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 세계마인드포츠게임즈에서 금메달을 땄던 한국 남자대표팀. | 2010년은 바둑에 역사적인 해다. 바둑이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경기종목으로 치러진다. 바둑이 아시아에 널리 알려지게 될 기회다. 바둑 부문 금메달은 어느 나라에 돌아갈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제16회 아시안 게임은 11월 20일~ 27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다. 바둑은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 그리고 페어전(혼성복식)에 3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페어전은 20일~22일까지 열리고, 23일부터 26일까지 남자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남자단체전 6명(교체선수 1명 포함) 여자단체전 4명(교체선수 1명 포함) 모두 10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페어경기에는 단체전 선수들이 중복해 출전하게 된다.
남자단체전은 후보 1명을 포함한 6명의 선수가 한팀을 구성하며, 1단계 6회전 스위스리그를 치른 후 4강 토너먼트로 금‧은‧동메달의 주인공을 가린다. 제한시간은 1시간에 30초 3회씩이다. 한팀 4명(후보 1명 포함)으로 구성되는 여자단체전 역시 남자단체전과 같은 방식으로 메달을 다툰다.
▲ 선수강화위원회의 회의 모습. 페어전의 대국방식은 단체전과 동일하지만 제한시간만 예선 45분 타임아웃제를 채택했다. 본선 제한시간은 단체전과 동일한 각자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페어 부문은 남녀단체전에 출전한 2명씩의 선수가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출전선수 모두는 프로기사로 구성된다. 한때 아마추어 선수나 연구생의 출전이 거론된 적도 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이 바둑이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임을 감안하여 좋은 성적을 위해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네 개의 바둑 강국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하여 홍콩, 마카오, 태국, 싱가폴, 북한 등 바둑이 두어지고 있는 국가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메달권 순위를 다툴 국가는 한 중 일로 좁혀진다.
여러 국제기전에서 한국과 중국이 우승을 다투고 있는 현실이므로 금메달은 사실상 한국과 중국이 다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선수들의 전력을 강화하고 중국바둑을 분석하면서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1월에 출발한 여자상비군이 맹훈련 중이며 여자 상비군 선수들은 5월까지 자체 리그전을 통해 2명을 뽑고, 나머지 2명은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해 7월 중으로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남자팀도 5월부터 선발을 시작한다. 코칭스태프는 총감독 1명에 종목 별로 코치 2명이다. 총감독을 양재호 감독이 맡았고 여자팀코치에 윤성현 9단이, 남자팀 코치에 김승준 9단이 선임됐다.
선수 선발 및 훈련에 도움을 줄 공식기구도 설치됐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협의 하에 만들어진 선수강화위원회다. 위원장은 프로기사회 회장이자 대한바둑협회 이사인 최규병 9단이며 6인으로 구성되었다.
여자단체전 준비 과정
여자 상비군제도는 가장 서둘러 마련됐고 강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여자단체전과 페어바둑 부문까지 대표팀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기사들의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배경에는 위빈 9단이 여자기사들을 맡고 나서부터 크게 가파르게 성장한 중국 여자바둑에 대한 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11월 12일 상비군체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여자상비군 감독으로 양재호 9단을, 코치로는 윤성현 9단을 선임했다. 양재호 감독은 47세로, 2005년부터 한국바둑리그 감독을 역임(2009년 GS칼텍스 Kixx팀 감독)했다. 1989년 제1회 동양증권배 우승한 바 있고 양재호 바둑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프로기사를 배출내는 등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윤성현 코치는 35세로, 일치감치 이창호 9단으로부터 기재를 인정받은 기사이기도 하다. 여자바둑 성장에 대해 예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가 상비군 창설 이야기를 듣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12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처음으로 상비군 선발전이 치러졌고 20명의 응시자 중 최종 10명이 가려졌다. 그 결과 박지은 9단, 김미리 초단, 이슬아 초단, 김윤영 초단, 김혜민 5단, 박소현 2단, 이다혜 3단, 김은선 3단, 문도원 2단, 박지연 2단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들은 지난 1월 18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여자상비군 훈련은 리그전과 공동연구 그리고 남자기사들과의 실전대국으로 이루어진다. 일주일 중 월·화·수의 3일이 정규 훈련인데, 월·화는 선발전(리그)으로 진행된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대표팀 선발을 위한 리그전을 벌이고 저녁 5시~7시에는 남자기사들과 검토를 한다. 주요 검토내용은 낮에 치러진 리그전에서 여자기사들의 실전이다. 박영훈, 원성진, 목진석, 윤준상, 허영호, 박정상 등 정상급 기사들이 자원해 이 검토에 참가하고 있다. 양재호 감독은 “여자 기사들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훈련 파트다. 이세돌 9단이나 이창호 9단 등 초일류 기사들도 섭외하려 한다. 흔쾌히 응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윤성현 코치도 “여자기사들은 상비군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는 일류기사들의 바둑을 공부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자신이 둔 바둑을 정상급 기사들에게 복기 받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며 남자기사들과의 검토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매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요일은 남자 신예프로기사 혹은 남자 연구생들과 실전 대국을 한다. 거친 남자 바둑과 맞부딪치는 것은 실력 향상의 자양분이 되어 주고 있다.
주목 받는 여자기사 김미리 2단은 “상비군 훈련은 가족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수요일에는 남자기사들과 대국할 기회가 많아 연구했던 것을 실전에서 스스로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밝힌다. 정규 훈련이 있는 3일간은 매일 사활문제 20개씩이 과제로 주어진다. 수읽기 배양 차원에서다. 여자상비군들에게 아주 어려운 문제는 아니고 경솔히 풀면 틀릴 수도 있는 수준이다.
여자상비군은 지난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청평 GS칼텍스 연수원으로 첫 전지훈련도 갔다 왔다. 전지훈련은 정신력과 체력을 보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전지훈련 기간 대국, 운동, 초읽기 연습에 운동, 등산 등의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향후, 지리산이나 해병대 쪽 전지훈련도 계획되고 있다고 한다.
여자기사들은 언론이 걱정하는 바와는 달리 중국 여자기사들의 실력을 생각보다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은 9단의 여자국제기전 정관장배에서의 우승 견인은 여자기사들에게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박9단은 정관장배에 3차전을 대비하면서 상비군 프로그램과 더불어 김지석 등 정상급 남자프로기사들과 대국하는 특별훈련을 약 2주간에 걸쳐 받았다. 이는 단기간에 기량을 늘렸다고 보긴 무리스러울 수 있어도 승부호흡을 살리는 데는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양재호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시간이 너무 짧다고 느꼈다. 바둑이라는 하루 아침에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남자단체전 준비과정
6명으로 이뤄지는 남자팀에는 최근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이 나란히 와일드카드로 배정됐다. 나머지 4명을 두고는 5월에 선발전이 치러진다. 선발전에는 5월 랭킹 1∼20위에 랭크된 18명이 출전하게 된다.
구체적인 선발방식을 살펴보면 와일드카드를 제외한 상위랭커 4명에게 국가대표 선발전의 최종 라운드 시드를, 차 상위자 6명에게는 대표 선발전 2차 예선 시드를 부여한다. 또한 그 다음 대상자 8명은 대표 선발전 1차 예선부터 참가한다. 1차 예선에서는 8명 중 2명이 2차 예선에 진출해 2차 예선 시드자 6명과 겨뤄 2명이 최종 라운드에 오른다. 2차 예선 통과자 2명은 최종 라운드 시드자 4명과 함께 리그를 벌여 최종 4명의 대표선수를 확정하게 된다. 대회 방식은 1, 2차 예선이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최종라운드는 더블리그 방식으로 열린다.
각종 기전에서 대국이 많은 관계로 대체로 주말을 이용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대표팀 훈련 형식은 아직 미정이다. 공동연구 형태일지 다른 것일지 알 수 없다. 중국의 공동연구 방식이 아닌 제3의 방식, 한국의 연구방식과 중국의 연구방식을 절충한 방식이 고려될 수도 있다.
페어전
페어바둑팀은 남 녀 대표팀에서 중복 출전하며 2팀이 만들어진다. 여자대표팀 4명 중 1․2위 2명을 뽑고 남자대표팀에서 2명을 뽑아 페어바둑팀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남자대표팀에서 두 명을 어떤 자격으로 뽑아 페어바둑팀을 구성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무게감 있게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실력에 관계 없이 호흡이 잘 맞는 조합이 나올 때까지 여러 페어바둑팀을 만들어 모의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개인 기량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남녀 팀원 간 호흡이기 때문이다.
페어바둑 포석 구상과 전투 요령, 결정권을 넘기는 타이밍 등 파트너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페어바둑의 경기방식은 흑번 여성→백번 여성→흑번 남성→백번 남성 순으로 순환해 두어야 하며 순번을 어길 때는 한 번에 석집씩 벌점을 받게 된다. 제한시간은 60분에 30초 초읽기 1회.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30초 3회씩이다(단, 페어전 예선은 초읽기 없이 각자 45분 타임아웃제).
▶ 양재호 총감독.
얼마 전 중국 항저우에서 페어바둑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페어바둑 20주년 기념 페어바둑월드컵 2010’이 열렸다. 팀이 프로기사들로 구성되는 초유의 대회여서, 오는 아시안게임에서 페어바둑 국가대항 전초 역할을 했고 각 국가들에게는 더 없는 모의고사가 됐다. 세계 6개 대륙에서 12개국, 총 16개 팀이 참가한 이 대회에 한국은 목진석 9단과 이민진 5단, 박소현 2단과 허진 초단이 출전했다.
여기서 목9단은 소중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호흡은 정말 중요하다. 이번 항저우의 페어대회에서는 초읽기 실수가 빈발했다. 개인전이라면 도저히 나오기 어려운 페어바둑 특유의 어려움으로 여겨졌다. 초읽기 때를 대비한 훈련이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페어바둑 실전이 거의 없고 연구된 자료도 많지 않아 여러 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재호 9단은 “코칭스태프의 연구도 많이 필요할 듯하다. 감독인 나로서도 페어바둑은 문외한이다. 이론적인 면도 여러 군데서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선수강화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페어바둑팀 구성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남자최강 더하기 여자최강이라는 단순 조합만을 생각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강의 전력으로
남자 선수들의 경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병역문제가 걸린 남자선수들은 대표팀 발탁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선발 형식에 고려될 수 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대표팀 구성은 무엇보다도 최강의 전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김성룡 9단, 목진석 9단 등 중견기사들은 ‘무조건 최강팀으로 꾸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의 기세가 드센 탓에 최강으로 꾸린다 해도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5월 랭킹 20위권인 기사들은 선발전에 등록을 마쳤다. 금메달을 향한 한국 프로기사들의 의지는 뜨겁다. 아시아인이 주목하는 가운데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영예를 얻을 수 있고, 국위선양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기사라면 그 혜택도 있으며 더불어 평생, 연금의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아시아 바둑 강국들의 금메달 전쟁이 더욱 뜨겁게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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