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家奴順目(증가노순목)
이원익(李元翼:1547~1634)
본관은 전주. 자는 공려(公勵), 호는 오리(梧里), 시호는 문충(文忠).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저서로는 『오리집(梧里集)』 · 『속오리집(續梧里集)』 · 『오리일기(梧里日記)』등이 있다.
노량의 봄물은 들을 적시고
鷺梁春水野 노량춘수야
홍천 골짜기에 여름 구름 떠 있네
洪峽夏雲天 홍협하운천
산 넘고 물 건너 다시 찾아오니
跋涉來尋再 발섭래심재
모든 것이 너의 아버지의 어짊을 빼닮았구나
多渠繼父賢 다거계부현
*
이 시는 가노(家奴) 순목에게 써준 시다.
집의 종이 글을 읽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대대로 집 종으로 열심히 순종하며 살아온 부자(父子)를 칭송한 시다.
1615년 인목대비의 폐위를 반대하다, 광해군의 미움을 사서 강원도 홍천에 유배되었다.
서울 노량진에서 강원도 홍천까지
자질구레한 일부터 서신까지
산 넘고 물 건너 왕복하면서
심부름을 한 순목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리라,
한편으로 성(姓)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살다 간, 이 땅에 살았던 노비(奴婢)의 삶이 오죽했으랴
동족을 노비로 부려먹은 사대부들은 죽어서도 좋은 땅에 묻혀
영화를 누리며 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