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전에 썼던 글 약간 수정보완
프리챌의 한 분이 쓰신 글에...영감을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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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님은 '미래와 경의 차이'라는 글에서 각 캐릭터를 리얼리티와 환타지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경이과 복수의 사랑을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현실성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에 대한 갈구로 판단했다. 재미있는 해석이다. '네 멋' 매니아다운 깊이이다.
그러나 조금, 허전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써 본다.
하여튼 일단 그 글에 '삘'받아 약간의 추가 및 수정 혹은 반박을 시도해 본다. 17회 시작하기 전에....^^
* 환타지와 리얼리티? '네 멋'은 환타지에 손을 든다?
우리 말로 하면, 현실과 꿈?
이 둘은 창작물 안에서 서로 대립하는 요소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현실은 누추하고, 꿈은 화려하다. 맞다.
드라마 라는 지극히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리얼리티로만 가득찼을 때, 그건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리얼리즘도 감동을 준다. '블랙호크다운' 같은 다큐멘타리적인 영화나 아예 다큐멘타리 자체가 주는 감동과 같다. 영국의 사회주의 영화 감독 켄 로치의 일련의 영화들이 주는 리얼리즘의 웃음과 즐거움 그리고 감동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문화의 장르들은 리얼리즘의 지루함을 수용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네 멋'이 전적으로 경이의 손을 들어 줌으로서 환타지에 기대 대중문화 장르의 관행에 편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미래가-복수의 뇌종양이-복수 어머니의 처연함이-복수 아버지의 죽음이 모두 현실이고, 경의 아름다움과 천진난만함이-그 사랑이 그와 상대적인 환타지라면, 그리고 드라마는 현실을 버리고 환타지의 손을 들어주려고 만들어졌다면 거기에 열광하는 우리는 무엇인가?
현실을 잊고 꿈에 열광하는 무뇌아인가? 박정숙님의 의견도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영화 '아멜리에'를 보셨는지?
혹시 '경'를 보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 아멜리에를 떠올려 보신 적은 없는지. 경쾌하고 가볍고 혀니에 있을 듯 없을 듯한 캐릭터가 아주 만이 닮았다.
이 영화는 마술과 같은 환상으로 가득차 있다. 아멜리에의 꿈과 환타지는 곧 잘 현실과 뒤섞여 이 영화가 우화같고 동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환타지가 현실에 승리함을, 혹은 현실을 무마함을 보여줌으로서 우리를 현혹케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결말 부, 영화 내내 전철 3분 사잔관에 찍히는 알 수 없는 사내가 사진기 수리공임이 드러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은 환타지의 요소가 현실을 설명하고 인간이 가진 내면을 설명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나는 '네 멋'에서 경이가 아멜리에처럼 환타지의 요소들을 담뿍 담은 캐릭터라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과 대립하는 거짓 환타지의 요소가 아니라, 현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현실로 파고들게 만드는 도구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경이와 복수가 서로 '더러운 것도 같이 하자'고 대화하는 장면을 기억해 내자. 그리고 점차 경이 가정의 불화와 원죄같은 것들이 경이를 감싸고 있음도 기억하자. 경이 캐릭터의 매력은 환타지라서가 아니라, 환상적인 요소들을 휘감고도 현실에서 부단히 움직이고 꿈에서 답을 찾지 않고 현실에서 답을 찾는 캐릭터이기 때문 아닐까?
미래는 현실에 있고, 현실에서 답을 찾는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일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인 것처럼...
하여튼 나는 예상한다. 드라마의 끝으로 갈 수록, 경이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통스러워 할 것이고, 해야한다. 그러나 바람처럼 가볍고 경쾌한 그녀의 말과 행동 그리고 단순하고 직선적인 의식 또한 그대로 유지 강화되어야 한다.
....
나는 지난 번 글에서 '네 멋'이 죽음에 관한 일상적 철학적 고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네 멋'은 정통적 리얼리즘이 아닌 환타지적인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대중매체 속에서 현실을 더욱 현실적으로 드러내는, 하지만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하나의 창작 방법론으로서 환타지적인 리얼리즘을 나는 지지한다.
추가:
17회 18회에서 드라마는 더욱 노골적으로 환타지를 드러낸다. 복수의 환상을 빌어서...나는 그것이 생소하지만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 환상이 담은 아픔과 현실이 더욱 드라마에 애착을 갖게 한다. 나는 아무래도 '네 멋'주의자인가 보다. 많은 이들이 뭐라뭐라 말이 많지만...17, 18회는 19, 20...드라마의 결말로 가기 위해서 꼭 있을 필요가 있었던 징검다리였다고 생각한다. 포항 여행..아니 여행 자체가 언제나 그렇다. 환타지고 또 다른 현실이고 당면한 현실에서 도피하면서 피할 수 없는 그런 한계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하물며 죽음을 앞두었다면.....
난 정말 '네 멋' 주의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