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공존하는 주택 배경 ‘투 마더스’
북미 목조건물 등장하는 ‘마더스 데이’
지하를 멋지게 꾸민 ‘클로버필드 10번지’
“설계전 관련 영화보면 착상에 도움”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는 영화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화 <클로이>(2009), <데몰리션>(2015)에서는 교외에 지어진 모던 스타일의 집을, 각각 영국 남부 서리와 프랑스 북서부 레세의 전원을 촬영지로 한 <로맨틱 홀리데이>(2006)와 <미라클 벨리에>(2014)에서는 그 지역의 돌과 흙으로 지은 프로방스풍의 집을 구경할 수 있다.
영화 ‘포고 섬 이야기’ 속 아름다운 주택.
◆자연을 우리집 마당으로 들이기=시골에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을 누리기 위함이다. 호주 남동부 슈거로프만을 배경으로 한 영화 <투 마더스>(2013)에서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 로즈의 집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실록스(Seal Rocks)라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안에 실존하는 집인데 해변과 이어지는 언덕에 지어져 영화 속 인물들은 매일같이 수영과 서핑을 즐기며 바다를 개인 수영장처럼 사용한다.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바위 언덕과 어우러지게 계단을 설치해 바다와 연결시킨 두 채의 건물은 소박하지만 이곳에 잘 어울린다.
공간의 용도에 따라 집을 나눈 것도 눈여겨볼 만한데 석조로 보이는 복층집은 식구들의 개인공간으로 쓰고, 그 오른편의 단층집은 주방과 거실·손님방 등 공용공간으로 사용한다. 또한 전면에 유리문과 넓은 데크를 설치해 아름다운 바다를 한껏 즐기도록 했다. 건물의 옆문으로 양쪽을 드나드는 일이 편리해 보이고, 데크에도 의자를 넉넉하게 두어 편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여유로운 풍경에 방점을 찍는다.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유작 ‘목욕하는 여인들’을 그린 시점을 다루고 있는 영화 <르누아르>(2012)에서는 집과 숲의 사면에 지어져 자연과 경계를 허문 화가의 오두막 작업실을 볼 수 있다. 또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건물로 끌어들이고 문을 나서면 대자연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집이 등장하는 영화 <유스>(2015)도 자연과 유기적인 집짓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옥외 공간은 제2의 거실=실내공간의 완충 기능을 하며 옥외에 목재나 석재 등 바닥재를 깔아 만드는 테라스는 제2의 거실이라고들 한다. 거실처럼 탁자와 의자 등의 가구를 놓을 수 있고 다과나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2011) <마더스 데이>(2016)처럼 전형적인 북미 교외의 목조주택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테라스는 저녁 하늘 노을과 같은 나른함을 약속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토니아스 라인>(1995)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에서와 같이 정원에 넉넉한 테이블을 펼쳐놓고 가족·이웃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즐기는 장면은 마당을 단순히 대문에서 집 안을 잇는 공간으로 보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나우앤덴>(1993)에 등장하는 나무 위에 지은 집 트리하우스처럼 아지트를 만들거나, <로맨틱 홀리데이>(2006) <파파 헤밍웨이 인 쿠바>(2015)에서의 수영장처럼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3)에서처럼 취미가 정원 가꾸기라면 화단 사이에 정자를 설치하고 의자를 놓자. 일손을 놓고 정원을 감상하는 공간, 주인공처럼 푸념을 늘어놓는 공간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용적률이 부족하다면 지하공간을=택지의 면적과 용적률에 한계를 느낀다면 건축면적에 계산되지 않는 지하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2016)를 참고해보자.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총 바닥면적 비율을 말한다.
외부 오염 물질로부터 피난처로 묘사되는 이 영화 속 공간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지하 벙커다. 하지만 내부를 보면 여느 집과 다르지 않게 침실과 거실·주방 등이 아늑하게 꾸며져 있고 물과 산소 공급이 가능하다.
박지혜<전원주택칼럼니스트>
●집짓기를 소재로 한 영화 추천!
아름다운 집이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심 소재 자체가 집인 영화들도 있다. 마음에 꼭 드는 집을 짓기 바라며 아래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콜하스 하우스라이프>(2008)
<건축사가 사는 곳>(2014)
<포고 섬 이야기>(2015)
<예술가의 집>(2015)
<마일스와 함께 집 짓기>(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