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주말에 사전투표를 했다. 작은아들도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 집에서 그림 작업만 하는 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서울로 여행을 다녀온다. 여행을 하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새로운 작업을 구상도 할 것이다. 성격도 차분하고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서 한 달에 두어 번 여행 가는 일에 적극 성원을 해준다. 아직은 공부하는 시기라서 본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두말없이 지원해 준다.
통영은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가끔 여행 가는 곳이다. 아마도 통영에 대한 첫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동양의 나폴리’라고 할 정도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다. 문학기행도 몇 번 다녀왔고 삼행시 짓기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시를 지어서 즐거운 추억도 있다.
욕지도로 들어가려고 부지런히 갔는데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욕지도행을 접고 통영 중앙시장에서 해물탕 먹고 멸치젓갈도 사고 꿀빵도 샀다. 케이블카를 타고 시내 구경을 할까 했는데 그것조차도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아쉽게 돌아섰다. 멀리 여행을 갈 때는 당일치기는 어렵다. 아니면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 하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카메라 챙기고 배낭 챙기고 눈을 비비면서 나서는 일이 서글프고 귀찮다. 바깥에서 자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호텔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20대부터 여행을 다녔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여행이 삶 자체였는지 모른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수없이 전학 다니고 이사 다녔으니 말이다. 시인으로 살게 되면서 답사 다닐 기회가 많았다. 신문에 기고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냈다. 20대부터 오십 대까지 전국을 돌아다녔다. 생각하면 보석처럼 반짝이고 꽃처럼 향기로운 시간이다.
이제는 쉬엄쉬엄 걷고 있다. 길가에 핀 들꽃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걷는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통영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다. 욕지도도 들어가지 못했고 케이블카도 타지 못했다.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기분 상하지 않았다. 계획한 일정이 다 무산이 되는 여행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생각도 유연해지고 넉넉해졌다. 재래시장을 구경하면서 생선비린내도 맡아보고 젓갈도 맛보고 싱싱한 해산물도 먹어보면서 통영의 속 뜰을 걸어보았다. 주남저수지 휴게소에서 사 먹은 옥수수의 맛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꿀빵을 두 팩 샀다. 도시마다 유명한 빵이 있다. 새로운 빵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맛이다. - 2024년4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