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내음을 통해 산을 넘은지 9회째다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산을 가기 전날에는
꼬박 밤을 새운다.
다비대장님 말씀이 산책길 같다고 하셨지만 어느 산인들 쉬울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속리산고속에 제일 먼저 오른다.
체육관 앞에서 많은 분들이 기다리다 환한 웃음을 머금고 차에 올랐는데
차 유리문이 깨졌다고 다른차로 바꾼단다
모두들 피난민 처럼 가방을 꺼내 놓고 기다리는데
새로운 차가 와서 조금 늦게 설악산을 향해 출발을 하였다.
2주 연속 우중산행을 한지라 오늘 만은 비가 오지 말기를 소망 하면서
설악산으로 가는 차안에서 정신 없이 잠이 들었다
다비대장님은 오늘 넘을 산은 자연 휴식년제로 20년을 입산 금지로 있다가
몇년전에 개방되엿으나 수해로 다시 문을 닫았다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곳이라는
설명뒤로는 가물 가물~~
처음 산내음에 와서는 밤새 잠을 못자고 차를 타고 가도 왠지 마음이 들뜨고
잠도 오지 않더니 이제는 차에서도 잘 잔다.
졸다 보니 한계령이 다와 가는지 산세가 가파르고 길이 꼬부랑 길이다.
계곡은 수해복구로 여러가지 공사들을 해 놔서 누런 살은 그대로 드러 내놓고 있었다
한계령 휴게소를 지나 흘림골 입구에 내리니 수해 복구비가 큼지막하게 서있었다
20년 입산금지로 원시림이나 계곡을 기대 했다면 크게 실망 할거다.
흘림골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한방 찍고 모두들 한줄로 올라가는데
오늘 따라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번주 내내 계단을 오르 내릴 때 마다 무릅이 조금씩 아프고 유난스레 숨이 가쁘고
힘겨웠다.그래서 무릎보호대까지 단단히 하고 올라가는데
도올님이 오르막에서는 무릎보호대가 거추장 스럽기만 하다고 떼어서 가방에 넣으란다
무릎보호대는 언제든지 점심을 먹고 내리막길에서 하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여 준다.
무릎보호대를 떼고 나니 다리가 한결 가벼워 졌다
날씨가 유난스레 무더운데다 이곳도 며칠전에 비가 왔었는지 습도가 높아
땀이 줄줄 흐르는데다 오르막길 장난아니다.
오늘도 도올님과 금송회장님이 나 하나 때문에 남들과 어울려 산행을 하지 못한다.
이 더운날 얼마나 속이 터질꼬~~
땀은 줄줄 흐르고 숨은 턱턱 막히고 아~~
더워서 여름에는 산에 못오겠다
다음주 야유회니까 참석을 하고 그 다음주 부터는 잠시 쉬어볼까~~
마음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오르다 보니 여심 폭포란다
폭포속에 인자무적님이 풍덩한 모양이다. 온몸에 물이 줄줄 ~~
좋겠다~~ 시원하고 ~~ 인자무적님은 산을 즐기는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산을 즐겨 볼까?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아서 이 폭포의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옛날에는 신혼부부들이 이곳을 여행지로 다녀 갔다는 다비대장님의 설명대로
여심폭포는 회장님과 도올님 앞에서 바라다 보기가 거시기 해서
다시 고개를 오르는데 사람이 많다.
이곳이 유명하기는 유명한가 본데 왜이리 고개가 가파른겨~~
이제는 힘들 때마다 뒤돌아 보면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즐긴다
뒤돌아 보는 순간 아~~~ 멋있다아~~
도올님과 금송회장님도 탄성을 지른다.
오늘 덥기는 해도 전망이 좋다 멀리 보이는게 뭐라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
그냥 그 풍경이 너무도 멋있었다.
누군가가 힘들어 죽겠다고 하니까 여기가 깔딱고개란다.
정말 숨이 깔딱 넘어 가겠구먼 옛날 사람들은 이름도 잘 짓는다.
겨우겨우 깔딸고개를 올라서니 장끼님과 해돋이 님이 깨나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단소와 비슷하다 불고 계셨다.
다들 어디로 갔냐고 물으니 바위끝을 가리키며 저기 갔는데
우리는 도로 오는데는 안가다면서 여기서 기다리란다.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갔다 도로 올길은 안간다며 주저 앉았다
섬초롱님이 우린 여기서 밥이나 먹자며 도시락을 편다.
나도 틈새에 끼여 도시락을 펼치긴 했는데 도저히 밥맛이 없다.
더위 먹나~~섬초롱님이 미역오이 냉국을 해 왔다면서 주는데
떠먹어 보니 맛이 괜찮다. 그 무거운 냉국을 등에 짊어지고 와서
아낌없이 덜어내 주는 그 마음에 감동을 먹었다.
해돋이님이 다람쥐에게 쪼코렛을 주니 다람쥐가 쪼코렛을 물고 가더니
조금있다 다시 온다. 이제는 김밥을 주니 김밥을 먹으면서 우리들을 바라다 본다
다람쥐와 함께 미역 냉국에 밥을 말아서 후딱 먹고 나니 선두팀이 내려 온다
우리가 밥을 먹은 자리가 너무 좁다고 선두팀은 주전골을 향해 내려가고
인자무적님팀이 내려와서 고무판위에 점심상을 차리기에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등선대 다녀왔슈?
아뉴~
등선대를 안올라가려면 여길 왜 왔냐고~~
도올님을 조심스레 쳐다보니 다녀오란다
그말은 내가 늦게 와도 기다리겠다는 말일게다
장끼님과 회장님 그리고 한분은 처음봐서 모른다.
함께 등선대에 올랐다
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장끼님이 여길 안 왔으면 후회 할 뻔 했다는 소릴 몇번을 하신다.
우뚝 솟은 괴암괴석이 7봉우리를 이루웠다고 7형제봉,
그너머로 한계령 귀떼기봉이란다
장끼님이 얼마전에 다녀온 안산과 대청봉 그리고 수많은 암봉들이
만물상이라 햇던가~~
멀리 한계령 휴계소도 보이고 거대한 봉우리들이 ~~~
선녀가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 이름에 걸맞게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었다
금송회장님의 안내에 따라 사진도 몇장 박고 다시 한번 둘러본다
작년에 장가계 갔을때 아~아~소리를 질러 댔는데 장가계와는 다르지만
그 풍경 앞에서 왜 장가계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올 여름 휴가를 황산을 갈까 후쿠오까를 갈까 하고 있었는데
경기도 안 좋은데 올 여름 휴가는 국내산으로 가자고
남편을 꼬셔 볼 생각이다
등선대에 올라가도록 배려해준 도올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더워죽겠는데 뒤쳐지는 주제에 거긴 거긴 뭘가. 밥도 먹었으니까 선두따라 가지 했다면
나는 뭣 모르고 선두 따라 주전골로 그냥 내려 갔을 것이다
깔딱고개마루에 내려오니 모두들 점심식사를 마치고 주전골로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내리막길은 혼자서도 잘해요~~다
주전골로 내려 오는 길은 철난간에 나무를 깔고 그위에 고무줄을 엮어 만든 판을 계속 깔아 놨다.
나 같은 초보자는 걷기 편하다 하겠지만 산악인들은 별로일 것 같다.
수해로 무너진 길은 잘 정비해 놨지만 계곡은 20년을 출입금지시킨 흔적이라곤 볼 수 없다.
하얀 속살을 다 드러낸 것이 정말 안타깝다.
그래도 인자무적님이 5분간격으로 뒤돌아 보면서 봉우리들을 올려다 보라더니
정말 어느곳에서 올려다 보아도 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깊은 계곡속을 지나면서 미끔하게 솟아 오른 암봉들을 올려다 보면서
끝없이 이어 지는 계곡 물소리~~암방을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삶의 모든 시름을 잊고 자연속에 내가 하나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십이폭포위에서 인자무적님이 계곡으로 뛰어 들자 모두들 우르르 몰려간다
나도 계곡물에 풍덩 하고 싶었지만 남들보다 체력이 딸리니까 저축하는 마음으로
중간대장 젊은 유월님을 따라 먼저 내려 오니 용소 폭포에서 선두팀을 만났다
선두팀들도 용소폭폭에 풍덩한 님도 있고
탁족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물수건으로 땀을 적시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고무판위에 길게 드러누어 충분한 휴식을 하고 이제는 다비대장님을 쫒아 선두란다.ㅎㅎㅎㅎ
스위스 갔을때 계곡에 콸콸 넘쳐가는 물을 보고 엄청 부러워 했는데
대신 물이 뿌옇고 탁했는데 주전골 계곡의 물은 에머랄드빛!!
하늘을 담은 어항 같다고나 할까~~
맑고 투명하여 감히 내 몸을 담글 수가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설악산을 다녀오면 신흥사 입구에서 어정대다가
대진항에 가서 회떠다 콘도에서 실컷 먹고 자다 한계령을 넘어오면서
아 ~~멋있다 만 외치다 지나 갔는데
산내음을 통해 설약산을 오니
내가 그속에 푹 담겨졌다 나오는 느낌!!!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여행과는 색다른 감동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들뜨게 한다.
이렇게 산을 왔다 가면 일주인 동안 삶의 현장에서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덜 피곤하고 여유가 생긴다
젊은 유월님도 똑같은 마음이라며 맞장구를 쳐준다.
아~~모두들 이런 행복감에 힘들어도 산에 오는 거구나!!
너무 큰 깨우침을 얻었나? ㅎㅎㅎㅎ
주전골 계곡을 거의 다 내려 와서 작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에
선두팀도 발을 담그고 땀을 씻는다
나도 발을 담그고 세수를 해본다
계곡물에서 전해져 오는 그 짜릿함 ~~ 저리다고나 할까
남들은 편안한 산행이라고들 하는데
오늘도 내 발에서는 불이 났는지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아릿하게 저려오는게 그렇게 시원 할 수가 없다.
가뿐한 다리로 사뿐사뿐 오색약수터로 내려 오니 오색약수터는
2년전 수해때 떠내려가고 물이 솟는 샘터만 개울 한가운데에 있다.
모두들 오색약수맛을 본다고 달려가는데 다리에 서서 개울을
바라보았다
20년 입산금지한 계곡이 어찌 ~~~안타까웠다.
오늘은 설악을 넘었다. 아니 그 속에 담겼다가 내가 나왔다
내가 내려 온길을 올려다 보니 고개가 뒤로 젖혀질만큼 산이 높고
암봉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그것이 겹겹이다
저 멋진 산에 내가 들어 있다 나왔다는 느낌에 행복하다
첫댓글 설악 ~~~요 ~~무더운 날씨에 무척이나 고생하셨군요 ,저도 설악은 5회정도 다녀온걸로 생각됩니다 .
이제 점차 숙달 되어 가시는가 봅니다....건강도 좋아져 가시길 빕니다.
설악이 눈에 선~ 하게 하는군요...^^