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최덕기 교구장 주교의 사임으로 이용훈 부교구장 주교가 교구장직을 승계했다. 수원교구가 교구설정 40주년(2003년)을 넘어 50주년을 향해 뛰고 있는 시점에서 맞은 이번 새 교구장 탄생은, 전임 김남수 주교와 최덕기 주교가 만들어 놓은 교구 복음화의 발판을 굴러 도약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숨 가쁘게 변화를 거듭해온 수원교구가 또 한 번의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번 수원교구장 임명을 두고 큰 기대를 보내고 있다. 외형적 면에서 한국교회 제2의 교구로 성장한 수원교구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오늘’ 수원교구가 보여주고 있는 특유의 결집력과 추진력에 기인한다.
■ 수원교구의 어제 그리고 오늘
수원교구에는 다른 교구와 달리 각 성당에 ‘고통 받는 십자가 예수상’이 아닌 ‘예수 부활상’을 설치한 곳이 많다. 조원동 주교좌 성당이 그렇고 구산성지 성당이 그렇다. 부활상에선 희망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수원교구의 생동하는 분위기는 이처럼 교구 곳곳에 설치된 부활상을 닮았다.
10년 전 수원교구 신자는 48만4389명, 본당수 119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말 현재 신자수는 69만7160명으로, 20만명 이상 늘었다. 게다가 2009년 현재 본당 수는 187곳에 이른다.
수원교구의 오늘은 또 젊다. 20~30대 신자가 전체 신자의 30%를 넘는다. 이같은 활기는 소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성가정 운동, 대리구제 정착, 평신도 봉사자 양성 등 다양한 사목의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영성관 착공, 본당 분할, 성전 건립 등 계속되는 교구 인프라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원교구민들이 영적 활기를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같은 배경에는 1999~2001년 개최된 교구 시노두스가 큰 몫을 했다. 당시 교구는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라는 두 가지 의제를 도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진력해 오고 있다. 수원교구는 오늘도 확신하고 있다.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의 활성화가 이뤄지면 앞으로 더 큰 문제들도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복음화의 텃밭은 이미 만들어진 셈이다. 이제 이용훈 주교가 최덕기 주교로부터 그 밭을 일굴 쟁기를 넘겨 받았다.
■ 수원교구의 내일
그렇다고 해서 수원교구에 장밋빛 희망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할 강 또한 적지 않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는 급속한 성장기의 청소년기가 그렇듯 고민은 많이 안고 있는 것 또한 수원교구다. 우선 엄청난 양의 본당 분할 수요와 이에 따른 성전 건축 기금 마련 압박을 들 수 있다. 수원교구 내 시(市)는 현재 17개로 전국 교구 중 가장 많은 수의 시를 관할하고 있다. 기존 도시의 확장과 신도시 건립도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성전 신축이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성전을 건립하자마자 분당해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원교구 신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교구의 정체성 확보 문제다. 안양·평촌·과천·산본·의왕·성남·분당 등 경기 남부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그렇듯 수원교구 내 상당수 신자들이 ‘수원’이 아닌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 수원을 중심으로 한 교구 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체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셋째, 특수사목 및 학자 사제의 부족 문제를 들 수 있다. 수원가톨릭대학은 현재로선 본당 사제 수급의 숨통만 간신히 틔우고 있다. 환경·청소년·청년·여성·노인·사회복지·직장·홍보·노동·도시빈민·장애인·농촌·이주사목 등 각 사목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작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수원교구는 반월·시화 공단 등 대규모 공단을 안고 있지만 아직까지 체계적 노동 사목의 틀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원교구는 활기와 불안, 감정의 고양과 침울함, 이기심과 이타주의 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청소년기를 빼어 닮았다. 청소년기가 장년기를 좌우하듯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교구의 50주년 이후를 판가름 할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언덕길을 달려온 수원교구가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제2의 교구라는 외적인 교세를 어떻게 내적인 열매로 연결시킬지 주목된다.
■ 수원교구의 희망
이용훈 주교는 3월 31일 ‘최덕기 바오로 주교의 수원교구장 사임에 즈음하여 수원교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서한’에서 교구의 현안으로 대리구제의 정착과 소공동체의 발전,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꼽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수원교구의 내일이 대리구제도의 정착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3년 전 최덕기 주교가 대리구 체제 도입을 선언하고 6개 대리구장 신부를 임명했을 당시, 교구민들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목의 활성화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이와 관련 교구 사제들은 ‘대리구 체제 3년’이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복음화 및 복음화 국장 신부가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선교 및 쉬는 신자, 가정 사목에 대한 배려 또한 대리구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리구 체제 이후 대리구 사제단이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일체성을 높였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신자들의 활동 폭도 넓어졌다. 대리구별로 평협 조직의 틀이 갖춰졌으며 청년 미사 등 각종 활동 신심 단체의 대리구 차원 연대 또한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교구 직할 체제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다.
하지만 대리구제가 더욱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리구별 평신도들의 특화된 활동이 요청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교구장과 대리구장, 사제단에 의해 대리구제가 논의되어 왔다면 이제는 신자들이 나서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구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를 향한 ‘첫발’이 최덕기 주교의 대리구제 도입 의지로 가능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은 이제 이용훈 주교와 함께 걸어갈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모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소공동체 발전도 수원교구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수원교구는 8년 전 시노두스를 마치며, 최종문헌 글 첫머리에서 “시대의 요구와 징표들을 직시하면서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통하여 세상의 복음화와 공동체의 복음화를 이루려고 한다”고 명시했다. 8년이 지난 현재, 교구 소공동체 운동이 시노두스의 선언을 실현하고 있는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구는 2002년 7월 산본성당과 북수동성당에서 ‘안양 1지구 구역·반 봉사자 학교’및 ‘수원 2지구 구역·반 봉사자학교’를 잇달아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봉사자를 양성했다. 최근에는 그 교육 내용도 점점 정교화되고, 진화하고 있다. ‘교구의 발’이 양성되자 교구의 각종 사목 방침들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각 대리구에서 전개하는 선교운동과 가정 복음화 운동, 쉬는 신자 회두 운동이 소공동체 조직의 적극적 지원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하지만 아직도 신자들 중에는 “소공동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신심 단체들과 소공동체와의 협력 문제, 여성 소공동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성 소공동체의 활성화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소공동체가 신앙 생활 공동체, 복음화 공동체의 성격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단순한 기도 모임에 머물고 있는 사례도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일을 키워 나가기 위해 이제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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