주 갈아신어야 한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은 가족들한테 양말을 더 보내달라는 편지를 자주 썼다. 고래기름으로 만든 바셀린이 지급되었으며, 하루에 10갤런(약 38리터)을 소비하는 대대도 있었다. 그리고 장교들이 자주 발검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부지런히 발 관리를 하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인지라, 참호족은 종종 부대의 군기 상태를 체크하는 척도로 쓰이기도 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조 토이가 바스토뉴 방어전 때 이 병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말리려고 벗어 놓은 군화가 적 포탄에 날아가버려서 한동안 발을 대충 헝겊으로 감싸고 다니다가 유진 로 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군도 춥고 습한 날씨에, DMS 부츠가 방수가 제대로 되질 않아서 많은 병사들이 참호족에 걸려서 고생을 했다.
베트남 전쟁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글에 웅덩이가 많고 우기로 항상 습하다 보니 발생하게 되었던 것.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와 버바가 처음 베트남에 배치되었을 때 상관인 댄 테일러가 한 말은 "내게 경례하지 말 것 [1]"과 "메콩강 강물에 발이 썩어 떨어지는 게 싫으면 양말을 자주 갈아신어라"는 충고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의 조지 S. 패튼 장군이 이것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연히 본인이 걸린 것은 아니고, 참호족 때문에 후송되어 입실한 병사에게 폭행을 한 것. 화끈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그인 만큼 겉보기엔 상처 없이 멀쩡한 병사가 병상에 누운 걸 보고 격분해서 걷어차 버렸다. 그 전에도 이미 PTSD증상으로 입원해 있던 병사를 겁쟁이라며 구타해서[2] 문제가 되었는데 그것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다시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그 병사는 "저는 물 고인 참호 속에서 일주일이 넘게 처박혀 있었습니다, 장군님."이라고 항변했으며, 이를 들은 패튼이 잘못을 깨닫고 그 병사에게 사과하기는 했지만 기자들에 의해 미국 본토까지 기사화되어 알려지면서 여론이 극히 악화되어 해임 압력까지 있었었다.
[1] 저격수의 최우선 목표는 직급이 높은 사람, 즉 경례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
[2] 당시에는 PTSD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전쟁후유증을 의지 따위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