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제기한 집시법개정안 - 자업자득, 내로남불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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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설] 시위 피해 고통 외면하더니 文이 당하자 금지법 낸 민주당작성자지광희|작성시간13:29|조회수2 목록 댓글 0 글자크기 작게가 글자크기 크게가
조선일보
입력 2022.06.07 03:2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에서 지난 4월 13일 삼성전자 노조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시위는 50여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집회·시위법의 ‘100m 이내 시위 금지’ 대상에 전직 대통령 사저(私邸)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병도 의원도 개인 명예와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냈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목적일 것이다.
일부 유튜버 등의 평산마을 시위는 분명 도를 넘어섰다. 시위에선 차마 들을 수 없는 저주와 혐오의 욕설이 난무하고, 확성기 소음으로 주민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주고 있다. 자유는 상대방 코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온한 삶을 해치고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5년 내내 상대 진영을 향한 소음·욕설 시위를 방관하고 심지어 조장까지 했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그의 구속을 촉구하는 욕설 시위가 넉달간 매일같이 열렸을 때 문 정부 사람들은 자제 촉구는커녕 현장에 찾아가 독려 발언을 했다.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동 일대의 민노총 장기 노숙 시위로 고통 겪던 주민들이 탄원을 거듭했을 때도 문 정부 경찰은 본 척도 안 했다. 인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은 소리에 민감하다”며 호소해도 경찰은 방관했다.
대기업 사옥 주변은 소음·욕설 시위의 해방구가 된 지 오래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선 극한 소음 시위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집 앞에서도 지난 4월 13일 이후 집회·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자기 진영의 과격 시위엔 꿈쩍도 하지 않더니 문 전 대통령이 불편해하자 집시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속 보이는 내로남불에 다름 아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집시법 규정의 개정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확성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 주변을 소음 지옥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소음의 허용 기준부터 대폭 강화하고,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음향 기기는 경찰 허가를 받아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욕설과 장송곡 저주 시위 등도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집시법 규정 강화는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만 아니라 이 나라 어느 곳에서도 동등하고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